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충제계란 파동으로 먹거리 공포감이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이른바 ‘푸드포비아(Food Phobia·식품공포감)’ 현상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조·유통과정이 불투명한 길거리음식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황이다.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식탁에 오른 계란마저 미덥지 않은 상황에서 비위생적인 길거리음식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반응이 팽배하다.
주목되는 사실은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는데도 관계당국은 사실상 길거리음식에 대해 손을 놓은 상태라는 점이다. 불법노점에 대한 영업 허가·불허가를 떠나 이들이 파는 음식의 위생 점검 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식당들의 경우 원산지 등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노점들은 완성된 음식만을 제공한다. 재료의 원산지·유통기한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점들이 공급받는 제품들의 공정과정 또한 베일에 싸여 있다.
떡볶이·순대·핫도그 등 영등포 밝히는 노점들…먼지 날리는 도로가음식 “못 믿겠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일대를 찾았다.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노점 밀집 지역이다. 수십 년 동안 다양한 노점들이 생기고 사라졌지만 거리를 가득 채운 노점의 숫자만큼은 그대로인 곳이다.
유동인구가 높은 이곳의 인도 폭은 유사한 규모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다른 지역들과 비교했을 때 다소 좁은 편이다. 가뜩이나 좁은 인도 위로 노점들이 즐비하다보니 보행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각 노점 가판 위에는 조리된 음식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노점 상인들은 고객이 음식을 선택하면 재차 기름에 튀겨 데워서 제공하거나 추가적으로 소스를 덧 입혀 내주는 모습이었다. 진열된 음식들은 이웃한 차도의 매연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노점 내에서 조리를 거치는 곳의 경우 사실 상 재료단계 때부터 매연과 함께인 셈이었다.
상인들의 위생에 대한 관념 또한 부족해보였다. 하나의 행주는 만능처럼 보였다. 노점 내 이곳저곳을 닦아내는 데 쓰인 행주의 행선지는 어묵·떡볶이 등의 조리대로도 향하는 모습이었다. 교체주기조차 알 수 없는 기름에서 튀겨낸 튀김들은 언제 닦았는지 모를 먼지 낀 플라스틱 바구니에 수북히 쌓여있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노점 내부의 불결한 위생 상태를 지적하는 행인들이 적지 않았다. 이곳을 자주 지나친다는 지영우(24·남) 씨는 절대 노점상 음식을 사 먹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 씨는 “보기에도 나쁘고 위생상 좋지 않아 찾게 되지 않는다”며 “어디에서 공급 받는지 재료도 믿을 수 없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지연(가명·여) 씨는 “미리 만들어 방치된 음식을 재차 데워서 판매하는데 위생상 좋을 리 있겠느냐”며 “더러운 행주로 대충 닦아낸 자리에서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제아무리 맛있게 보여도 불량식품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불량식품 등장에 규정은 미비…식품위생점검 필요 목소리 높아져
길거리음식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심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의 조치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 중 만난 영등포지역노점상 상인들은 “노점철거 때문에 공무원들이 시찰을 나오는 경우는 있지만 음식·위생 등에 대한 단속·검사는 전무했다”고 입을 모았다.
관계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판매되는 음식들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다양한 노점음식들로 유명한 명동거리를 찾았다. 꽃게튀김, 랍스터 구이, 치즈구이 등이 판매되고 있는 이곳에서도 시민들의 불신이 감지됐다.
노점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내국인들은 흘깃 쳐다만 볼뿐 노점에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곳 상인들은 “구청에서 식품위생점검을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입을 모았지만 위생관념은 영등포 노점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손님이 다소 뜸한 시각 한 노점상인은 매대 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매대 앞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진열된 상태였다. 상인은 음식이 맛있게 보이는 것에만 집중할 뿐 그 위로 담뱃재가 흩날리는 것에는 무신경해 보였다.
흡연 중인 상인에게 접근에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무신경한 말투로 “하루 두 세 개비 정도만 피울 뿐이다”고 답하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명동을 찾는 시민들도 비위생적인 환경과 확인할 길 없는 재료 등을 지적하며 관계당국의 법적 테두리에 노점이 들어와야 함을 주장했다.
최민영(18) 양은 “명동을 자주 찾긴 하지만 길거리 음식을 사 먹진 않는다”며 “위생상 좋지도 않아 보이는데다가 다양한 식재료의 음식들이 의심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강서환(29·남) 씨도 “명동의 경우 관광지의 의미를 부여해 도로점용을 허용하고 있는데 노점상 시설은 법적 조치를 하면서 먹거리는 법적 테두리 안에 없는 것 아니냐”며 “노점들도 일반 식당처럼 원산지표시를 하거나 식품위생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노점 음식을 사먹던 시민이 생명을 잃을 뻔한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지난 1일 먹고난 뒤 입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는 질소과자, 이른바 ‘용가리과자’를 먹은 12살 소년이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소년은 식도와 위벽에 멍과 천공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용가리과자를 판매한 상인이 용기 밑바닥에서 꺼낸 과자를 판매했는데 이 과정에서 과자에 액화질소가 묻었다. ‘액화질소’란 공기 중의 질소를 액화상태로 만든 것이다.
질소가 액화되기 위해선 대기 압력 하에서 영하 196도에서 가능하다. 자칫 더 많은 액화질소를 삼켰더라면 생명에도 지장을 초래했을 법한 심각한 사안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서야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액체질소의 식품사용기준을 신설하고 오는 10월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