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지 15주년 되는 해다. 인천공항은 지난 2001년 3월 29일 개항했다. 김포국제공항의 국제선 노선을 일괄 이관 받은 것이다. 신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서울 강서구 일대 인구밀집지역 인근에 자리 잡은 공항의 확장이 불가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만한 공항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됐었다. 1992년 영종도가 낙점돼 공사가 시작됐다. 용유도 사이의 간척지 위에 세워진 인천공항은 2005년 이후 줄곧 세계 공항순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한민국의 대표 공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신공항’이 연일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영남지역에 들어설 신공항 타당성 용역조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갈등이 고조되다가 급기야 이전투구 양상의 복마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갈등에 정치권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차기 대권지형 포석까지 얹혀진 모양새다. 하지만 영남권 신공항이 과연 지역주민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이로운 사업이냐를 두고 회의론이 일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중심에 있는 정치권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망국적 작태다”는 원색 비판까지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영남지역 갈등의 단초가 된 신공항과 이를 둘러싼 각계의 목소리 등을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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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사진·세종청사)는 오는 24일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중심으로 ‘유치경쟁’을 넘어 ‘갈등 복마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이 갈등의 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스카이데일리
내달 24일 발표될 것으로 전해진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발표가 다가오면서 후보지 간 경쟁이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등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동남권 신공항 자체가 지역경제 부흥의 ‘신기루’라고 경고한다. 공항 등장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끼치게 될 영향력이 기대에 거의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이번 갈등의 배후로 정치권을 지목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당리당략이 영남권 신공한 갈등의 진앙지라고 지목받고 있는 가운데 실제 정치권의 셈법도 복잡한 상황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칫 어느 한쪽이 치명적으로 영남권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영남지역에서는 ‘여 vs 야’, ‘PK vs TK’ 구도의 전선이 형성된 상태다.
“가덕도냐 밀양이냐”…거리로 나선 시민들 ‘유치경쟁’ 격화
현재 동남권 신공항건설로 인해 영남지역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지자체별로도 편이 나뉘었다. ‘부산 가덕도’를 지지하는 측은 부산광역시와 거제시 등이다. 반면 밀양을 지지하는 측은 밀양시를 비롯해 대구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북도·경상남도 등이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발주한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이 발표되는 내주 금요일(24일)이 가까워지면서 갈등은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영남지역 거리 곳곳에는 각 지역이 희망하는 공항유치를 위한 슬로건이 담긴 현수막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밀양과 부산 등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신공항 유치에 열띤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연구·평가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주민갈등이 전개됨에 따른 우려에서다.
▲ ⓒ스카이데일리
항공학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공항건설은 특정 지역의 사안이 아닌 국가차원에서 고민돼야 할 국가 기간시설이다”며 “연구용역 결과 둘 모두가 ‘낙제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너무 고조된 열기는 자칫 정치권의 무리한 추진을 불러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공항입지가 해당 지역과 인접한 지역경제에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면서 “인천국제공항이 대한민국과 서울의 관문이 된지 15년이 흘렀지만 영종도 지역경제가 부흥된 것 또한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본질을 잊은 채 지자체별로 유치경쟁에만 열을 올리게 되면서 정치권이 지역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높다. ‘알맹이’는 잊힌 채 ‘갈등’만 남은 이 같은 과열양상에 대해 당국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청와대 측은 “용역결과가 존중돼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강조한 채 갈등해결에 한 발 뺀 모습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16일 “ADPi의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신속한 절자가 진행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쟁 전락한 ‘영남’ 어쩌다가…후폭풍 거세 ‘대권’에도 영항 끼치나
지난 14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안동 도청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비전문가 정치인들이 신공항을 좌지우지 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불행을 초래할 것이다”며 “신공항이 정치공항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이 ‘발을 빼’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호소문 발표 자리에는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도 함께 자리했다. 과한 경쟁으로 인해 지난 2011년처럼 무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긴급회동을 성사했다지만 이들 4개 지자체장의 회동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모두가 밀양공항 유치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들 4개 단체장은 지난달 17일 밀양에서 한 차례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들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이들과 대립각을 펼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권민호 거제시장도 같은 당원이다.
▲ 지역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발을 빼야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신공항’이 신기루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막연하게 기대하는 막대한 경제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밀양 신공항 조감도, 밀양공항 지지 지자체장 기자회견(왼쪽부터 권영진 대구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가덕도 유치 희망 부산시민 궐기대회 모습 [사진=뉴시스]
영남권이 표밭인 새누리당의 경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은 분위기다. 영남 내부의 이슈화된 사안에 각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구 위주의 입장을 드러내면서 당 내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여당뿐만이 아니다. 더민주 역시 ‘TK’ 김부겸, ‘PK’ 문재인으로 나뉘어 신공항 갈등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밀양’을, 문 전 대표는 ‘가덕도’를 유치희망하고 있다. 사실 상 여·야 모두 당론과 관계없이 지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신공항유치가 정치·정무적으로 결정되는 듯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 시장이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이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TK 지역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대표적인 표밭이다. 여기에 최근 ‘친박의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본인의 고향 충청지역과 더불어 경북지역의 민심몰이에 나섰던 것과 연계돼 대권행보를 위한 정치적 판단으로 ‘밀양’이 가덕도를 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게 됐다. 일부에선 ‘신공항 내정설’까지 나왔다. 결국 신공항으로 인한 지역갈등이 정치권 계파갈등의 대리전 양상까지 넘나드는 모습으로 확대됐다.
친노 좌장이라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가덕도 유치를 통해 호남권에서 잃은 텃밭을 PK를 통해 확보해야 하는 절박감이 있다는 해석이 많다. 대권지형 구도가 호남표를 이른바 ‘안철수표’로 묶는다는 전제하에 ‘반기문-문재인’ 구도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전제할 경우 신공항은 정치권 세대결 양상으로 확전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정치권의 한 중진의원은 “충청·강원·TK 라인이 반기문이라면 이 지역 선거인수 면에서 뒤지지 않는 PK 라인의 대권지형이 신공항으로 충돌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JTBC 시사평론 예능프로그램 ‘썰전’의 객원 패널로 참석 중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신공항과 관련해 쓴 소리를 날렸다. 유 전 장관은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빨라 고속열차 등 다른 교통수단이 발전하고 있다”면서 “10년 이상 소요되는 공항이 그 때가서는 불필요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도 작은 국토에서 인천공항이 국제 노선 기준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덕도든 밀양이든 의미없는 국제공항으로 전락할 여지가 매우 많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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