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1981년 개장할 당시에는 동양최대의 버스터미널로 그 위용을 자랑했다. 지금은 승하자장을 1층만 사용하지만 개장 당시에는 2~3층도 사용해 마치 미래도시의 터미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웅장함을 뽐냈다. 경부선, 영동선, 구마선의 기점과 종점 역할을 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이처럼 서울의 명물로 유동인구까지 넘치면서 상권으로 동시에 개발됐다. 위락시설과 의류도매 등 유통센터 기능을 갖추도록 했던 것이다. 당연히 호황기에는 이곳 상가들이 크게 활기를 띠면서 권리금도 20평 기준으로 3~4억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고속철도에 여객손님을 빼앗기고 그나마 있는 고객도 온라인 예매가 활성화 되면서 상가의 유동인구를 급속히 빼앗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남 신세계백화점과 센트럴시티 상가에 주류고객을 거의 잃다시피 하면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가는 인적이 뜸할 정도로 한산한 상권으로 변화했다. 지금은 수억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포기하고 상가를 내놓는 점주들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은 전국 고속도로망의 코어이자 허브이면서 서울 지하철 3·7·9호선이 관통하는 환승역세권 지역이다. 언뜻 봐서는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호화 속의 빈곤’이다. 땅값만 무려 2조6000억원 가량에 달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상권이 믿기지 않을 만큼 슬럼화 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이 같은 상황이 촉발된 배경과 원인 등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현장 취재했다.
|
▲ 한때 강남의 중심상권으로 호황을 누리던 대한민국 육로교통의 코어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빨간선) 건물내 상가는 최근 유동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주변상권의 번성으로 경쟁력을 크게 잃었다. 이곳 상가의 상인들은 수억원의 권리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상가를 내놓고 있을 정도로 벼랑끝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 고속버스터미널 및 인근 상권 지도(위) 및 일대 전경 ⓒ스카이데일리
한때 강남의 중심상권으로 호황을 누리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권이 불황에 허덕이면서 입점상가 상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고속터미널은 대한민국 육로교통의 코어라는 점에서 유동인구가 대단히 많을 것 같지만 최근들은 고속철도에 여객인력을 대거 빼앗기면서 한산할 정도로 크게 변했다.
그나마 있는 고객도 온라인 예매가 일반화되는 바람에 상가이용을 하는 발걸음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 등 강남 특유의 상권에 고객들을 빼앗기면서 터미널 상권은 그야말로 ‘뒷방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 상가 입주자들의 푸념이다.
권리금 3~4억 포기할 만큼 상권 슬럼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은 주식회사 센트럴시티가 운영하는 호남선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영동선·경부선 터미널로 이뤄져 있다.
▲ 도로를 사이에 두고 좌측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영동선, 경부선). 우측은 센트럴시티(호남선). 양 건물의 상권은 지금 극과 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건물(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센트럴시티 건물)은 상권경기에서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현장 취재결과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입점 상인들은 월 임대료를 지불할 형편도 안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3~4억 가량의 권리금을 보이던 이 곳 상가들은 최근 몇 년간 상권의 슬럼화가 지속되면서 기존에 지불한 권리금 또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도 보였다.
기자가 현장을 둘러봤을 당시에도 상가건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적이 한적한 모습이었다.
▲ 서울터미널 2층의 혼수물품 점포들은 인적이 뜸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상인들 또한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점포를 운영중인 한 노부부(원)의 표정을 가까이서 보자 안타까울 정도로 침울했다..
곳곳에 문을 닫은 상가들이 눈에 띄었고 입점 상인들은 얼굴에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2층에서 혼수물품 점포를 운영 중인 K씨는 “예전에는 3~4억원의 권리금 시세를 보이던 상가가 지금은 전혀 못 받는 실정이 됐다. 혼수전문상가로써 입지를 굳건히 지켰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에는 수억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포기하면서 월 임대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 점포를 내놓는 상가도 여럿 눈에 띄고 있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인근 대형 점포 입점에 주요 고객층 잃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슬럼화 현상은 유동인구가 준 것이 1차적 원인이지만 인근 강남상권의 발달에 따른 영향이 직접적이라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바로 옆에는 강남의 테마라고 하는 신세계백화점, JW메리어트 호텔을 품고 있는 센트럴시티 등이 위치해 있다.
또한 지하에는 최근 새 단장을 마치고 ‘GO TO MALL’로 이름을 바꾼 강남터미널지하상가가 있다. 버스터미널 맞은편에는 뉴코아아울렛(강남점)이 있기도 하다.
터미널 상가 6층에서 의류판매를 하고 있는 상인 J씨는 “인근 상권의 발달로 이곳 터미널을 찾는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혼수상가나 꽃상가가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이유로 타격을 입었다면 의류상가는 그와 더불어 주변상권과의 경쟁에서도 밀린 상태다”고 말했다.
그는 “상류층은 신세계백화점, 중류층은 뉴코아아울렛, 젊은층은 지하상가를 찾는 실정이다”며 “이곳 터미널상가 의류매장들은 설 곳을 잃었다. 현재 약 1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선 6층은 10여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문을 닫은 상태다”고 설명했다.
▲ 주변 상권과의 경쟁에서 밀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6층 의류매장들은 대부분 셔터를 굳게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기자가 수시간 동안 취재하는 동안에 단 한명의 손님도 볼 수 없었다.
실제로 6층 대부분의 매장은 셔터를 굳게 닫은 채 영업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나마 문을 연 상가들 또한 손님의 발길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은 4층의 혼수전문매장들도 마찬가지다.
상인들은 최근 온라인 쇼핑의 발달과 경기불황으로 과거와 같은 수입을 내긴 어렵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곳의 한 상인은 “손님들은 신혼부부와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최근 경기불황과 더불어 강남 유흥업소들이 대대적인 단속에 문을 닫으면서 주 고객층이 다 빠져나간 상태다”고 말했다.
▲ 4층의 혼수전문층 상황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는 “혼수전문매장들은 질 낮은 인터넷판매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업체를 운영하는 점포는 단 한 곳도 없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임대료는 20평 기준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70만원 선이다. 권리금은 과거 상권이 활발하던 시기 3~4억선을 보였지만 현재는 권리금을 챙기기 어려운 실정으로 변했다.
상인 K씨는 “현재 상인들 전부 오도 가도 못하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달 수입이 월세를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월세를 내지 못해 연체하는 상가도 여러곳 있는 형편이다”고 설명했다.
2조6000억원 가치, 슬럼화로 제 값 못해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는 8만6725㎡(약 2만6280평)의 규모로 매우 넓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부지의 땅값은 약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8만6725㎡(약 2만6280평)의 규모로 대단히 넓은 부지다.
평당 약 1억원의 시세를 보이는 주변시세로 따져볼 때 땅값만 약 2조6000억원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그나마 이 같은 시세도 과거 거래가 이뤄졌을 시기를 기준으로 메겨진 것이고, 현재는 1.5배 이상 상승했을 것이라고 한다.
터미널 맞은 편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L씨는 “최근 고속버스터미널에 신세계백화점의 대항마 개념으로 롯데백화점이 입점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실정이 파악되지 않는다”며 “서울의 핵심지역에서 이 같은 슬럼화 현상이 나오고 있는 현상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서울시내에서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요지의 땅을 이런 상태로 방치한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하루 빨리 인근 상권과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1층 버스터미널 매표소 및 대합실 △2·4층 혼수전문매장 △3층 꽃상가 △5층 웨딩홀 △6·7·8층 의류전문매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5층 웨딩홀은 하객유치에 유리한 이점을 살려 지방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이들 상권 중 결혼식장인 5층의 웨딩홀만 제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웨딩홀 상담직원은 “주말에는 매 주 예약이 꽉 차고 있어 다른 상권과는 다르게 경기가 좋다”며 “지방 거주자들이 서울에서 결혼식을 할 때 하객을 유치하기 편리한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