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신종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기술적 문제를 추가로 보완한 후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을 만들어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상품의 성격과 상반된 가상자산의 경우엔 현행처럼 기타소득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과세 유예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될 전망이다.
3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및 금융투자 소득 분류의 필요성 △디지털자산 감독원 설립 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회장(한양여대 교수)은 가상자산의 성격을 신종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회계기준상 계약을 전제로 한다는 금융자산의 성격이 금융자산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이유라면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포함할 수 있게끔 금융자산의 범위를 확장하면 된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무형자산을 전제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다보니 양도차손으로 인한 이월결손금을 이월공제해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즉,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면서 차손에 대한 결손금의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비트코인의 자산성을 인정하는 한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비트코인을 신종금융자산으로 보는 회계기준(GAPP)이 새로 제정돼야 하고 이를 전제로 우리 세법도 주식의 거래소득처럼 금융투자소득으로 본다면 과세방법도 주식과 같은 정도의 금액을 공제해주고 이월결손금도 반영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회장은 “가상자산의 거래가 원칙적으로 P2P거래가 기본인 것을 감안하면 P2P시장에 과세할 수 있는 기술적 측면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시작하는 것은 납세자간 형평에 크게 벗어나는 상황이 된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과세를 시작하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자산분야에 대한 과세 관련 입법의 합리성과 실제 징수를 대행하는 과세관청측면에서 징수와 관련한 기술적 문제를 추가로 보완하고 나서 과세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 신설해야…기존 과세 적용 어려워”
국내 가상자산시장은 거래규모 22조7000억원, 투자자 700만명, 거래소 예치금 64조8000억원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가상자산의 제도적 인프라가 미비해 다양한 형태의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투자자 보호방안과 관련해 해외거래소와 국내거래소 간 교차거래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투자금 1억원으로 국내 미상장된 A코인을 해외거래소에서 비트코인으로 매수한 이후 국내에서 A코인이 상장돼 국내거래소로 옮겨 매도한 결과 실제로 4500만원 손실을 입었으나 275만원의 과세가 발생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2년에 걸친 매도결과 45%의 원금 손실이 났지만 당해연도의 손익통산만 허용돼 275만원의 세금이 부과돼 실질과세원칙에 어긋난다”며 “해외거래소에서 A코인 구매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의 부대비용 포함 여부에 따라 필요경비가 달라짐으로써 약 94만3000원의 과세금액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과세의 기반이 될 취득원가를 산정하고 증빙하기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특정 가상자산의 플랫폼 예치로 얻어진 금융소득적 토큰과 플랫폼 활동에 따른 리워드 토큰 등의 취득가액 산정의 구체적 기준 마련이 미비하다”면서 “가상자산의 거래특성을 무시한 선입산출법 적용으로 취득시기가 불확실한 코인이 다수 포함되면 선입선출에 따른 취득원가 파악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과세안이 인프라 미비,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 부족, 소득분류의 적절성 논란에도 디지털자산으로서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강행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개인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생태계 구축, 거래의 안정성·투명성 강화에는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해킹, 도난, 개인정보유출, 시세조작, 내부정보이용, 자전거래 등이 발생해도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피의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적 대응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칭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 신설을 주장했다. 향후 다양한 디지털자산의 출현과 거래방식, 유통방식이 등장하면 과세 및 관련 규제적용을 위해 기술적 이해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선제적으로 자본시장법의 금융투자상품 조항을 가상자산으로 확대적용해 금융자산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장의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투자자 이외에도 종사자 보호, 산업발전 정책 육성, 업종에 따른 이행사항 및 책무 등 가상자산 전반에 관한 규제사항을 업권법으로 제정하고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 및 별도 특별법 신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상품 성격과 다른 가상자산, 기타소득으로 과세해야”
이후 토론에서 과세 유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동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모든 가상자산이 같은 성격이고 모두 금융투자상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 분리과세를 하고 저율과세를 하는 등 배려를 하는 이유는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처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 있다”며 “가상자산 역시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고려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이유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배려해줄 이유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부연구위원은 증권형 토큰, 유틸리티 토큰, 지급형 토큰 등으로 분류하는 가상자산 가운데 증권형 토큰은 증권과 유사하므로, 금융투자상품과 실질적으로 거의 동일한 증권형 토큰은 동일한 규제와 취급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비트코인과 같은 지급형 토큰과 관련해 통화와 성격이 유사하지만 비트코인이라는 상품이 갖는 상징성과 납세자 저항 등의 이유로 별도의 분류를 마련해 비트코인에는 특별히 금융투자상품과 같이 취급·과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토큰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강 부연구위원은 “일정 기간의 과세 유예가 됐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도 있었고, 많은 해외국가에서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금법 개정 등을 통해서 가상자산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거래소 신고 등을 통해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돼 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현재가 과세안이 적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금융상품과 부동산 양도소득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과세를 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에 대해서만 유예하는 것이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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