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은 문재인정부 초대 비서실장 임종석이 2004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북측 저작물을 보도에 활용한 방송사에서 저작권료를 징수해 북으로 송금하는 게 주 업무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후 대북제재로 송금이 어려워지자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 현재 23억원가량 쌓여 있다. 국고 귀속을 막기 위해 10년마다 회수·재공탁하며 지켜온 돈이다.
6·25 전쟁 때 포로가 돼 33년간 강제노역 끝에 탈북한 노사홍·한재복 씨가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 그 공탁금의 압류 신청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경문협은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조선중앙방송위원회를 동일시하는 오류”, “KBS를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공탁된 저작권료는 조선중앙방송위 것이지 북한 정부 소유가 아니라는 말이다. 1당 독재·3대 세습·제정(祭政)일치 국가의 내각 직속 기구와 자유민주공화국의 ‘공사(公社)’를 동일시하는 궤변이다. 조선중앙방송위는 노동당 즉 김정은의 직접 지도를 받는다. 경문협 항고는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새삼 이 단체의 본질이 자명해졌다.
‘림종석’이라 풍자되는 경문협 이사장의 이력·행보로 미뤄 놀랄 것도 아니다. 1970년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비서 귄터 기욤이 동독 간첩으로 밝혀져 서방세계에 충격을 준 적이 있었다. 그런 경우와 같지는 않겠지만 대한민국에도 수많은 ‘남로당 후예’들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고위직에 있을 수 있다. 임종석은 전대협 의장으로 1989년 임수경 불법 방북을 승인한 인물이다. 실형을 살다 1993년 특사로 나와 김대중 대통령에게 영입 돼 제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임종석 의정활동의 핵심은 국가보안법 폐지·북한인권법 제정 반대·대북사업 지원 등이었다. 모두 북한이 좋아할만한 일들이다. 박원순 시장 땐 서울시 행정부시장도 역임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직을 물러나 곧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위촉돼 지금에 이른다. 4·27판문점회담 3주년을 앞두고는 남북교류협력의 지자체 역할을 강조했다. “지방정부가 스스로 계획·결정, 스스로 책임지는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의 발언 후 한 달 내 발의된 관련 법안이 6건이나 된다. 지자체 권한을 대폭 늘인 것들로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다.
이용선·김경협 의원이 발의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엔 교류협력재단 법인화, 비용은 통일부 지원, 북한을 비롯한 국내외 사무소 설치가 들어 있다. 지자체 구입 물품의 북한 반출도 손쉬워진다. 김홍걸 의원의 ‘남북관계법’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정부와 함께 지자체가 주체로 명시되고, 남북간 물품반출·반입 승인을 광역지자체장이 할 수 있다. 허영 의원은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이 특별자치도는 시·군에 평화특례시를 지정할 수 있다. 특례시 자금을 위해 ‘남북협력기금법 일부개정안’도 내놨다.
하나 같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와 북한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중앙보다 감시가 적은 지자체를 통해 ‘북한 퍼주기’를 하려는 의도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시민단체엔 임 특보의 운동권 동지들이 가득하다. 인민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당중앙의 통제를 받는 북한은 하부조직만 있을 뿐 지자체는 없다. 결국, 지자체 중심의 남북협력이란 ‘남북 도·시·군들끼리’ 즉 ‘우리민족끼리’의 끝판왕이다. 그 끝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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