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로수길 상권과 같이 떠오른 신사역 먹자골목 상권은 가로수길 상권이 임대료 폭등 및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인기가 하락하는 추세인 상황과 반대로 여전히 활황이다. 역세권이어서 유입인구가 많고 주변에 오피스 건물도 즐비해 저녁만 되면 직장인들이 해당 상권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먹자골목과 세로수길이 만나는 압구정로2길 전경 ⓒ스카이데일리
강남대로와 가로수길(도산대로13길) 사이에 길게 늘어선 상가밀집 지역(강남대로152길)은 신사역의 원조상권이다. 가로수길 상권이 조성되기 전부터 오랜 기간 자리해 온 이곳을 두고 오늘날 일대 주민·상인 등은 ‘구(舊)상권’ 혹은 ‘신사역 먹자골목’ 등으로 부르고 있다.
9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신사역 6·7·8번출구 인근 이면도로에 조성된 이곳 상권은 당초 일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오피스상권으로 출발했다. 2000년대 초반 가로수길이 소위 말하는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유입인구가 많아졌다. 가로수길 상권 확장으로 세로수길(도산대로11길)이 형성되면서 신사역 인근 유입인구는 더욱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로수·세로수길을 넘어 신사역 먹자골목이 새롭게 주목받는 분위기다. 역세권이란 이점과 더불어 가로수길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것이 부각됐다. 또한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이 시작되면서 관광객이 감소해 유동인구 절벽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로수길에 비해 수요층이 탄탄하다는 점도 이곳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신사역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장기화된 불황으로 이른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율)가 중요한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실속 있게 한 끼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신사역 먹자골목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쌈·족발·곱창 등 안정적 식사업종에 포장마차·해산물도 각광
소상공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먹자골목을 오고가는 1일 유동인구는 약 9000명 선이다. 일대 거주민이 1000명 안팎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으로, 반대로 평일 직장인수요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말에도 거주민들과 방문객들 비율이 높아 주중·말 간 매출규모가 비슷한 것이 특징이다.
나이스비즈맵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유동인구 성비는 남성 48.76%, 여성 51.24%로 비슷했다. 주요 수요층의 연령대는 직장인들이 주 고객인 만큼 30·40대가 58%를 차지했다. 이어 20대 19%, 50·60대 22% 순이었다. 요일별로는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이 22.7%로 가장 많았고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이 14%로 비슷했다. 화요일이 8%로 가장 적었다. 시간대로는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가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였다.
먹자골목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먹자골목 안에서만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갖고 자리를 옮겨 2차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며 상권이 저녁시간대 치중됐음을 언급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식당들이 점심영업을 마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영업을 멈추고 쉬거나 저녁장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술자리를 찾는 고객에 치중된 만큼 외식업종 대부분은 안줏거리가 메뉴에 포함돼 있는 것도 특징으로 꼽혔다. 국숫집이라 하더라도 전·부침개·해물볶음 등 술과 곁들일만한 메뉴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차 메뉴들은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족발·보쌈전문점이 꾸준함을 보이고 있다면 삼겹살전문점의 경우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 최대 12개에 달했던 삼겹살전문점은 지난달 기준 5개까지 감소했다. 곱창전문점이 빈자리를 대체하는 분위기였다. 현재 먹자골목 내 곱창전문점은 총 6곳이다. 추가로 한 곳이 오픈 준비 중이다.
불황 탓인지 일식집 약세 또한 두드러졌다. 지난해 이곳 상권 내에서 10곳이 영업했던 일식업종은 현재 5개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생존한 5곳 대부분은 점주가 주방을 책임지는, 소위 말하는 ‘오너 셰프’ 가게들이었다.
식사 후 가벼운 해산물 안줏거리를 판매하는 ‘2차 업종’의 강세도 주목됐다. 오징어·낙지·문어 등을 내세운 가게들이 최근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무너섬’, ‘보물섬’, ‘웰빙낙지수제비’, ‘오징어청춘’, ‘신사동 오징어바다’ 등은 해산물을 주메쥬로하는 대표적인 2차 점포다.
이들 업체들의 월 평균 매출은 95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타 지역 오피스상권에 비해 약 200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2차 코스이기 때문에 ‘실내 포장마차’도 골목 곳곳에 많이 위치해 있었다. 현재 7개가 운영 중이며 지난 2014년부터 꾸준히 7~8개가 유지돼 왔다. 이들 점포의 월 평균 매출은 타 지역 유사상권에 비해 1400만원 가량 높은 4800만원 수준이었다.
꾸준함 앞세운 먹자골목, 들쭉날쭉 인기 가로수길과 대조…편리한 접근성 강점
‘웰빙 가로수길 생 칼국수’ 배금진(42) 사장은 먹자골목에서만 6년째 영업 중이다. 그는 “최근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확실히 변화했다”고 언급했다. 배 사장은 “고객들이 실속형이라 괜찮은 가게에 대한 정보는 빠르게 퍼지기 마련이다”며 “분위기가 좋고 비싼 이미지의 신사동 내 어떤집이 비교적 값이 싸고 맛있는지 고객들이 더 잘 안다”고 말했다.
▲ 신사역 먹자골목에는 저녁식사로는 고깃집, 곱창집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식사를 한 뒤 2차로 많이 방문하는 포장마차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직장인들이 평일의 주 고객층이기 때문에 오후 8시가 돼야 상권이 활기가 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봉구비어, 마시니까 청춘이다, 1953서서먹는갈비집, 고품격삼겹살, 제주도마 ⓒ스카이데일리
10평 안팎의 작은 카페를 운영 중인 하지우(남·33·가명) 씨는 접근성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곳 상권은 신사역이 가깝고 한남대교·도산대로를 따라 양방향에서 접근하는 고객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제일공인중개사사무소 최경제 대표는 “신사역 먹자골목은 원래 오피스 및 지역 상권을 기반으로 끌고 가는 상권이다”며 “하지만 가로수길과 세로수길이 인지도가 생기면서 함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로수길·세로수길은 계속 임대료가 올라가고 먹자골목은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않으니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며 “15평 기준 임대료는 월 400만원~450만원 정도이고 보증금이 5000만원이다. 역세권 부근에 가까운 입지 좋은 곳일수록 800만원까지도 오른다”고 언급했다. 최 대표는 “권리금은 매장 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대표는 상권에 변화에 대해 “역세권 먹자골목은 약속장소로도 적합하기 때문에 상권이 죽을 수가 없다”며 “이곳에는 각종 매체를 통해 ‘맛집’으로 소개가 돼 외부 인구를 끌어들이는 점포들도 다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W공인중개사 대표는 “특히 가로수길·세로수길의 인지도를 보고 외지에서 나름 장사를 잘하고 있는 점포주들이 이곳에 와서 가게를 차린다”며 “반면 가로수길·세로수길은 하고 싶어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 공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는 “이곳은 서서갈비나 해밥상달주막, 생칼국수집 등과 같은 곳 사장들이 좋은 서비스로 단골 고객을 확보해 오래 남은 케이스다”며 “천편일률적인 체인점으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려운 편이다”고 말했다.
실내에 여러 가게를 입점 시켜 독특하게 꾸며놓은 강남 상가아파트 임대료에 대해서 W공인중개사 대표는 “15평 기준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00만원 정도다”며 “먹자골목 1층과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 한 8시부터는 사람들로 꽉 차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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