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감사원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관련 정책으로 악화된 주요 통계 지표의 개선을 위해 청와대 등이 통계 산출에 의도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이 감사에 나선 국가 통계는 부동산원에서 작성하는 집값 통계(주택가격동향)와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득통계(가계동향조사), 비정규직 통계(경제활동인구조사) 등 크게 3가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여야의 공방이 오고간 가운데, 국회에서는 국가 통계기관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이 같은 논란의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적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 국가 통계 조작 여부 감사 위해 文정부 인사 조사 예정
지난해 9월 말부터 감사원은 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을 대상으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를 진행 중이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가계소득, 고용 등 통계에서도 일부 조작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2020년 7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문재인정부 들어 3년간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민간 조사기관인 KB부동산 통계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은 34%, 아파트는 52%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통계청의 결과와는 그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에 감사원은 문재인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 과정에서 통계를 조작할 목적으로 표본을 의도적으로 치우치게 추출하는 등의 고의적 왜곡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부동산원·통계청에 대한 실지감사(현장감사)를 실시했다. 또 국토부가 통계작성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은 없는지 등을 조사했다.
감사원의 부동산 관련 통계조작 의혹 조사의 초점은 이 같은 민간 조사기관과의 현격한 통계 차이가 조사 방법의 한계에 의한 것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인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문 정부의 경제활동인구조사도 논란이 됐다. 당시 통계청에서는 비정규직이 약 87만 명 폭등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친 문재인정부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통계의 조작·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2019년 10월29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비정규직이 전년 대비 86만7000명 폭증한 748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당시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언론 브리핑에 나서며 조사 결과를 해명했다. 비정규직 급증에 대해 “통계 기준과 조사방식이 바뀌었다”는 취지로 설명한 강 청장은 “전년도 조사결과와 비교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 청장은 또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로 병행조사를 하며 과거에 포착되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35만~50만 명 가량 늘어났다고도 밝혔다.
감사원은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 등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강 전 청장의 이 같은 해명이나 통계 발표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황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소득 격차 관련 통계에서도 문재인정부의 개입·조작 의혹이 일었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 재직 시절 통계청에서 2018년 5월24일 발표된 1분기 가계동향조사는 하위 20% 가구소득이 전년보다 8% 가량 감소한 반면, 상위 20%의 소득은 10.3% 늘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는 발표였다. 청와대는 다급해졌다. 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거꾸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튿날인 25일에 가계동향 조사 결과가 발표된 가구의 식별정보까지 포함된 마이크로데이터를 통계청에 ‘구두(口頭)’로 요청했다. 당시 비공개 자료 요청자는 홍 수석이었지만, 수신자는 강신욱 당시 보건사회연구소 연구실장으로 통계청 기록에 남아 있다.
통계청 비공개 자료를 넘겨받은 강 실장 등은 즉각 통계 손질에 착수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실직자는 제외하고 새로운 수치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재가공된 보고서는 같은 달 27일 청와대에 보고됐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이후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및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3개월 후인 2018년 8월 황 전 청장은 임기를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 채 취임 13개월 만에 경질됐다. 신임 통계청장은 강신욱 전 보건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이 됐다. 당시 황 전 청장이 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 어긋나는 통계 결과를 내놓아 괘씸죄로 경질됐단 의혹도 나왔다.
감사원은 통계청장 교체 이후 소득 통계가 개선된 점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은 표본가구 수를 늘리는 등 조사 방식을 바꿨고, 이후 조사에선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통계청이 소득분위별 표본을 조정했다는 의심을 받는 지점이다.
실제 황 전 청장 재임 시절 발표된 통계청의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값)은 5.95배로 나왔는데 강신욱 전 청장으로 교체된 이후 2019년 1분기 5분위 배율은 5.8배로 다소 나아졌기 때문이다.
與 ‘통계조작방지법’ 발의… “독립성·중립성 보장하고, 정권 입맛 맞는 통계조작 방지해야”
여야는 이 같은 문재인정부의 통계조작 논란에 대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감사원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부정하는 정부·여당의 기조에 충실한 정치감사·표적감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2019년 집값 통계의 숫자가 조작됐다며 추잡한 언론 플레이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국가통계 왜곡은 정권이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봐도 문재인정권 사람들은 소주성·탈원전·최저임금 인상을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신앙으로 숭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가의 정책 방향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통계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방지할 대책에 방안을 내놓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국가 통계기관이 고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요구되는만큼 기관장의 임기를 10년으로 보장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통계청은 기획재정부의 외청으로 종속돼 있어 단독으로 인사와 통계 관련 법 제정 권한이 없고 기재부를 통해야만 하기 때문에 정권의 영향력에 쉽게 좌우되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도 통계청의 지위를 독립적으로 보장해 이 같은 통계조작 논란을 피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장 출신의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실제로 통계청을 기획재정부 소속의 외청에서 국무총리 소속의 통계테이터처로 격상하고 통계청장의 임기를 5년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통계조작방지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통계청의 지위를 격상(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 △처장의 임기를 법률로 보장(통계법 일부 개정 법률안) △통계청의 중립성·독립성 보장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가통계위원회 또한 국무총리로 격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통계 조작이 사실이라면 통계청이 윗선의 외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조직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라며 “‘처’ 격상을 통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통계조작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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