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인들은 한복에 대해 막연히 덥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직접 입어 본 한복은 덥고 불편했다. 하지만 한복을 자주 입어 온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위 사진)의 모습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복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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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한복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려서 입어봤다. 6월 하순의 찌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옷감의 재질은 두꺼운 편이었다. 때문에 한복을 입고 길거리를 돌아다니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대여점에서는 소형 손 선풍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특히 몇 년만에 입어본 한복의 재질은 지나치게 까끌까끌했다. 때문에 저고리 안쪽으로 맨 살이 닿는 부위가 신경 쓰였다. 입고 다니기 시작한지 한 시간쯤 지나자 적응이 됐는지 까끌까끌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지 않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24·여)는 “한복이라고 하면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며 “하지만 내가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편하고 더울 것 같아 전통 한복보다는 개량 한복을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길거리에서 전통한복을 입은 사람을 마주쳤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덥고 불편할 텐데’ 였다”며 “또 결혼식 같은 행사에 가는 중이거나 인근 관광지를 구경하는 관광객으로 여긴다”는 의견을 밝혔다.
요즘에는 일상에서 한복을 입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한복 입은 사람을 보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경복궁, 북촌 등 관광명소를 제외하면 찾아 볼 수 없었다.
▲ ‘한복 세상을 꿈꾸다’(이하 한꿈)라는 한복 동호인 모임에서는 매 달마다 한복을 입고 모이는 모임을 개최한다. 회원들은 한복 입을 기회를 최대한 많이 갖는 것이 한복 모임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했다.ⓒ스카이데일리
매달 한복 차려입고 동호인 모임 “자주 입으면 양장보다 더 편해”
한복이 불편하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한복을 자주 입는 사람들은 ‘오히려 양장보다 한복이 더 편안하다’고 한다. “한복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이만큼 편안한 옷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는 ‘한복 세상을 꿈꾸다’(이하 한꿈)라는 한복 동호인 모임의 월례 정기행사에 참석해 보았다. 매 월마다 한복을 입고 만나는 모임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회원들은 “한복 입을 기회를 최대한 많이 갖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정기모임에는 10여명의 회원이 한복을 입고 나타났다. 저마다 한복 입기를 좋아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2011년부터 5년째 한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 한꿈의 홍경아(48) 대표는 “처음에는 한복을 입으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게 좋아서 즐겨 입기 시작했다”며 “한복은 종류도 천의 재질도 다양해 날씨와 몸에 맞는 옷을 입으면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정기모임에 전통한복이 아닌 개량된 생활한복을 입고 온 A씨는 “고향이 전북 고창군인데, 우리 동네에는 고창읍성 등 문화재도 많고 어린 시절부터 한복 입고 지내시는 분들을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서 서울에 올라와서도 상대적으로 편한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는 편이다”고 말했다.
일상복으로 전통 한복의 한 종류인 ‘답호’를 자주 입는다는 B씨는 “답호는 양장의 얇은 점퍼와 비슷하게 생겨 양장과 함께 입어도 잘 어울리는 편”이라며 “답호를 보고도 한복인 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답호는 옷깃이 곧고 반소매가 팔꿈치에 이르는 형태의 겉옷이다. 옷길이는 발목까지 오며 옆트임이 있다. 주로 남성 한복을 입을때 겉에 입는다
한복을 입고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 한복 종류에 대해 알아보다가 한복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는 C씨는 “한꿈을 통해 한복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됐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복이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자세하게 배울 기회도 많지 않다. 그것이 한복 입는 걸 어색하게 여기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들어서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층 사이에 한복 입기가 다시 유행을 타서 다행스럽다고 덧붙였다.
요즘 민속촌, 북촌, 궁궐 등에서 ‘한복 입고 사진 찍기’가 유행이라 해서, 한복을 차려 입고 경복궁에 갔다. 외국인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기에 바빴다. 어림잡아 전체 관광객의 30% 이상이 한복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
경회루를 배경으로 친구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던 정모씨(20·여)는 “더운 여름에 긴 팔의 한복을 입고 있으려니 덥고 불편한 건 사실”이라며 “다행히 처음에 각오했던 것보다는 시원한 편이고, 옷이 정말 예뻐서 기분이 좋다”면서 활짝 웃었다.
정씨는 이어 “원래부터 한복에 관심이 많았던 편”이라며 “최근 SNS에서 친구들이 경복궁 등지에서 한복 입고 사진 올리는 걸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려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 한복 전문가들은 연예인, 사회 지도층 등 대중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인사들이 자주 한복을 입어 대중들로 하여금 한복을 친숙하게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윗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술녀 대표와 무한도전 멤버들, 박 대표와 배우 황정음씨 , 지난 4일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영화 ‘굿바이 싱글’에 출연하는 배우 김혜수씨 [사진=박술녀한복, 뉴시스]
“미디어에 한복 입는 모습 자주 노출시켜 대중들이 익숙하게 느껴야”
한복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들의 한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오히려 젊은이들이 한복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기성세대들의 한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지난 32년간 한복 전문가로 활동한 박술녀(60)씨는 “기성세대들도 최소한 가까운 친척의 결혼식이나 중요한 행사에서는 한복을 입어야 한다”며 “30여년 전 한복을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한 사람당 거의 대여섯벌의 한복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두세벌 있으면 많은 것이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복 전문가는 “한복은 결혼식에만 입는 옷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또 연예인들을 통해 노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예인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입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입는 것도 한복 홍보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라며 “이명박, 김윤옥 전 대통령 부처나 홍라희 여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한복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복 운동가인 한꿈의 홍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한복의 맥이 끊기다시피 한 가장 큰 원인은 일본 제국주의자들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쓴 ‘코리아’라는 책에서 일제강점기 때 민족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젊은 세대에게 한복을 입지 않도록 유도했다는 식의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때 이후로 한복 입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다가 1997년 IMF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복의 맥이 완전히 끊긴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생활 의복으로서의 한복의 맥은 끊기다시피 했지만 20여년 간의 한복 전문가들의 노력과 SNS의 만남으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한복이 다시 부활해 파급력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제대로 된 한복을 입지 않는다며 비판하는 기성세대가 있는데, 제대로 된 한복 문화를 가르쳐주지 않고 젊은 세대를 탓하는 건 이율배반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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