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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b>[이슈포커스]-교과서에서 다뤄야 할 인물·단체(中-6·25전쟁)...'))
[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박정은 기자]2019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개봉했다. 당시 영화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의 숭고한 희생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비슷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전히 조명 받지 못하고 있는 6·25 전쟁 영웅들의 일화가 수두룩하지만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혀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에는 교과서에 실려도 무방할 만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물이나 일화도 포함돼 있다.
한반도 공산화 저지 일등공신 故 백선엽 대장… 자주국방 전기 마련한 ‘위대한 영웅’
1920년 11월 23일 평안남도 강서군 덕흥리에서 태어난 고(故) 백선엽 장군은 1950년 6월 북한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발발한 6·25 전쟁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을 세운 명장으로 기억된다. 전쟁 발발부터 정전 협정 체결 때까지 1128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전선에서 격전을 치렀다.
살아있는 6·25 전쟁 영웅으로 불린 고 백선엽 장군은 지난해 7월 10일 향년 100세의 나이로 별세했지만 국가를 위한 그의 희생과 헌신은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는다. ‘한미안보연구회’는 알려지지 않은 백 장군의 활약상을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알리는 일을 도맡은 단체다.
“백선엽 장군은 살아생전에 ‘대사님’ ‘장관님’ 등의 호칭보다 ‘장군님’ ‘대장님’으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하셨어요. 군인으로서 사명감이 누구보다 투철하셨죠.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백척간두에 처한 대한민국을 온 몸을 바쳐 지켜낸 백 장군은 6·25 전쟁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봉일천 전투를 아는 국민은 많이 없을 거예요. 봉일천 전투는 6·25 전쟁 발발 직후 국군 제1사단이 경기 파주시 봉일천 지역에서 북한군 2개 사단과 맞서 싸운 전투에요. 당시 제1사단을 이끌고 있던 백 장군은 갑작스럽게 남침한 북한군에 대항해 사흘간 격전을 펼쳤죠. 이후 1950년 6월 28일 서울 미아리 방어선이 무너지며 서울이 점령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퇴로가 차단될 것을 우려한 백 장군은 행주산성 부근에서 한강을 건너 후퇴키로 해요.”
“비록 서울이 북한군 손에 넘어가긴 했으나 백 대장이 봉일천 전투에서 북한군을 막지 않았다면 북한군의 남침 속도를 지연시키지 못해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이 남쪽으로 안전하게 철수하기 어려웠을지 몰라요. 더욱이 백 장군은 제1사단을 이끌고 후퇴하는 순간에도 병사들을 먼저 철수토록 하고 마지막으로 한강을 건너죠. 전쟁 중에도 병사들의 안위를 먼저 살피는 참 인간적인 분이었어요.”
북한군이 남침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이 함락됐다. 더 이상 후퇴할 수 없었던 백 장군은 김일성 군대의 최정예 3개 사단에 맞서 대구와 부산을 지켜냈다. 최후의 보루였던 낙동강 전선을 굳건히 방어해 우리나라를 위기에서 건져 올렸다. 다부동 전투는 당시 매서운 기세로 한반도를 공격하던 북한군을 무찌르며 전쟁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다부동 전투에서의 승리는 백 장군의 가장 뛰어난 업적이라 할 수 있어요. 낙동강 방어선 중에서도 전략적·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충지로 꼽히는 다부동 지역은 대구와 불과 20여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요. 다부동 전투에서 패배할 시 대구뿐만 아니라 부산까지 모조리 점령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능통한 영어 실력으로 미군의 화력 지원을 이끌어 낸 백 장군은 탁월한 전술과 전투 지휘력을 통해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내요. 국군 7000여명이 북한군 3개 사단, 2만3000여명에 맞서 대승을 거뒀죠.”
“이렇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다부동 전투는 일본에서도 의미 있게 보는 역사적 사실이에요. 우리나라로 치면 육군사관학교 같은 일본의 생도 양성 기관에서 해마다 우리나라로 현장실습을 와요. 해당 실습에서 꼭 둘러보는 곳 중에 한 곳이 바로 다부동 지역이죠. 한 번은 왜 다부동 지역에 현장실습을 오는지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일본 측 교관이 말하길 다부동 지역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만약 6·25 전쟁에서 다부동 지역을 뺏겼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고요.”
인천상륙작전에서의 승리를 기반으로 백 장군은 미군과 함께 평양으로 진격하게 된다. 당시 백 장군은 미군을 통솔하던 밀번 군단장에게 ‘나라의 자존심이 걸렸다’며 국군이 평양에 먼저 입성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군 장교들은 이동력이 떨어지는 백 장군과 국군이 평양에 먼저 입성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반대했다. 많은 이의 반대에도 밀번 군단장을 끈질기게 설득한 백 장군은 결국 허락을 받아내고 행군을 강행해 미군보다 먼저 평양에 입성해 태극기를 꽂는다.
이 외에도 백 장군은 1·4 후퇴 뒤 서울 탈환, 휴전 직전 금성전투에서 30만 중공군 격퇴, 휴전 직후 국군의 전력 증강, 지리산 빨치산 토벌, 병력 40만의 1야전군 창설 및 휴전선 국군 단독 방어체계 확립 등 6·25 전쟁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백 장군은 전쟁 이후 두 차례 태극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특히 백 장군은 전쟁 이후에도 우호적 한미관계 조성에 앞장서는 등 국가 안보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1952년 12월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 8군을 격려하기 위해 방한했는데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의 만남은 계획에 없었어요.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아이젠하워 당선인과의 만남을 꼭 성사시키길 바랐어요. 그래서 미군과의 유대 관계를 잘 다져온 백 장군을 불러 아이젠하워 당선인과의 회동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해요. 그리고 백 장군은 실제로 그 만남을 성사시켜요. 한미 관계가 시작되는 출발선을 백 대장이 마련한 셈이에요.”
“백 장군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앞에서 국군의 국방력 증강 필요성을 브리핑해 10개 사단을 20개 사단으로 확대하는 업적을 달성해요. 이뿐만 아니라 경제 지원과 한미 동맹도 요청하죠.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폭풍우가 불어올 때는 큰 나무 아래로 피해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며 백 장군의 청을 들어줬죠. 우리나라가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도 그의 업적이죠. 그가 없었다면 한미 동맹을 견고하게 다지지 못했을 거예요.”
경찰부터 외국인까지… 전 세계인의 헌신과 희생이 일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6·25 전쟁 당시 국군을 진두지휘해 북한군을 물리치고 우리나라를 지켜낸 백 장군 외에도 수많은 전쟁 영웅이 있었다. 그 중에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지역 외에 자신의 이웃 그리고 고향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진 이들도 존재한다. 당시 경찰이었던 고 박양규 순경은 나주경찰서에서 순경으로 근무 중 6·25 전쟁이 발발하자 나주 지역 방어를 위한 위수대로 활동해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인물이다.
1950년 9월 10일 나주중학교에서 적진을 살펴보고자 매복하던 중 박 순경은 혈혈단신으로 북한군과 교전을 벌여 7명을 사살하고 5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러나 수적으로 불리했던 박 순경은 끝내 장렬하게 전사했다. ‘내 고향,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북한군에 맞섰던 박 순경의 호국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6년 4월 국가보훈처는 나주역사공원 내에 위치한 ‘박양규 공 충혼비’를 현충 시설로 지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머나먼 타국 땅의 전선에서 활약한 외국인들도 존재한다. 고 윌리엄 스피크먼 병장은 6·25 전쟁 중 1951년 11월 4일 군사 요충지였던 마량산(현재 북한 영토)에서 백병전을 감행해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하고 중대 철수 작전을 완수한 인물이다. 1927년 9월 21일에 태어난 스피크먼 병장은 영국 육군 왕실 스코틀랜드 국경연대 제1대대 소속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 1951년 11월 4일 당시 이병이었던 스피크먼은 군사 요충지였던 경기도 연천 마량산을 방어하는 임무에 투입됐다.
당시 수적 우위를 이용해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던 중공군의 공격으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으나 이를 목도할 수만 없었던 스피크먼 병장은 6명의 전우를 모아 적진에 수류탄을 던지며 백병전을 감행했다. 스피크먼 병장은 전투에서 다리와 어깨에 심한 부상을 입었으나 중공군의 남하를 저지하며 방어선을 끝까지 사수했다. 그의 헌신 덕에 중대는 피해 없이 퇴각할 수 있었다. 1952년 1월 부상으로 인해 영국으로 후송된 스피크먼 병장은 3개월 뒤 자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해 8월까지 북한군을 격퇴하는 데 일조했다.
스피크먼 병장은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1952년 2월 영국 최고 무공훈장인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5년 7월 태극 무공훈장을 수여해 그의 숭고한 희생 정신에 감사를 표했다. 6·25 전쟁이 끝난 후 영국에 돌아간 스피크먼 병장은 “자신이 싸워 지켜낸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6월 숨을 거둔 스피크먼 병장은 그의 뜻대로 2019년 2월 봉환식을 거쳐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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