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정몽원 HL그룹 회장 일가의 '부당지원' 의혹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 결과 발표를 촉구했다. 조사착수 여덟 달이 지난 상황에서 침묵으로 승계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3일 성명을 통해 "공정위가 결론을 미루는 매 순간이 승계작업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부당지원행위와 사익편취,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를 가리는 데 여덟 달이면 충분하다. 공정위는 더 이상 뜸 들이지 말고, 지금 즉시 조사 결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HL홀딩스와 비상장 계열사 HL위코, HL D&I, 그리고 정몽원 회장의 두 딸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사모펀드 로터스PE에 대해 전격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HL홀딩스는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로터스PE 운용 펀드에 총 2170억 원을 출자했다. 이는 2023년 연결 영업이익의 2.4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그것도 회사가 직접 나서지 않고 비상장 계열사를 경유하는 우회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노조는 특히 "HL위코는 2023년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태에서도 모회사 유상증자와 차입금으로 출자 재원을 마련했다"며 "정작 이 돈이 흘러간 로터스PE는 임직원 3명 수준의 껍데기 회사로 출발해 4년여 만에 운용자산 3600억 원 규모로 몸집을 불렸고, 정작 투자 성적은 부진해 평가손실만 436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의혹이 조사받는 동안에도 진행돼 온 승계 정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조사가 시작된 지 5개월째인 올해 5월, 정 회장의 두 딸은 나흘에 걸쳐 매일 같은 수량의 HL홀딩스 주식을 나란히 사들였다. 날짜도 같고 수량도 같았다. 정 회장의 사위는 계열사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노조는 "지분은 딸들이, 자리는 사위가 채우는 방식으로 소유와 경영 양쪽에서 승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며 "보다 못한 소액주주들은 약 1830억 원 규모의 배임 소송을 직접 제기했다. 행정 조사보다 사법 절차가 먼저 움직이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신속히 밝혀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하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조사가 늦어질수록 승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완성되어 버린다"며 "지분은 계속 매입되고 있고, 사위는 이미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총수 일가 승계를 위한 자금 유용을 즉각 중단하고, 그 돈을 노동자의 안전과 정당한 몫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며 "공정위가 결론을 발표하는 그날까지, 이 회사가 노동자의 생명보다 총수 일가의 승계를 앞세우는 그 관행을 바꿔놓는 그 날까지 감시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 씨가 끼임사고로 숨진 HL만도 공장에서 최근 6년 동안 21건의 끼임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도 고 김승모 대책위’는 "만도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안전시스템 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종합안전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HL만도는 HL그룹의 계열사다. 정 회장은 HL만도의 등기이사다. 금속노조와 대책위는 지난달 24일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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