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정작 질의응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맹탕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공방만 오가던 오전 청문회는 끝내 파행으로 치달았다.

 

한 후보자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정의와 상식을 바탕으로 국민께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법무행정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권보호,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법제와 시스템 수준 향상, 중립적이고 공정한 검찰,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 등 네 가지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후 여야 의원 질의가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여야는 120분에 걸쳐 정치공세에만 매몰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도저히 검증 불가능할 정도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본인은 감추고 안 내주면서 어떻게 수사 받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내놔라, 안 내놓으면 압수수색하겠다고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 모친의 탈세 및 아파트 편법증여, 한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 한 후보자 딸의 스펙 등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며 한 후보자를 추궁했다. 이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법을 보면 자료 요구 대상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기관이지 후보자가 아니다”며 “2019년 추미애 장관 청문회 당시 본인 자료 0건, 증인 관련 0건으로 기록돼 있다. 2021년 1월 박범계 장관 청문회 때도 자녀병역‧부동산거래 내역 등 본인 자료 제출은 거부했다”고 맞받아쳤다.

 

국민의힘은 최강욱 민주당 의원의 청문위원 자격 문제를 거론하면서 역공를 펴기도 했다. 조수진 의원은 “통칭 채널A 사건을 사실상 만들고 관련 가짜뉴스를 무차별‧무분별하게 유포해 피고인이자 피의자가 된 분이 인사청문 위원으로 참석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자칫 형사사건 피고인이 자기변호를 하는 자리로 청문회를 변질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강욱 의원은 이에 대해 “저는 공직후보자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지 않다”며  “후보자와 제 악연은 윤석열 당선인 문제 때문에 생긴 일이고 한 후보자와 제가 원고‧피고로 만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모두발언에서 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발언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크다. 이 법안은 부패한 정치인‧공직자 처벌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검수완박 용어를 굳이 쓴 건 싸우겠다는 뜻이다. 인사말에서 ‘한 판 붙을래’ 이런 식으로 한 후보는 처음”이라며 한 후보자 사과가 없을 시 청문회를 진행하면 안 된다고 공세를 펼쳤다.

 

결국 오전 청문회는 한 후보자가 한마디의 질의응답에도 나서지 못한 채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민주당 의원들, 자료제출 말고는 할 말이 없나. 이러다 기네스 기록 세우겠다”며 “후보자에게 아예 말할 기회를 주지 않기로 짜고 나온 듯하다. 이럴 거면 그냥 집어치워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일 청문회가 열리기 전인 오전부터 한 후보자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자료를 낱낱이 공개하고 편법‧탈법을 고백하고 조용히 물러나는 게 그나마 남은 명예라도 지키는 길”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의원들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했던 검사 한동훈의 기준으로 장관 후보자 한동훈을 철저히 검증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이 새 정부 발목잡기에 나섰다며 인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 측은 7일 6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인준하지 않으면 추경호 대행 체제로 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윤 당선인측은 이날 다음과 같이 15개 부처 차관 인사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1차관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 상임이사 △기재부 2차관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 △교육부 차관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외교부 1차관 조현동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투자진흥사무소 대표 △외교부 2차관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통일부 차관 김기웅 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 △국방부 차관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외교안보센터장 △행정안전부 차관 한창섭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성호 행안부 재난관리실장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전병극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혁신경영본부장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김인중 농림부 차관보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장영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통상교섭본부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보건복지부 1차관 조규홍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 △복지부 2차관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환경부 차관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고용노동부 차관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 △국토교통부 차관 이원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해양수산부 차관 송상근 해수부 해양정책실장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조주현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 △대통령비서실장 직속 부속실장 강의구 전 검찰총장 비서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