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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엑스포 유치에 사활이 걸린 부산시 직접 가보니
[현장 진단] 부산엑스포 유치 D-100일… ‘재도약’에 총력전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유치전 11월28일 파리서 열려
해변아파트·관광도시 이미지에도 ‘인구감소·고령화·저성장’ 리스크
부산 시민 “엑스포 유치·産銀 본사 이전은 미래이자 꿈” 한 목소리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20 20:06:27
▲ 부산 북항 일원에 조성될 2030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 조감도. 부산엑스포 홈페이지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이벤트인 2030월드엑스포(국제박람회) 개최지 선정을100여 일 앞둔 시점이다. 유력 후보지인 부산은 필사적인 자세로 엑스포 유치에 달려들고 있다. 
 
'사생결단'이라 해도 좋을 만큼 지역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최근 몇년 급격한 인구 감소와 저출산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하는 청년이 증발했다고 평가된다. 화려한 겉모습을 한 꺼풀 벗겨낸 부산의 속살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급속하게 노령화된 이곳에는 ‘관광’ 말고 딱히 먹고살거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약 400만 명을 자랑하던 인구는 '300만 사수'가 목전이다. 부산시민의 공포는 지방소멸과 맞물려 ‘사회 붕괴’ 목소리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도전 정신의 부산'이라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도 엑스포 유치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기자는 광복절인 15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부산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해운대를 찾았다. 여름철 피서 막바지 해운대해수욕장에는 쨍쨍한 햇살 아래 바다경치를 즐기러 온 외국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가족 단위와 연인들의 모습도 많았다.
 
전국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해양도시인 만큼 전국에서 두 번째 높이의 101층짜리 엘시티와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단지 마린시티가 해수욕장과 함께 마천루를 이룬다. 모래사장에서 캐치볼을 즐기는 외국인들이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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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끝물 피서를 맞아 찾아 온 관광객이 많이 있었다. 부산=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해운대의 명소 전통시장 내 호떡집과 분식집 앞에는 관광객이 수십 명 씩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극성수기 국내외 수백 만 관광객으로 붐빈다는 해운대의 명성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다만 궁금해진다. 인구가 준다면서 왜 부산 전역에 초고층 아파트 건설이 진행 중일까. 해운대역 초역세권에 들어설 대우건설의 ‘해운대역 푸르지오 더원’에 이어 올해 1월 입주한 옆 블록의 신축 주상복합 ‘해운대센트럴푸르지오’가 지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부산 엘시티에 이어 국내 세 번째 고층건물인 부산롯데타워가 67층(342.5m) 규모로 첫 삽을 떴다. ‘해양도시’ 부산의 위상을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 많은 아파트가 어째서 지어지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부산은 인구 이미 330만 명선이 붕괴한 상태였으며, 2021년 기준 지역내총생산(GRDP)이2964만 원으로 전국 평균 4012만 원의 60%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 광주·대구 다음이다. 조만간 부산 인구가 300만 명 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부산시내 곳곳에 지어지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와 마천루를 이룬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부산=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인구 감소 현실을 현지인 모두가 실감하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60대의 부산토박이 택시기사 A씨가 말했다. “이미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공장이 많은 김해와 창원으로 다 빠져나갔다.” 남은 것은 “초고령 노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공장이 왜 부산을 떠났느냐’는 질문에“땅값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십여 년 전부터 부동산 투기붐에 땅값 폭등으로 공장들은 밀려났다.” A씨는 “프리미엄 붙여서 건물 올려 팔려는 전국 투기꾼이 죄다 부산으로 몰려들었다”며 “해운대를 조금만 벗어나면 어디를 가도 미분양 아파트·깡통 아파트”라고 개탄했다.
 
최근 부산의 급속한 재개발 속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묻지마’식 청약이 난무했다. 상당한 투기적 가수요의 존재를 의미한다. 이를 부추기는 ‘떳다방’ 중개업자들의 불법영업행위가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택분양가에 비정상적인 웃돈이 형성되면서 벼락부자가 생겨났다. 미분양 문제는 후순위였다. 일단 수요와 공급이 맞춰지니 아파트가 지어지고 가격이 급상승한 것이다.
 
부산의 민생경제는 더욱 암울했다. 2021년 기준 전국 100대 기업 중 부산 토착 업체가 하나도 없다. 지역지들은 앞다퉈 청년이 사라지는 부산에 대해 “먹고살기 위해 부산을 떠난다” “전문직 종사자도 기반이 없어 버틸 수가 없다”는 식의 비판 보도를 속속 내놓고 있다. 4인 가족을 위한 30평대 최고급 아파트를 서울의 절반값으로 살 수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 청년이 도시를 떠아냐 한다는 기막힌 상황이다.
 
각종 혜택을 약속하며 ‘제발 와 달라’ 아무리 읍소를 해도 기업들이 서울만 고집한다고 한다. “돈을 준다 해도 기업체가 부산으로 안 내려온다. 그러니 젊은이들 역시 자꾸 서울로만 가려 한다.” A씨는 이런 현실을 한숨쉬며 전했다. 부산시민의 울분과 안타까움은 체념 수준이다. 이럴 때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역대 정부들의 책임이 크다. 
 
▲ 2030년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산시.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산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한 바 있다. 정부가 부산 이전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밟는 중이다. 이전사업의 추진엔 산은법 개정이 필요하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은 부산 살리기를 위한 산은법 개정에 한마음 한뜻이다.
 
극에 달한 정치혐오 역시 부산 현실의 하나다. 부산에서 태어나 창원과 경기 수원에서 일하다 다시 부산으로 올라온 개인사업자 50대 B씨가 '부산의 패거리주의'를 꼬집었다. “극심한 패거리주의로 정치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여당 깃발이 꼿히면 지역구 관리를 안하고 총선 때나 잠깐 등장해서 표 구걸이나 한다”며 분노했다. “3·4대 한 가문이 독점해서 세습하는 혈통정치”를 비판하기도 했다.
 
토건세력 등의 세습정치에 질렸다는 현지 민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권의 유승민·이준석계가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넓히고 있음도 현장의 기류를 보니 가늠이 됐다. 부산 출신으로 10년간 부산에서 정당 활동을 해 온 30대 시민운동가 C씨는 “부산에서 새로운 목소리·개혁정치를 말하려면 현재로선 이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부산을 버린 것 같다.” C씨의 토로가 이어졌다. “부산 시민은 ‘산은 본점과 엑스포 유치’에 모든 것을 다 걸고픈 심정”이라며 “부산의 미래가 달린 두 현안에 주도적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국회의원이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란 이토록 절박한 문제다. 고령화와 먹거리 산업 증발로 쪼그라든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관광 해양도시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길밖에 없다. 그것이 부산의 꿈이자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이미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G-STAR·국제모터쇼·불꽃축제·비엔날레·원아시아 페스티벌·자갈치 축제·해맞이 축제 등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 인프라를 구비해 놓은 관광 대도시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 예정지인 북항 자성대부두·7부두와 부산항대교 야경. 현대자동차그룹 홈페이지
 
2030엑스포 개최지는 11월28일 파리에서 열릴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79개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BIE 회원국 파리주재 대사들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부산·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이탈리아 로마가 경합 중이다. 재계에서는 엑스포를 개최 시 사업비 4조8995억 원으로 60조 원가량의 경제적 효과를 예상한다.
 
역사적 함의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돈 벌자고 엑스포 하자는 게 아니다. 6·25 전쟁 당시 63개국의 지원을 받은 나라가 70년 후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됐다. 이제 인류를 위해 엑스포로 보답할 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항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부산의 재도약’을 위해 정부도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파리에서 주프랑스대사관을 중심으로 대통령실·외교부·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관이 함께하는 엑스포 유치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이달 28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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