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최근 출시한 폰빌카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신한카드, KG모빌리언스와 함께 자신있게 상품을 시장에 내놨지만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힘든 청년층을 대상으로 ‘유사 신용카드’를 발급해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KT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K뱅크를 통한 금융업 진출을 눈앞에 둔 KT의 금융관련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KT가 신한카드·KG모빌리언스 등과 함께 출시한 ‘폰빌카드’를 두고 무분별한 과소비를 조장하는 일종의 ‘변종 신용카드’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KT는 지난 6일 폰빌방식(Phonebill·휴대폰 소액결제)을 이용한 오프라인 플라스틱 카드 ‘폰빌카드’를 출시했다. 폰빌카드는 일반카드와 생김새·사용법 등이 동일하지만 결제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계좌이체나 지로 등의 직접 납부 방식이 아닌 휴대폰요금에 함께 청구되는 방식이다.
폰빌카드의 사용법은 이렇다. 우선 사용자는 오프라인 폰빌카드를 신청해 발급받는다. 그 후 자신의 휴대폰 소액결제 한도 내에서 원하는 금액만큼 카드에 돈을 충전한다. 충전은 매 달 1일에만 가능하며, 월 충전 한도는 25만원이다.
예를 들어 월 소액결제 한도 30만원인 사용자가 폰빌카드에 해당 월의 1일날 20만원을 충전한다면 충전한 금액만큼 소액결제가 이뤄지는 대신 한 달 동안 2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카드를 쓸 수 있다. 요금은 다음달 휴대폰 요금에 합산 청구된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요금도 추후에 직접 납부방식으로 내기 때문에 동일하다고 인식하기 쉽지만 일반카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은 간소한 발급 절차다. 폰빌카드는 휴대폰 소액결제가 가능한 KT 모바일 고객이라면 간단한 절차만 거치는 것으로 즉시 발급 받을 수 있다.
폰빌카드를 안내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최대 장점인 ‘쉬운 발급’을 강조하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폰빌카드 홈페이지 내 ‘혜택 안내’ 항목에는 ‘휴대폰결제가 가능한 고객이라면 심사 없이 누구나 쉽게 발급 가능’이라고 쓰여 있다. 스스로 간소한 발급 절차를 고객 혜택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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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폰빌카드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혜택’인 ‘손쉬운 발급’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소화된 카드 발급 절차가 오히려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이 없어 신용카드 발급이 불가능 한 20대 청년들이 발급받을 수 있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 KT는 폰빌카드 출시 당시 ‘쉬운 발급’을 최고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실제 카드 홈페이지 역시 ‘혜택1’ 항목에 관련 내용을 게시한 상태다. 이는 곧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청년들을 대상으로 카드 발급을 남발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폰빌카드 홈페이지 캡처화면
지난 달 21일 발표된 신용회복위원회의 ‘2016년 3분기 신용회복실적’에 따르면 전 연령대 중 개인워크아웃(연체기간 3개월 이상의 채무를 대상으로 원금을 줄여주는 제도) 신청자가 증가한 연령대는 20대가 유일하다. 전체 워크아웃신청자는 1만9047명으로 지난 분기 대비 1.7% 감소했지만 20대는 오히려 8.8% 증가했다.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의 악화된 재무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한국 신용정보원이 발표한 ‘금융소비자 특성분석’에 따르면 대출 연체발생율은 연령대 별로 20대에서 최고 수치를 기록한 후 점차 감소했다.
조사 대상자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사이의 금융업계 대출기록 보유자 약 1800만명이었다. 최고 수치를 기록한 25세의 연체발생률은 전체 평균인 1.2%보다 2배 가까이 높은 2.3%에 달했다.
부채의 질에 따른 부채리스크 역시 2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하나금융연구소의 ‘국내 청년층 금융 현황 및 발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전체 신용대출 대비 저축은행·대부업체 등 2·3금융권 신용대출 이용비중은 31%로 나타나 타 연령층의 평균인 10%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처럼 20대의 재무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손쉬운 발급’을 내세운 폰빌카드가 등장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무분별한 카드 발급이 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폰빌카드 역시 일반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결제가 한 달이 지난 후에서야 이뤄진다. 카드를 사용할 당시에는 당장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자칫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자료: 신용회복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소비자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손쉬운 발급을 강점으로 내세운 폰빌카드는 과거 신용카드 발급이 쉬울 때와 마찬가지로 자칫 20대들의 과소비를 조장해 다수의 ‘청년 빚쟁이’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짙다”며 “특히 올해 초 20대의 통신비 미납현황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작은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월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동통신 3사의 연령별 휴대전화 미납액 현황에서 20대는 511억61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30대의 282억4300만원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20대는 미납 건수도 13만9185건이나 됐다. 무분별한 소액결제가 통신비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소액’, ‘선불’ 해명에도 불구 ‘변종 신용카드’ 논란 지속…“25만원도 적은 돈 아니다”
소비자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KT는 “폰빌카드의 경우 충전일이 월 1일로 지정돼 있고, 충전한도 역시 소액에 가까운 25만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20대의 재무상태에는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KT의 입장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20대의 경제적 능력으로는 25만원을 소액으로 치부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만원 이하의 학자금 대출 잔액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 숫자는 456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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