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규 부장
양꼬치집이 전국 주요 상권을 꿰차고 있다. 양꼬치가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구이집은 피크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7시부터 9시까지다. 삼겹살집이든 한우집이든 저녁 시간에 장사가 안 되면 그날은 공치는 날이다. 그런데 양꼬치는 구이집이지만 피크 타임이 없다.
양꼬치집은 1차로 갈 수 있다. 마파두부나 깐풍기와 같은 중국요리를 추가하면 저녁 식사가 해결된다. 2차에 갈 수도 있다. 웬만한 남자들은 2차로 가도 양꼬치 1인분 정도는 너끈하게 먹을 수 있다. 삼겹살이나 등심처럼 기름지지 않아서다. 양꼬치집은 노래방에 갔다가 자정이 넘어 3차로 갈 수도 있다. 새벽에 양꼬치집에는 얼큰한 중국식 탕을 시켜 해장술을 마시는 술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새벽 2시까지 양꼬치집이 영업을 하는 이유다.
겨우 1~2회전 하는 다른 구이집보다 테이블 회전율이 좋다보니 체인 사업도 활발해졌다. 대림동에서 양꼬치집을 운영하는 중국동포 A씨는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 말고 체인에서 들어오는 수입만 연간 1억원이 넘는단다. 이미 자수성가한 부자로 소문이 자자하다.
양꼬치의 대중화는 2000년대 이후 시작됐다. 국내 양꼬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1999년 12월 3일이다. 이 날은 재외동포가 국민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고 근로를 할 수 있게 된 ‘재외동포의 출입국 및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날이다. 이를 계기로 중국동포의 유입이 활발해졌고 동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양꼬치집이 생겨났다. 편의상 양꼬치집으로 부르긴 하지만 당시 양꼬치집은 중국동포 고향음식점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양꼬치는 많은 메뉴 중 하나였을 뿐이다.
양꼬치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2007년 3월 4일 시행된 방문취업제와 연관이 있다. 방문취업제로 한국에 올 수 있는 웬만한 중국 동포들은 한국에 왔다. 가족 단위로 이주를 하다보니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개중에는 동포 밀집지를 벗어나 일반 상권에서 음식점을 개업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도 지역을 막론하고 양꼬치집 상당수는 재중동포가 운영하고 있다.
▲ ⓒ스카이데일리
사실 양꼬치는 유목민족의 음식이다. 한국인은 양고기에 익숙하지 않은 민족이다. 연변 양꼬치가 유명하지만 재중동포들이 양꼬치를 먹었던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양꼬치는 원래 개혁개방 이후 대도시에 유입된 신강 위구르족이 호구지책으로 양꼬치를 팔면서 중국 전역에 퍼졌다.
양꼬치가 연변 중국동포들에게 본격 전파된 것은 1980년대말로 알려졌다. 이후 매운 것을 좋아하는 중국동포들이 쯔란에 고춧가루를 첨가해 지금의 연변식 양꼬치를 완성했다. 강한 양념은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줬고, 양꼬치가 대중화되는데 기여했다.
양은 크면 클수록 몸에 카프릴산과 펠라르곤산과 같은 지방산이 축적되면서 특유의 누린내가 강해지고 고기는 질겨진다. 누린내가 나는 것은 성인 양이고 어린 양은 누린내가 없다.
양은 생후 1년 미만의 젖 뗀 어린 양고기를 램(Lamb), 1년에서 1년 7개월 미만 호깃(Hogget), 1년 7개월 이상된 양을 머튼(Mutton)이라 한다. 램과 머튼의 구별은 앞니 영구치 유무로 판단한다. 양은 1살 무렵에 아래턱에 영구치 앞니가 나기 때문이다.
맛있다고 이름난 양꼬치집은 대부분 램을 사용한다. 양꼬치로 주로 사용되는 부위는 램의 어깨살과 배갈비살(삼겹살)이다. 배갈비살이 가장 맛이 있지만 지방을 제거하면 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깨살을 섞어서 많이 쓴다. 지방이 없는 어깨살을 쓸 때는 퍽퍽한 식감을 줄이기 위해 꼬치 중간에 지방을 끼워 넣는다. 지방의 고소한 맛으로 혀를 속이는 것이다.
어깨살이라도 램을 쓰는 곳은 고급인 곳이다. 저렴한 양꼬치집에서는 램보다 싼 머튼을 사용한다. 그것도 어깨살이니 뱃살이니 하는 특정 부위가 아닌 정형하고 남은 잡육을 쓴다. 잡육은 램처럼 제거해야할 지방이 적어 램 가격의 절반 정도로 원가를 맞출 수 있다.
양고기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이 램인지 머튼인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강한 향신료로 무장해 누린내를 잡고 중간에 지방을 끼워놓아 부드러움을 추가한 머튼은 쉽게 램과 구분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원산지 표시는 국적만 표시할 뿐 머튼인지 램인지는 표기하지 않아 눈으로는 확인할 방도가 없다. 다만 메뉴에 ‘고급’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램일 확률이 높다.
한국인들이 램과 머튼을 구별하지 못하더라도 양꼬치의 승승장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꼬치는 과거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졌던 외식 아이템과 달리 생명력이 강하다.
양꼬치의 종주국으로 알려진 신장 위구르는 중국에 의해 소수민족으로 전락했지만 그들의 양꼬치는 중국을 평정했다. 그리고 무서운 기세로 한국인들의 입맛을 점령하고 있다. 양꼬치에 중국 맥주를 먹는 ‘양꼬치 앤 칭따오’가 외식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인 입맛 길들이기에 성공한 양꼬치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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