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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PM·Personal Mobility)는 한때 서울 도심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킥라니’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시민들에게는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PM을 보며 시민들은 의문을 품는다. ‘왜 이렇게 없어졌을까?’
답은 단순하다. 바로 불법 주차 견인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불법 주·정차된 PM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단속해서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외부 용역업체가 돈벌이를 위해 스스로 신고하고 직접 견인함으로써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은 PM을 몰래 불법 구역으로 옮긴 뒤 자신들이 직접 신고하고 스스로 수거한다. 이렇게 수거된 PM 한 대당 약 4만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단속이 아니라 ‘수익성 높은 반복 작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 PM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견인업체는 PM을 슬쩍 이동시켜 ‘불법 상태’를 만들고 곧바로 신고 후 수거하는 식의 방식도 쓴다고 한다. 공익이라는 이름 아래 자의적으로 불법을 만들어 내는 셈이다.
이 피해는 PM 업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정상적으로 주차된 기기까지도 견인의 표적이 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제지하던 업체 직원이 견인업체 직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단속은 이제 위협이 되었고 PM 운영업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문제는 시민에게도 피해가 전가된다는 점이다. 계속된 견인과 누적된 비용 탓에 수익구조가 무너진 일부 PM 업체는 결국 견인비를 마지막 이용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무 잘못 없이 정상 이용을 했을 뿐인 시민이 예고 없이 견인비를 떠안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지자체도 이익을 본다. PM 업체는 직접 차고지에 가서 수거된 PM을 찾아와야 하는데 대당 4만 원의 비용과 주차비, 보관료 등이 더해진 각종 부대 비용을 청구받는다. 그 비용이 연간 수백억 원 수준이다. 비용 일부는 견인업체에 돌아가지만 일정 부분은 지자체의 수익으로 남는다. 행정과 민간업자 모두에게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 속에서 단속을 지속하는 것이다. 본래는 질서 유지와 공공안전을 위한 제도였지만 지금은 민간업자와 행정 합작의 수익 사업이 된 셈이다.
이러한 왜곡된 단속 구조는 전기자전거로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최근 일부 지자체는 전기자전거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의 견인을 추진 중인데 PM과 비슷한 30kg의 무게라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차량에 실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거 대상’으로 삼는다. 반면 더 무겁고 힘든 전기스쿠터는 사람 손으로 들어올릴 수 없기 때문에 단속 대상에서 사실상 빠진다. 단속의 기준이 ‘공익’이 아닌 ‘옮기기 쉬운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단속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목적 자체가 되어 버린 상황이다. 규제가 공정하지 않으면 질서 유지는커녕 새로운 혼란을 낳는다. 현재 구조는 기업과 시민 모두에게 책임과 부담을 전가하고 있으며 단속이라는 이름의 ‘돈벌이’가 점점 제도화되고 있다.
PM을 이용하는 시민과 이를 운영하는 기업 모두를 ‘단속 대상’으로만 보고 수익화하는 지금의 방식은 근본부터 재검토돼야 한다. 한 PM 업체 관계자는 “견인업체가 정상적인 PM까지 불법 견인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을 장치가 현재로선 전무하다.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있지만 버티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지금 필요한 건 단속이 아니라 공정한 제도다. 수익이 아니라 책임이고, 권한이 아니라 신뢰다. 행정이 공공을 위한다면 ‘누구를 위해 단속하는가’부터 다시 묻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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