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김영란법 시행으로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자사 앱에 결제 후 인원수로 나눠 내역을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탑재했다. 법인카드와 연동해 결제내역을 경비처리 담당자에게 즉각 전송해주는 상품도 출시됐다. 사진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본사로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농협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스카이데일리
최근 금융권에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더치페이 기능을 추가한 신용카드와 앱 등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21일 금융권 및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영란법으로 인해 1인당 식사 대접 금액이 3만원 이하로 지정되면서 소액 카드결제가 증가하고 음식 값을 각자 부담하는 더치페이 현상이 확산됐다.
지난달 28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접대문화가 줄어들고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라는 상한선이 정해졌다. 유통업계에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증가했고 식당가에서는 3만원을 넘지 않는 영란메뉴가 개발됐다.
김영란법은 금융권에도 영향을 줬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기존 더치페이 서비스가 특수를 맞고 있다. 김영란법에 대비한 특화카드와 신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는 곳들이 속속 생겨났다.
이미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기존 모바일 앱에 더치페이 기능을 탑재해 서비스 하고 있고,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역시 모바일 앱에 더치페이 기능을 추가할 계획을 잡고 있다. 기업은행은 ‘IBK 법인카드 앱’과 연동해 카드 이용내역을 즉시 기록하고 동시에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각자내기카드’ 상품을 내놨다.
은행 앱 ‘더치페이 문화’ 정착에 기여…결제내역 보내고 송금 확인하고
농협은행은 지난 8월 출시한 모바일 앱 ‘올원뱅크’에 더치페이 기능을 탑재했다. 1인당 부담금을 계산해주고, 개개인에게 관련 내역을 전달해준다. 송금 기능도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원뱅크 가입자 수는 지난 10일 기준 20만명을 넘었고 3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더치페이를 포함한 간편 송금 이용건수와 금액은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 모바일앱에서 제공하는 더치페이 기능은 조작법이 간단했다. 결제금액과 인원수를 입력하면 앱에서 자동으로 금액이 나뉜다. 해당 내역을 문자메세지나 SNS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송하면 된다. 송금내역도 앱에서 확인가능하다. 사진은 농협은행 앱의 더치페이 기능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올인뱅크 앱을 설치해 더치페이 서비스를 사용해봤다. 가입절차는 간단했다. 계좌번호, 주민번호, 이름, 핸드폰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한 다음 핀번호를 설정한다. 설정된 핀번호는 앱 이용시 활용된다. 인증방업은 핀번호 이외에도 공인인증서, 지문인증, 안심보안카드, NH스마트인증 등으로 다양하다.
홈 메뉴 중 ‘더치페이’를 클릭한다. 메뉴는 ‘받는 분으로 계산’ 또는 ‘인원수로 계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기자는 ‘인원수로 계산’을 선택한 후 인원수에 2명, 총금액에 1만2000원을 입력한 뒤 계산하기를 눌렀다. 자동으로 금액이 6000원씩 나눴다. 함께 계산할 상대방을 선택해 SMS나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면 끝이다. 송금내역은 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받는 분으로 계산’을 누르면 핸드폰에 저장돼 있는 주소록이 뜨며 상대방을 고를 수 있다. 이하 과정은 동일하다.
농협은행 김승태 차장은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면서 고객들이 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 앱을 설치했다는 직장인 전승권(33)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점심 시간에 더치페이를 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며 “김영란법이 적용 대상자 400만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직장인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KB국민은행 모바일 앱에도 모임일정은 물론 회원 명부와 장부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우리은행 앱 ‘위비뱅크’에도 더치페이 기능을 탑재됐다. 미납자에게는 문자메시지, SNS 등으로 비용을 요청하는 서비스를 마련 중이다. 기업은행 모바일뱅크 ‘i-ONE뱅크’에는 ‘휙 더치페이’ 기능이 추가됐다. 이 서비스를 통해 각자 부담해야 할 내역을 카카오톡, 밴드, SMS 등으로 공유할 수 있다.
임·직원 법인카드 결제 내역 자동 저장…경비 담당자에게 즉시 전달
기업은행은 법인을 위한 카드 상품과 서비스를 동시에 출시했다. 지난 15일 출시된 법인카드 ‘각자내기카드’는 어플리케이션 ‘IBK 법인카드 앱’과 연동해 카드 이용내역을 즉시 기록하고,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카드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그 내역을 확인하고 입력할 수 있으며, 해당 내용은 즉시 경비처리 담당자에게 전달된다.
▲ 금투업계 전문가들은 김영란법 관련 상품과 서비스로 국내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모바일 앱이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은 이용이 더딜 수 있으며, 모임의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보안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시스]
서초남지점 박진 계장은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정부 정책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신상품인 ‘각자내기카드’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계장은 “지난해 모 대기업에서 법인카드로 회식비를 결제한 후 증빙을 소홀히 하고 경리에서 알아서 하라고 시킨 임원이 문제가 됐다”며 “이 카드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임직원이 법인카드를 어디에서 얼마를 결제했는지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각자내기 카드로 결제하면 스마트폰 어플 ‘IBK법인카드앱’에 자동 기록되기 때문에 증빙내역이 누락되지 않는다. 투명하게 기록하고 관리하라는 의미에서 카드를 투명하게 디자인했다.
각자내기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이 법인카드로 해당 상품을 발급한 다음 임직원들이 ‘IBK법인카드앱’을 설치하면 된다. 앱을 설치하면 카드를 등록하는 창이 뜨고 카드인증을 하면 회사 정보가 조회된다.
IBK기업은행 김윤규 계장은 “개인카드가 아닌 법인카드라서 일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이 있다”며 “각자내기카드를 출시하면서 관련 앱에 비망록 서비스가 업데이트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얼마나 팔렸는지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있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김영란법으로 더치페이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되면서 각자 부담하는 결제문화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모바일 앱이 익숙지 않은 세대에게는 이용이 미흡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대표는 “앱 사용시 보안 취약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모임의 정보, 가령 어떤 모임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등 관련 정보가 누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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