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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되면서 정치편향 교과서에 대한 불만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선 현 정부의 입맛대로 교과서가 수정됐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특히 역사 교과서의 경우 교육계를 쥐락펴락하는 전교조들의 ‘색’이 가장 짙게 반영됐다는 지적이 많다. 치우친 정보를 받아들일 경우 아이들의 사고가 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실고 다루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역할이라 주장이 제기된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부강하게 만드는 데 공을 세운 인물들의 존재와 그들의 업적이 후세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지워지는 것은 국운을 드높이는 데 훌륭한 거울을 잃는 것과 다름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교과서에 실려야할 인물·단체’로 정하고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6·25전쟁, 조선시대 등 시기별로 나눠 세편에 걸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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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박정은 기자]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창 추진되던 2019년 11월 <아톰 할배들의 원자력 60년 이야기>(지식과감성)가 출간돼 눈길을 끌었다. 저자들은 모두 대한민국 원전 신화를 써내려온 인물들로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원장 △전재풍 전 월성원전 소장 △김병구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아시아태평양 협력국장 △박현수 전 KAERI 부원장 △이재설 전 IAEA 사용후핵연료관리 담당관 등이었다.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 책은 비교적 대중성이 떨어지는 이공계 서적임에도 약 3달 만에 3쇄를 찍어내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관련업계 안팎에선 원전이 국내 전력난을 해소하고 해외 곳곳에 수출까지 되면서 경제호황을 이끈 효자상품임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 덕분에 저자들 모두 ‘한강의 기적’을 이끈 장본인들로 교과서에 실려야 할 역사의 산 증인들로 평가됐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한 비율은 29.0％로 전년(25.9％)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2017년 4월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발표한 ‘21회 원자력산업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21조원 규모의 원전 4기 수출 계약을 맺고 2016년 54조원 규모의 향후 60년 간 UAE 원전 운영권을 따내는 등 원전 사업 수혜를 톡톡히 누려왔다.
밤잠 설쳐가며 수년간 선진국 기술 습득… 초일류 원전 강국 결실
스카이데일리는 책에 소개된 인물 중 김병구 박사(77)를 직접 만나 당시의 상황을 직접 들어봤다. 대전 유성구 KAERI 인근의 대덕원자력포럼 사무실에서 만난 김 박사는 원전 원로들의 헌신의 역사, 원전의 필요성, 탈원전의 문제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김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하고 약 30년간 KAERI에서 근무하면서 영광 3‧4호기 원자로 설계 사업책임자 등을 지낸 원자력 전문가다. IAEA 국장,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신재생에너지청(K.A.CARE) 원자력 고문관 등도 역임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박사는 당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근무하면서 구조진동 등을 다뤘다고 했다. 원자력과 아무 인연이 없었다던 그는 원전업계 투신의 계기로 1차 석유파동을 꼽았다. 김 박사는 “기름 값이 하루 만에 5배가 뛰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1973년부터 원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돕고 싶었다”며 “결국 지상과제인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KAERI의 선임연구원을 맡기로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정부는 자신과 같은 ‘기계쟁이’를 필요로 했다고 김 박사는 돌이켰다. 그는 “(원자력) 에너지를 정밀하게 안전하게 컨트롤하려면 나와 같은 기계쟁이, 구조진동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생겼었다”며 “또 실제로 그런 문제가 제일 많았다. 특히 지진 문제가 있으니 (균열) 사전예방이 원자력에서 처음부터 제일 큰 이슈였다. 배관이 깨지는 등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게 제일 큰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맨손으로 일어선 기술자들이 선진국으로부터 필사적으로 기술을 배우면서 시작된 원전 사업의 대명제는 ‘국산화’였다. 특히 핵연료 국산화가 가장 우선시됐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그는 “원전 국산화라는 큰 대명제를 갖고 기술 국산화를 단계적으로 해나갔다. 목숨 걸고 국산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국내 여러 원전에 들어갈 기자재 국산화를 단계적으로 실시했다”며 “제일 먼저 시도한 게 핵연료였다. (지금은) 모든 기자재·기술의 95％를 국산화했다. 수만 명의 기술자들이 미국에서 악착같이 배워서 미국보다 한 단계 더 (수준을) 높였다.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진행된 원전 사업에서는 희생도 뒤따랐다. 국내 최초로 핵연료 생산에 성공한 고(故) 서경수 박사는 50대의 이른 나이에 과로에 따른 암 발병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고인과 각별한 사이였다는 김 박사는 당시 ‘월화수목금금금’은 일상이었지만 오로지 ‘한국형 원전’이라는 목적 때문인지 힘든 것조차 몰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고인과 10년을 같이 일했다. 이 연구소를 처음 지을 때 그 분은 물리·화공을 해서 제일 어렵고 핵심적인 핵연료를 만드는 공장을 설계하고 핵연료를 생산하는 책임을 맡았다. 나는 악조건에서도 (핵시설 등이) 깨지지 않는다는 안전을 증명하는 파트를 맡았다”며 “서 박사와는 한 동네에서 살았는데 1988년에 위암으로 별세했다. 철저하게 자기 맡으신 일에 완전히 매진하신 분이었다. 나도 그렇고 주말도 없이 워낙 자기 일에 몰두한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원로들의 피땀으로 세워져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해온 원전은 현 정부 들어 ‘탈원전’이라는 이름 하에 속속 허물어지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쳐온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셈이 돼 허탈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탈원전은 있지도 않은 위협을 이유로 하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김 박사도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한국형 원전은 근본적인 구조 자체가 다르기에 우리 국민의 방사능 피폭 가능성은 ‘0％’라고 설명했다.
그는 “잘 모르시는 분들은 ‘원자로가 다 그 놈이 그 놈이지 무슨 큰 차이가 있겠나’ 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탈원전은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김 박사는 “후쿠시마식은 비등로(BWR)라고 해서 핵분열로 바로 증기를 만들어서 터빈으로 보낸다”며 “반면 국내 원자로는 가압경수로로서 바로 증기를 만들지 않는다. 물을 가압해서 대략 30기압까지 올라가면서 열을 포함하고 이것이 원자로 건물 안의 열 교환기를 한 번 거치면서 비로소 증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증기 발생 단계는) 핵물질, 핵연료를 다루는 1차 계통과 완전히 격리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원자로 내부에서 사고가 난다 해도 콘크리트 옹벽을 통해 외부 유출이 완벽히 차단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원자로를 쌓아올리는 콘크리트 격납용기 두께가 무려 1.2m다. 옹벽으로 완전히 원자로 전체를 씌운다”며 “핵물질이 있는 부위를 100％ 씌워서 밀폐시키기에 그 안에서 사고가 나도 방사능이 (옹벽을) 투과를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존재하는 4기의 중수로형 원전도 안전성 면에서는 가압경수로형 원전과 다를 바 없다고 단언했다. 김 박사는 “중수로형도 안전성에서는 가압경수로형과 대동소이하다. 중수로형, 경수로형은 사용하는 물이 경수(輕水)냐, 중수(重水)냐의 차이일 뿐이다. 나머지 안전성 구조는 중수로나 경수로나 같다”고 설명했다.
국산 원전의 견고함을 입증할 과거 사례도 열거했다. 그는 “1979년 미국에서 TMI 원전사고라는 게 났다. (후쿠시마 사태와) 똑같이 핵연료가 녹고 원자로 노심이 파괴된 사고였는데 (사고 발생 원전이) 가압경수로형이었다. 미국은 그게 주종(主宗)이다”며 “당시 노심이 다 녹아서 떡처럼 됐지만 방사능 유출은 전혀 없었다. 사망자는 물론 부상자조차 없었다. 그런 사고를 목격하고 안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판단을 해서 국내 원전을 가압경수로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연조건상 태양이나 바람이나 효율이 아무리 좋아도 20％밖에 안 나온다. 100㎿(메가와트) 설치하면 20㎿밖에 안 나온다. 또 신재생에너지는 풍량, 일조량에 따라 일정한 양의 전기를 일관되게 뽑는 게 불가능하다”며 “원전은 24시간 365일 일정하게 전기를 뽑을 수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원전 역사의 산 증인인 김 박사와의 인터뷰는 정부에 대한 호소로 끝을 맺었다. 그는 “원전을 대체할 정도로 (신재생에너지를) 많이 하겠다는 건 아주 무모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원전은 95％ 국산화를 달성했지만 태양광은 전부 중국 것을 수입하는 꼴이 됐다”며 “대통령이 워낙 고집이 세셔서 그런지 ‘내가 청와대에 있는 동안은 (탈원전 정책을) 죽어도 못 바꾼다’고 했다고 한다. 제일 좋아할 건 북한과 중국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수입→해체→국산화’ 끝에 한국형 국방기술 구축… 자주국방 선봉에 선 국방과학연구소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힘이 전쟁 발생을 막아 국민을 지키고 안전한 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통설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공로와 역할은 교과서에서 꼭 다뤄져야 할 내용으로 꼽힌다.
ADD는 자동소총, 장갑차, 전차 등의 국산화를 통해 보이지 않게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국방부 산하 기관이다. ADD가 없었다면 자주국방은 물론 천문학적 규모의 국제 무기시장 진출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ADD가 지금까지 개발한 무기 중 소화기는 △K1‧K1A 소총 △K2소총 △K3경기관총 △K5 권총 △K7 소음기관단총, 중화기는 △K4 고속유탄기관총 △K6중기관총 △K201유탄발사기 △K11복합소총 △KH-178 105㎜ 견인곡사포 △KH-179 155㎜ 견인곡사포 △KM-181 60㎜ 박격포 △KM-187 81㎜ 박격포 등이다.
또 기계화 전력은 △K1‧K1A1 전차 △K2흑표 전차 △K21 보병전투차량 △K200 APC 장갑차 △K55A1 자주곡사포 △K9 자주곡사포 △K10 탄약보급장갑차 △K136 다연장로켓, 항공기는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KUH-1 수리온 헬기 등이 있다. 미사일로는 △현무 순항‧탄도탄 △신궁‧천궁 대공미사일 △해성 대함미사일 △현궁 대전차미사일, 어뢰는 △청상어 경어뢰 △백상어 중어뢰 △홍상어 대잠로켓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ADD 설립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기조에 따라 이뤄졌다. 탄력을 받은 계기는 노태우정부에서 단행된 소련에 대한 30억달러 경제협력 차관 제공과 소련 붕괴에 따른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었다. 러시아는 1991년 말까지 14억7000만달러만 상환한 채 잔여분 지급을 중단했으며 대신 현물로 갚겠다고 제안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5년 양국 정부는 방산물자를 통한 상환 협정을 맺었으며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러시아는 원금과 연체 이자를 합쳐 4억5000만달러어치의 부채를 무기로 갚게 됐다. 이것이 유명한 ‘1차 불곰사업’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까지 ADD 임직원들은 군의 안보역량 강화에 지대한 역량을 미쳐 왔다”고 강조했다.
1차 불곰사업에서 러시아로부터 전달받은 무기 명단은 화려했다. 그간 서방세계 입장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T-80U 전차 33대, BMP-3 전차 33대, 메티스M 대전차미사일 발사기 70문, 이글라 대공미사일 발사기 50문 등이 도입됐다. ADD는 이 무기들을 모두 해체해 기술 습득에 나섰다. 정홍용 전 ADD 소장은 “독자적 기술 개발이 없었다면 무기 선진국들의 요구에 끌려다녀 기술적 종속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로도 ADD는 불곰사업을 통해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한 헬기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1998년 러시아정부가 모라토리움(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하자 정부는 킬로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636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직후에 터진 쿠르스크함 침몰사건 등으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대신 Ka-32A 다목적 헬리콥터 등을 받기로 했다.
관련업계에선 ADD가 이미 항공모함 기술도 터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4년 영유통이라는 민간기업은 구소련의 키예프급 항공모함인 노보로시스크 등을 고철수입을 목적으로 37억원에 수입했으며 해당 항모는 포항 앞바다에서 해체됐다. 권영해 전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부장은 해체 과정에서의 기술 습득 여부는 함구하면서도 당시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무기체계로 “항공모함, 잠수함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ADD가 국가 경제와 위상 제고에 헌신한 점을 감안할 때 업적의 빛이 바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5년 과학기술정책연구소(STEPI)는 ADD가 지난 45년간 투자한 무기개발 비용(25조4000억원)의 11.7배에 달하는 297조6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껏 ADD 임직원들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으므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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