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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경북 영양군 풍력발전소 건설 르포
밤잠 못자는 산골, 산중에 공포의 거대 바람개비
재벌 한화건설 시골서 마구잡이 난개발 분분…주민들 산사태 무서워 벌벌
이경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5-02 13:05:40
대류현상으로 발생하는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풍력발전은 각광받는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다. 거대한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터빈을 돌려 전기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탄소배출이 거의 없고 온실효과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매력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위용을 자랑하는 크기로 인해 시각적인 부담감을 호소하고 또 터빈이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 탓에 인근 주민들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술적인 어려움과 고비용 속에서도 사람들이 거주하는 산간지역 대신 해상풍력발전이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내륙지역인 경상북도 영양군에는 현재 풍력발전소 공사가 한창이다. 인근 주민들은 공사단계부터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스카이데일리가 경북 영양 풍력발전소를 현장진단했다.

 ▲ 한화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경북 영양군 풍계리 풍력발전소 건설현장은 곳곳에 파헤쳐진 토사가 대책 없이 산능선 아래로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산 능선 아래쪽에는 조을환씨를 비롯한 홍계리 주민들의 살고 있다. 사진은 마을을 향해서 토사가 쌓여있는 산 능선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경북 영양=이경엽 기자] 한화건설이 공사 중인 경북 영양군 영양읍 양구리 풍력발전단지 프로젝트 공사 현장에서 주민들이 산사태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무분별한 공사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공사현장이 오히려 환경파괴현장이 됐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초 양구리와 일원에 76MW 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풍력발전단지 프로젝트 사업을 수주하고 곧바로 착공했다. 사업비 1366억원, 공사기간 2년이 소요되는 규모였다. 주식회사 영양에코파워가 발주처였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4월 이곳의 지분 19.66%를 확보하기도 했다.
 
발로 한 번 건들자 수십미터 굴러가는 돌덩이…가파르고 파헤쳐진 능선에 주민불안
 
풍력발전단지는 양구리 주산 일대에 조성된다. 주산은 양구리와 석보면 홍계리의 경계 지역이다. 홍계리의 경우 풍력발전단지와 연결되는 도로공사 등이 진행 중이다.
 
주산 기슭 홍계리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된 뒤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곳 주민 조을환(63) 씨는 최근 “어느 날부터 서서히 깎아진 산 정상이 언제라도 집을 덮칠 것 같이 위태해 보여 밤잠을 자기 겁이 날 정도다”고 토로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주산 일대는 말 그대로 만신창이였다. 나무가 뽑히고 흙이 파헤쳐져 있었지만 토사 유출을 막을만한 별다른 조치들은 충분치 않아보였다. 정상 인근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자 가파른 절벽 아래로 조 씨의 집과 일대 마을이 한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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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끄트머리의 돌 더미 하나를 발로 툭 건드려봤다. 가파른 절벽을 따라 수십여미터 이상 굴러 내려갔다. 조 씨의 집은 직선거리로 약 300미터 거리였다. 한 두 개의 돌이 영향을 미칠 거리는 아니었지만 대규모 토사유출이 발생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만한 거리였다.
 
 ▲ 홍계리 주산의 능선을 따라서 풍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임도가 파헤쳐져있다. 주산 건너편에는 GS이앤알에서 건설해 이미 운영 중인 풍력발전소가 보였다. 임도 양편에는 토사를 막기 위한 조치를 찾기 힘들었다. ⓒ스카이데일리

도로공사를 위해 잘려나간 산의 경사면은 마을을 향해 기운 모습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견고한 바위처럼 보인 부분을 손으로 조금만 만져보자 뚝뚝 떨어져 나가는 토사더미에 불과했다. 마을 주민들이 더욱 예민한 까닭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홍계리에서 40년 넘게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는 임기덕(67)씨는 “2002년·2003년 연이어 찾아온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했고 영양군에서만 3명이 죽고 1300명이 넘는 이재민이 생겼다”며 “당시에는 온전한 상태였던 산이었음에도 산사태가 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저렇게 파헤쳐 놓으니 더욱 불안해진다”고 분개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주산 일대의 토질이 산사태 등에 굉장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경상도 지역 토지는 대부분 단단한 정도가 무른 퇴적암”이라며 “특히 주산 일대는 퇴적암 사이에 물에 흐르는 성질을 지닌 점토가 끼어있어 폭우 시 심각한 산사태를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 같은 곳을 개발하면서)산사태를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가 수반돼야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확인해 본 결과 허점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며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예전에 비해 일대의 산사태 위험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고 경고했다.
 
주민동의 없이 무작정 진행된 발전사업…“관계당국 인허가, 전혀 문제없어”
 
현재 영양군 내에는 석보면 요원리, 영양읍 무창리 등에 2개 단지가 조성돼 59기의 풍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또한,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풍력발전소까지 모두 완공될 경우 6개 발전단지 130기가 가동될 예정이다.
 
주산 일대에 풍력발전소가 들어서기로 결정된 것은 지난 2014년 3월이다. 전기사업 허가 등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서 주산 일대에 22기의 발전기를 세우는 풍력발전사업을 허가하면서 부터다.
  
 ▲ 풍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파헤쳐진 산 봉우리의 절단면(사진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 퇴적암의 층리는 마을을 향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층리를 따라서 흙이 무너져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사진 아래는 마을 주민의 사과 밭을 향해 있는 토사 ⓒ스카이데일리

주민들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 지난해 4월이라 주장했다. 머리맡 산 정상에서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지만 관할 지자체인 영양군청을 비롯해 환경부·산업부 및 시행·시공사들 모두 주민들에 일절 이 같은 소식을 전하지 않은 채 별안간 공사부터 진행했다는 것이다.
 
조을환 씨 부인 성선이(52) 씨는 “처음으로 주민설명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면서 “이름은 주민설명회였지만 동네 이장들 4명을 데려다 단순히 통보만 해주는 식으로 진행됐을 뿐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산사태위험을 지적한 전문가들의 경고와 주민들이 문제 삼은 불통 등과 관련해 관련부처 및 시행·시공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였다. 일부 책임소재 등과 관련해서는 서로에게 등 떠미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윤호중 과장은 “정부에서는 위성지도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산사태 위험지도를 만들었다”며 “가장 위험한 1단계부터 안전한 5단계까지 구분됐는데 주산 일대의 경우 2단계 지역으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해 건설허가가 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영양군청 새마을경제과 강석원 주무관은 “풍력발전사업은 영양군청에서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각 업체들이 인허가 요청이 들어올 경우 승인을 해주는 상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강 주무관은 “환경부·산업부 등에서 인허가를 받은 사업에 대해 영양군 홀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시행사 영양에코파워와 시공을 맡은 한화건설 역시 “관계 당국의 합법적 인허가를 받고 진행되는 공사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사람이 전혀 거주하지 않는 곳에 건립된 제주도풍력발전단지를 제외하면, 이렇게 130여기의 많은 풍력발전기가 난개발 식으로 난립한 곳은 영양군이 처음이다”면서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산 위의 4대강’이다”고 평가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확대해야함은 맞지만 건설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안전과 의견을 무시한 채 사업이 진행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과거 원자력·석탄화력발전소 건설지에서 일어났던 일이 재현되는 셈인데, 신재생에너지사업보다 중요한 것이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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