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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급 기업공개(IPO)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공모가 희망 밴드 최상단인 30만원으로 공모가격을 확정했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1988개 기관들이 참여했다. 2023대 1의 경쟁률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IPO 수요예측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8~19일 일반 투자자 청약 신청을 받고 27일 코스피에 상장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70조2000억원이다. 단번에 삼성전자(461조원), SK하이닉스(94조원)에 이어 3위로 올라선다.
임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LG엔솔 임직원 9218명(2021년 3분기 기준)은 근속연수나 직급 등에 따라 1인당 우리사주 600~1400여주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상장 후 ‘따상(공모가 2배의 시초가에서 상한가)’에 성공하면 주가는 78만원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이들은 2억8800만~6억7200만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LG엔솔의 1인당 평균 연봉이 66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10배나 많은 금액이다.
규정상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간 매도할 수 없지만 향후 배터리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상장 후에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LG엔솔 임직원 사이에서 이른바 ‘상장 대박’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속이 타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바로 LG화학의 소액주주들이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엔솔이 상장을 앞두면서 이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주주가치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적분할 결정 발표 후 102만8000원(2021년 2월 5일)에 달하던 주가는 이달 14일 71만6000원으로 약 1년 만에 30% 곤두박질쳤다.
물적분할 자체만으로 기업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다. 지배구조만 바뀔 뿐이다. 문제는 이중 상장이다. 모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할 때는 자회사의 가치를 온전히 주가에 반영하지만 자회사가 추가로 상장하면 중복 가치 계상, 이른바 ‘더블 카운팅’ 문제로 모회사의 주가는 떨어진다. 소액주주의 주주가치가 희석된다는 얘기다. LG화학 배터리 부문처럼 핵심 사업부를 떼어내 설립한 자회사라면 더욱 치명적이다.
이러한 폐해는 업계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해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한국조선해양 등이 물적분할 한 자회사를 상장한 데 이어 NHN과 CJ ENM, 만도, 한화솔루션등도 물적분할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알짜배기 사업인 배터리 부문을 떼어내 SK온을 설립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이마트에서 SSG닷컴, 현대중공업지주에서 현대오일뱅크, 카카오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 CJ에서 CJ올리브영 등의 상장이 대기 중이다.
물적분할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도입됐다. 수익성 낮은 사업부문을 때어내 핵심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오로지 사업 자금 조달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유상증자와 달리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거양득(一擧兩得) 효과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권익은 보호받지 못한다. 이는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 간과할 수 없다.
기업 스스로 자정할 수 없다면 정치권에서 나서야 한다. 다행히 여야 대선 후보들은 물적분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신설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지분에 비례해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금융당국이 답할 차례다. 단순히 주주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생명은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면 기업은 주식회사로서 지속 발전할 수 없다. 지배주주는 ‘회사는 내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며 주식가치를 끌어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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