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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과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유럽산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일괄 적용하기로 무역 협정을 타결한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 15% 관세를 미국으로부터 얻어 내지 못할 경우, 미국 자동차 시장의 ‘빅3 수출국’인 한·일·유럽의 3자 경쟁구도가 완전히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무역 협상 시한인 8월1일을 목전에 두고 막바지 설득에 나서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미국 측 협상 상대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시한 하루 전날인 31일 워싱턴 D.C.에서 만남을 갖고 막판 협상을 이어 가기로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따로 만날 예정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24일 회담한 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를 만났다.
하지만 관세 협상의 ‘도장’을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베센트 재무장관이 29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과 협상을 벌이기로 돼 있어 협상 시간이 많지 않다. 관건은 조건이다. 미국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 온라인 플랫폼 규제 철회, 자동차 등에 대한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요구 사항이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국내 농민들의 생계와 직결되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는 디지털 주권과 맞닿아 있다. 또한 자동차 분야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는 안전 기준과 환경 규제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적 관세 혜택에만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 국가 경쟁력 손상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여하튼 한국과 경쟁 분야가 상당 부분 겹치는 일본과 EU가 15%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는 상황에서 한국의 핵심 수출품에만 25%의 관세가 매겨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본산 차량은 이미 한국 차보다 한 대당 약 3000달러(약 400만 원)가 저렴해질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급상승했고, 같은 관세 기준이 곧 EU에도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관세는 벌써 영향을 받고 있다. 예컨대 기아는 2분기 매출액 29조3496억 원, 영업이익 2조7648억 원을 기록했다. 한데 작년 동기보다 매출액은 6.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24.1% 급감했다.
이재명정부는 대미 통상 협상에 민·관 총력 체제로 나서 국익 수호에 최선을 다하길 당부한다. 협상 전략을 촘촘히 짜고 시나리오별 대응책도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 협상을 원칙으로 하되 국익 증진이라는 원칙은 지키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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