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재열풍이 불면서 40~50대 중장년 남성들의 문화,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헤어스타일 패션에도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늘어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중장년(이하·중년)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연예계는 물론 유통업계와 의료·뷰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년 남성이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아재열풍’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한 현상이다.
유통업계 및 사회학자 등에 따르면 경상도 방언인 ‘아재’는 아저씨를 낮춰 부를 때 쓰이는 말이다. 남성을 일컫는 말로 쓰이면서 자연스럽게 널리 퍼졌다.
처음에는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중년남성을 조롱하는 어감으로 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단어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경제력과 젊은 감각을 모두 갖춘 중년의 남성을 일컫는 단어로 주로 쓰이고 있다.
아재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연예계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에 뒤처진 농담, 일명 ‘아재개그’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하나의 웃음 코드로 자리매김 했다. 또 영화계에서 연기파 조연으로 불렸던 중년 남성 배우가 대중의 호응을 얻으면서 ‘아재’라는 단어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욱 부각됐다.
‘아재열풍’은 중년 남성들의 문화, 라이프스타일 등의 변화로까지 이어졌다. 과거 일과 집 밖에 몰랐던 중년 남성들은 최근 인생을 좀 더 즐기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오로지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고 돈을 썼다면, 이제는 자신을 가꾸는 데도 서슴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그루밍족(groom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재벌가 사위가 푹 빠진 그 곳…남성을 위한 전용공간 ‘바버샵’ 인기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중년 남성들은 최근 당당하게 자신의 ‘멋’을 찾아 나서고 있다. 자신을 가꾸는 행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가꾸는 중년 남성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찾는 곳은 헤어숍이다.
과거 중년 남성들은 머리를 다듬기 위해 번화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용실·헤어숍·이발소 등을 찾았다. 미용실이나 헤어숍의 경우는 여성 고객들이 주를 이루는 탓에 민망함을 무릅써야 할 때가 적지 않았다. 머리 모양에 신경 쓰는 것 자체를 민망하게 여기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자연스럽게 헤어숍 문턱을 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남성전용 헤어숍인 ‘바버샵(Barber Shop)’이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바버샵은 이발사를 일컫는 영어단어 바버(Barber)에서 따온 말로, 우리말로 하면 이발소 쯤 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헤아(HERR)’는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고급 바버샵이다. 매장 1층에는 머리 손질을 위한 공간이 갖춰져 있다. 매장 내에는 1920년에 만들진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의자도 마련돼 있다. 매장은 전반적으로 중년 남성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클래식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 최근 남성들 사이에서 남성 전문 헤어샵인 ‘바버샵’이 각광을 받고 있다. 20~30대 젊은 층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링을 받고 싶은 중년남성들의 발길이 북적인다. 일부 바버샵에서는 남성들이 헤어관리뿐만 아니라 의류, 구두 판매 등 쇼핑까지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다. [사진=헤아]
2층에는 의류, 구두 등의 외국 유명 브랜드 매장이 숍인숍 형태(매장 내에 또 다른 매장이 입점에 있는 형태)로 입점해 있다. 고객들에게 기본으로 제공되는 신발관리(슈즈케어) 공간도 마련돼 있다. 2층에서 판매되는 의류·구두 역시 이태리·미국·일본 등에서 공수돼 온 클래식한 스타일의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상윤(30) 헤아 대표는 “남성들이 여성들로 북적이는 공간인 미용실에서 헤어에 대한 고민을 얘기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남성 고객들만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고, 남자들이 누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아재(중년남성)들은 본인성향, 기호에 맞는 것에 대해 프리미엄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바버샵에서도 고객의 니즈에 맞춰 개인 이미지와 성향, 라이프 패턴 등을 고려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매장을 총괄 담당하는 신윤섭(28)씨는 “헤아에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40~50대 남성이 주로 찾고 있으며 고객 수는 한 달 평균 500~600명이다”며 “대다수의 고객들이 기업인, 직장인 등으로 개인 두상에 맞는 스타일링과 관련해 상담을 받고 주기적으로 헤어스타일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씨는 “이곳에서 컷트와 염색·펌 등을 함께하는 경우 2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며 “일부 중년층 고객의 경우 미리 200만~300만원을 한꺼번에 결제하고 금액에 구애 받지 않고 서비스를 자유롭게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 씨에 따르면 바버샵에서는 한 종류의 서비스가 아니라 두 가지 서비스를 한 번에 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커트와 염색 혹은 커트와 펌 등을 함께 받는 식이다. 탈모에 민감한 고객의 경우 커트와 함께 두피케어를 받는다. 바버샵의 가격대는 헤어컷 7만원, 스타일링 3만5000원, 염색· 펌 17만원 등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주기적으로 관리를 받는 단골 고객들부터 중요한 미팅 혹은 발표를 앞둔 직장인, 과음한 다음날 두피마사지·팩 등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일반 고객 등 다양하다.
이곳은 특히 재벌가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하다. 매장 직원에 따르면 정 사장은 헤어관리는 물론 매장에서 판매되는 의류·구두 등을 종종 구입하기도 한다. 이곳에 대한 정 사장의 사랑은 단순히 ‘단골’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그는 이곳 매장과 똑같은 또 하나의 매장을 현대카드 본사내에 설치하고,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매장은 헤아측에서 위탁경영하고 있다.
피부관리에 ‘과감한 지출’…“늦바람 든 아재 아니다. 단지 젊어지고 싶을 뿐”
▲ 여성고객으로 한정됐던 피부관리업계에도 아재열풍 바람으로 변화가 찾아왔다. 남성들도 피부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남성고객층을 겨냥한 피부관리샵도 생겨났다. 논현동에는 20~30대 남성뿐만 아니라 중년 남성들도 자주 찾는 남성전문 피부관리샵 ‘피부미남’(사진)이 있다. [사진=피부미남]
최근 ‘미(美)’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외모 관리 열풍이 불고 있다. 간단한 피부관리는 물론 보톡스 등의 성형시술에도 관심을 보이는 중년 남성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보톡스는 주사 한방으로 안면주름을 없애거나 처진 피부를 탱탱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어 특히 인기가 높다.
어느덧 40대 중반을 훌쩍 넘기면서 얼굴에 주름살이 생겨 고민이었던 A씨 역시 보톡스로 활력을 되찾은 케이스다. 그는 “주름살이 생기고 눈매가 처지는 등 노화로 인상이 바뀐 것 같아 성형시술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남자가 성형외과에 간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보톡스·필러 등이 이미 대중화된 상황에서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은 직장생활을 하느라 관리할 시간이 없었지만 이제는 얼굴·몸 등에도 투자하며 관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더멘토성형외과(이하·더멘토)도 최근 불고 있는 ‘아재열풍’에 자극을 받아 젊은 외모를 유지하려는 중년 고객들이 급격히 증가한 곳이다.
더멘토에 따르면 기존에는 단순히 피부와 관련된 고민, 일상에 불편함을 해소하기위해 찾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본 수준을 넘어서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관리’를 위해 찾는 고객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배원배 더멘토 원장은 “이곳을 찾은 중년남성들의 상담 내용 중에는 모발이식, 보톡스, 눈처짐수술 등이 많은 편이다”며 “최근 연예계 떠오른 안정환, 황정민 등이 조명을 받으면서 중년 나이 남성들 가운데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더멘토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비절개 성형수술인 ‘브이스컬프’는 이곳을 찾은 중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수술 중 하나다. 해당 수술은 피부 처짐으로 인한 불분명한 얼굴라인 교정 등에 효과적이다.
송준석 더멘토 부장은 “브이스컬프는 아재열풍으로 안티에이징 수요가 넓어지면서 부각됐고, 모발이식의 경우도 지난해부터 수요층이 확대돼 올해 4월에는 모발이식센터까지 개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년 남성들은 가격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며, 오히려 수술방법이나 효과 등에 관심이 많다”며 “수술비용은 모발이식 300만~500만원, 브이스컬프 70만~100만원 등이다”고 설명했다.
▲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라운지바(Lounge bar)가 인기를 얻고 있다. 청담동에 위치한 콴시(사진) 역시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라운지바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남성전문 피부관리샵 ‘피부미남’의 고객들 중에는 40~50대 중년 남성이 유독 많은 편이다. 처음에는 “내가 와도 되는 곳이냐”고 물었던 고객들이 막상 관리를 받고 나면 높은 만족감을 나타낸다고 한다.
김형목 피부미남 대표는 “과거 피부 관리샵에서 일할 때 남성들이 받고 싶어도 주변의 시선때문에 머뭇거리는 경우를 봤다”며 “남성들이 편하게 와서 당당히 피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새 남성들이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남성화장품 소비가 증가한 것을 보면서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피부미남을 찾는 고객들은 주로 주름·기미·잡티 등을 없애는 관리를 중점적으로 받는다. 10회 기준, 68만원에 실시되는 ‘스텝업 케어’의 경우 고객의 피부 특성에 맞게 진행되는 맞춤형 케어다.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는 198만원 상당의 연간회원권도 있다. 최근에는 자신 관리에 돈을 아끼지 않는 중년 남성들이 늘면서 연간회원권을 구매하는 고개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피부미남 고객 B(45)씨는 “40대에 접어들면서 노화가 시작되니 피부를 관리 받고 싶어졌다”며 “처음에는 병원이 아닌 피부샵에서 피부관리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는데 실제로 받고 나니 피부가 한결 좋아져 매주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란주점·룸살롱, 이젠 지겹다”…아재들 핫플레이스 부상한 ‘강남 라운지바’
최근 여성접대부들이 나오는 단란주점, 룸싸롱 등 중년 남성들의 놀이터 혹은 전유물로 인식되던 시절도 한물 가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라운지바(Lounge bar)를 찾는 중년 남성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강남 일대에 위치한 라운지바가 특히 인기가 많다. 청담동에 위치한 ‘콴시(KUANXI)’ 역시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라운지바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10층 높이에서 보이는 야경이 일품인 이곳은 중년 남성뿐만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 고객들도 즐겨 찾는다.
매장 관계자는 “20대 중후반부터 40대 중년층 남성 고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찾는다”며 “중년 남성 고객들의 경우 평일에 자주 찾으며, 얼마 전 열린 할로윈파티에도 40대 고객이 상당수 참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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