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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지수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천스닥’을 일찌감치 끝내고 한 때 800선 마저 위협받기도 했다. 미국의 긴축 우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유독 부진하다.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다른 나라 지수보다 크게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실적 보다는 ‘도덕적 해이’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된 분위기 속에서 횡령사건 등 경영진·기업의 부정 관련 이슈가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해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한편 이달 결산시즌을 맞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들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상장폐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코스닥150, 연초보다 16% 이상 급락… 신흥국보다도 저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종가 기준 코스닥지수는 891.80p로 연초 이후 13.75%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조959억원, 9644억원을 팔아치우며 하락세를 키웠다. 특히 우량주로 구성된 코스닥150(-16.43%)이 크게 감소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성장주 종목을 대거 보유한 코스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감안해도 다른 국가 주가지수 보다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한국시간) 기준 미국 다우산업지수와 S&P500은 각각 7.69%, 10.57% 떨어지는 데 그쳤다. 중국 항셍지수(12.89%), 일본 TOPIX(-6.98%), 대만 가권(-7.01%), 유럽 유로스톡스50(-13.03%) 등 주요국 지수뿐 아니라 인도 SENSEX(-2.77%), 베트남 하노이HNX(-5.70%) 등 신흥국보다도 저조했다. 전쟁 리스크에 급락한 러시아 RTS(-41.29%)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하락 폭이 큰 셈이다.
이를 두고 ‘어닝쇼크’가 코스닥 부진을 이끌었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애널리스트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147개 코스닥 상장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괴리율은 -11%로 드러났다.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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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닝쇼크로만 코스닥 부진 이유를 지목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통상 4분기에는 빅배스(Big Bath·부실지표를 일시에 반영)가 나타나면서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쇼크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년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11%)은 지난 10년간 평균(-20%) 대비 9%p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코스닥 영업이익은 14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을 볼때 전체적으로는 올해 실적 전망치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특히 기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큰 폭의 지수 하락으로 코스닥 영업이익이 10조원을 상회하던 시기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결산시즌 맞아 상장폐지 기업 늘어날 수도
이러한 코스닥의 부진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한 도덕적 해이 관련 악재가 이끌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내부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오스템임플란트, 세영디엔씨, 휴센텍, 한프 등 4개사로 드러났다. 4개 상장사의 소액주주 수는 작년 3분기 기준 약 5만1920명이다. 거래 정지 전 주가를 기준으로 이들의 투자금을 계산하면 약 1조9200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의 횡령·배임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횡령·배임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는 2019년 23곳을 시작으로 2020년 23곳, 2021년 21곳 등 3년 연속 20곳을 넘겼다. 3년간 국내 주식시장 전체 횡령·배임 사건(92건) 중 70%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 횡령·배임 규모는 엄청났다. 오스템임플란트와 세영디엔씨, 휴센텍, 한프 등의 횡령·배임 금액은 각각 2215억원, 130억원, 259억원, 769억원 등으로 집계돼 총 340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김 연구원은 “ESG 경영이 강화된 분위기 속에서 경영진 및 기업의 부정과 관련된 이슈는 기업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요소”라며 “횡령, 상장폐지 심사, 내부자 거래 혐의, 코인 ‘먹튀’ 논란, 물적 분할 등 여러 의혹이 불거지는 등 도덕적 해이 이슈가 코스닥 전체로 번지며 시장의 신뢰도 문제로 연결되는 모습이기에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력이 큰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나며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다.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상장폐지라는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거래소에 따르면 작년부터 이달 14일까지 관리종목에 추가된 코스닥 기업은 총 38개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현재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18개뿐이다. 나머지 20개는 거래 정지 상태다.
관리종목이란 상장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유동성도 갖추지 못했거나 영업실적 악화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할 우려가 있는 종목을 말한다. 지정 기준은 크게 △사업보고서 미제출 △매출액 30억원 미만 △장기간 영업손실 △자본잠식률 50% 이상 △세전손실(법인세비용 차감 전 손실) 등이다. 해당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당해 결산시즌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경우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뒤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실제로 결산과 관련한 상장폐지 사례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상장폐지된 기업 152사 중 결산 관련 상장폐지 기업은 45사로 29.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코스닥 기업이 40개사에 달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결산 시즌에는 투자 관련 주요정보가 집중되며, 예상치 못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영 안정성이 미흡하거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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