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 간에 공약 경쟁이 한창이다. 각 후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사태를 염두한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각각의 공약은 민생경제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방식으로 하나 같이 현금복지에만 치중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박영선 5000만원 무이자 대출 공약에 “이미 대출 받은 사람은 바보인가” 비난 봇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공약으로 소상공인 5000만원 무이자 대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박 후보가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박 후보가 한 발언이었다. 당시 박 후보는 “내가 낸 공약은 5000만원까지 화끈하게 무이자로 대출하는 것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을 이용해 서울시가 보증해주고 원금만 무이자로 갚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 예비후보는 “이미 (지원)받은 분들은 이자를 내고 추가로 해주는 분들은 무이자로 하겠다면 일관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미 대출받은 분들도 무이자가 가능한가”라고 재차 물었다. 박 후보는 “그 기준을 정하면 된다”며 확실한 대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의 ‘구독경제’ 공약을 두고서도 현실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박 후보는 “소상공인이 코로나 같은 대재앙이 와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독경제를 활성화하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게 주요 공약이다”고 밝혔다. 그는 “가령 소비자가 21분 거리 안에 있는 소상공인과 협약을 맺어 일주일에 한 번 갈비탕을 받아보겠다고 하면 소상공인은 일정 매출이 유지되기 때문에 코로나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반대로 소비자들은 싼 값에 물건을 구입하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당시 우 예비후보는 “오늘은 갈비탕을 시켜 먹지만 내일은 설렁탕, 곱창볶음도 먹고 싶다. 한 달 내내 갈비탕을 시키는 구독경제가 가능하겠나”며 “그래도 어머니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갈비탕을 강요하는 건 좀 심하다. 좋아하는 것 드시게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일종의 외상경제다”며 “계속 창업·폐업을 반복하는데 외상을 주고 구독해서 매출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게 과연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野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안철수 코로나 피해 지원 대책도 실효성·현실가능성 도마
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들의 코로나 지원 공약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오세훈 국민의 힘 후보는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월 20만원 지원 대상자를 5만명 규모로 늘리는 한편, 안심소득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100% 이하 서울시민에게 중위소득 미달 금액의 50%를 지급하는 선별복지안이다. 예컨대 4인 가족 연 소득이 2000만원일 경우 중위소득 6000만원과의 차액인 4000만원 중 50%(2000만원)를 서울시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오 후보의 공약은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당내 경선 시절 “얼마가 드는지 계산해보셨나”라는 나경원 예비후보 질문에 “민주당에서 집권해 기본소득을 실시하면 나라가 절단 나므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며 즉답을 피했다.
자영업자에게 무보증·무이자·무담보·무서류로 최대 1억원, 총 4조원 규모의 대출에 대한 보증금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공약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오 후보는 “1년 동안 이자를 유예하고 보증료도 전액 면제하는 한편 담보와 서류 없이 대출을 보증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 안팎에선 서류조차 확인하지 않는 건 투명성을 낮춰 자산시장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드시 (지원을)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보다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그런 계층에게도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공약을 두고서는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조은희 서초구처장은 안 후보가 내세운 월 40만원 손주돌봄 수당 지급 및 소상공인 대출금 상환 유예 공약에 대해 “안 후보 측 이태규 의원이 서초구청에서 손주돌보미사업 자료를 받아간 게 1월 중순이다”며 “베낀 것이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좋은 생각들은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국민적 관심이 지원 대책에 쏠려 있다 보니 공약의 현실가능성 보단 국민이 혹할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을 만드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시민의식이 상당히 고도화 된 만큼 실효성과 현실성을 두루 갖춘 공약을 만드는 게 선거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마다 현금성 공약이 경쟁적으로 나올 경우 종국엔 국가 전체의 복지 시스템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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