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한복의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구매 보다 대여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한복 업체들이 대여 사업에 눈을 돌리는 사이, 신진 디자이너들이 저렴한 가격에 실용성을 갖춘 생활한복을 속속 내놓아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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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처음부터 ‘생활 한복’을 콘셉트로 뛰어든 신생업체들은 패션의 연장선에서 한복을 재해석하고 있어 호평을 얻고 있다. 한복을 토대로 새로운 패션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신생 생활 한복업체들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통 한복과 생활 한복 업체 사이에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전주를 중심으로 20~30대 사이에서 시작된 한복 열풍은 최근 경복궁, 인사동 등 서울 주요 관광지까지 확대됐다. 이에 한복 제조 및 판매업체들은 한복 열풍을 반겼다. 이들 업체들은 수년 간 답보 상태에 놓인 한복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복시장의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1조3000억원에 머물렀다. 약 55조원으로 추정하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한복시장의 규모가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한복 업계 관계자는 한복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한복을 직접 구매하는 사람은 되레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빌려 입는 사람만 늘어났을 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복 소매업의 매출액은 △2012년 913억6900만원 △2013년 878억3100만원 △2014년 863억8700만원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복 제조업체와 종사자의 숫자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4년 한복 제조업체 수는 3054개로 2007년 4562개에 비해 약 33% 감소했으며, 한복 제조업 종사자 수 역시 2007년 6476명에서 2014년 4478명으로 31% 줄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B한복집 직원은 “결혼식을 제외하면 한복을 사 입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게다가 대여업체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맞춤 한복 손님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요즘은 명절에도 한복 입는 집이 드물지 않느냐”며 하소연했다.
너도나도 대여 사업 가세…대여비 1/3로 폭락 “인건비도 못 건져”
한복 판매 사업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전통한복 업체들은 하나 둘 한복 대여 사업에 앞다퉈 진출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업체가 한꺼번에 몰리며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던 대여 사업마저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 전통 한복 업체들이 잇따라 한복 대여 사업에 뛰어들며 업체들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복궁 인근 한 대여업체는 1만원 남짓한 대여비로 가게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방문객이 많은 주말 오후 경복궁 일대 한복 대여점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한복 열풍이란 말이 무색하게 대여 손님의 모습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복궁 한복이야기’를 운영 중인 이정숙 대표는 지난해 맞춤한복 사업을 접고 대여점을 오픈했다. 이 대표는 한복 대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인근에 유사 업체가 많지 않아 ‘재미’를 봤다. 하지만 6개월 전부터 한복 대여점이 경복궁 주변에 속속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만 대여점 6곳이 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1년 전만해도 주말이면 가게 바깥쪽까지 손님이 길게 줄을 늘어섰지만 최근에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늘어나 업체들 간 출혈 경쟁으로 가격만 낮아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경복궁 인근의 한복 대여 가격은 2시간에 1만원~1만5000원 선이다. 월세, 광고비, 한복 유지비 등의 비용을 감당하기엔 턱 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여점 ‘그날 그 한복’의 이제근 대표도 대여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초기 5만~7만원이던 대여 비용이 1만~2만원으로 떨어졌다. 기존에 돈을 받던 액세서리 대여, 사진촬영 등도 지금은 무료로 서비스한다. 말 그대로 ‘본전’도 못 찾고 있다”며 “우리업체의 경우 2시간에 1만원의 대여비를 받는데 인건비도 안 나온다. 한복을 입고 벗는 데 손이 많이 필요해 인력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복 대여업이 미래가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여점을 찾는 고객 중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 언제까지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Y대여점에서 근무하는 직원 정 모 씨는 “한류가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고, 국내 수요도 크게 늘지 않아 앞으로 문 닫는 대여업체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생활한복 업체 1년새 60곳 생겨… 20~30대 디자이너, 마니아 창출
한복 대여업을 비롯한 전통한복 산업이 고사 위기에 놓인 가운데 ‘신(新) 한복’을 내세운 신규 업체들이 한복시장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생활한복을 구매하는 젊은 층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더불어 20~30대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생활한복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황이슬(29) ‘리슬’ 대표는 한복 붐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힌다. 리슬은 20대 여성들 사이에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평을 받았고 최근 하이트진로와 ‘이슬톡톡X리슬 팝업스토어’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 하이트진로와 리슬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탄산주’와 ‘한복’의 만남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이슬톡톡X리슬 팝업스토어’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벤트는 오픈 후 첫 주말에만 2만500여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12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4층 리슬 팝업스토어에는 여성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리슬의 한복과 함께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본 고객들은 한결같이 ‘예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연히 리슬 매장을 방문했다는 김지연 씨는 “페이스북에서만 보던 생활한복을 직접 입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편하고 예뻐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전통한복의 10분의 1 수준이라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유미선 씨는 “일상에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생활한복이지만 위아래를 모두 갖춰 입기엔 아직 어색하다”며 “대신 캐주얼 상의에 허리치마 한복을 매칭해서 함께 입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황 대표는 “전통한복은 현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긴 길이, 넓은 폭, 튀는 디자인 등 기존 한복이 갖고 있던 불편한 점을 개선해 새로운 이미지의 생활한복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리슬을 통해 생활한복이 알려지며 많은 신규 업체들이 등장했다. 1년 2개월 전 문을 연 ‘라온미나’도 생활한복 시장이 막 생겨나던 때 문을 열었다.
최진미 라온미나 대표는 “사업 초기와 생활한복 업체는 5~6곳뿐이었지만 현재는 60~70개의 업체가 생활한복을 판매 중이다. 생활한복 마니아 층도 생겨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생활한복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복진흥센터 관계자는 “생활한복 시장이 아직 성숙한 단계는 아니지만 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1조원 초반에 멈춰있는 한복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산업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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