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세종특별자치시=김진강 부장, 이경엽·이지현·정수민 기자] 올해로 출범 5년차를 맞은 세종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행복도시)는 서울과 과천에 있던 중앙행정기관들이 속속 이전을 마치고 인구 유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늘어나는 인구에 맞춰 인프라 조성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행복도시 조성 공사는 지역별로 각각 △중앙행정(1생활권) △문화·국제교류(2생활권) △도시행정(3생활권) △대학·연구(4생활권) △의료·복지(5생활권) △첨단지식기반(6생활권) 등을 특화시킨 6개 생활권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신규 아파트 입주가 대부분 끝난 1~3생활권은 정상적인 도시 기능이 작동중인 반면, 4~6생활권은 2030년 아파트 입주 및 인프라 조성사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행복도시로 자리를 옮긴 공무원은 1만4699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15개 정부출연기관 연구원 3545명도 행복도시에 정착했다. 공무원·연구원 1명 당 3인의 가족을 부양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약 7만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게 된 셈이다.
행복도시 내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늘어나는 수요와 앞으로 발전 가능성에 힘입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추세다. 입주가 완료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물론 현재 공사 중인 중심상업지역에 들어설 상가 점포에 대해서도 문의가 이어지면서 임대시세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에 비해 상권 발달이 더디게 진행돼 상인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상권 활성화 기대감으로 업종 간 경쟁구도가 심화되면서 상인들의 고충은 더해지고 있다.
행복도시 관문 세종시 어진동…수·목요일만 북적, 그 외엔 썰렁
중앙행정기관 15곳이 밀집해 있는 세종시 어진동은 행복도시로 들어가는 교통의 관문으로 불린다. 대형 상가들이 들어선 어진동 인사혁신처 주변은 음식업을 주축으로 영업이 한창이다. 이곳 상인 대부분은 ‘정부청사 공무원’이라는 확실한 배후수요를 보고 창업을 한 경우가 주를 이룬다.
인근 주거단지는 공무원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더샵레이크파크 511세대, 더샵센트럴시티 626세대 등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의 움직임에 따라 점포 매출이 들쭉날쭉이다. 상인들은 특정 요일을 제외하곤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영업 시작 2~3년차가 대부분인 상인들은 “주5일은 커녕 수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청사 공무원들이 입주할 때부터 김밥 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애 사장은 “어진동은 금요일 오후부터 행복도시를 빠져나가는 버스와 자가용으로 북적인다”며 “따라서 정부청사 직원들의 회식이나 모임은 주로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많이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 사장이 입점해 있는 세종중앙타운의 점포의 경우 평당 분양가가 3000~45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실 평수 7평부터 70평까지 점포 규모도 다양하다. 이 사장은 “주변을 보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장사를 접은 가게들이 많다”며 “점주들 중 상당수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접 매장에 나와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에 점심시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12시 30분, 저녁시간인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30분 등 두 시간여 동안 15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며 “그나마 우리 가게는 저렴하고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 이 정도를 유지하는 편이지만 인근 상인들 중 아직도 매출패턴을 파악하지 못한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같은 상가에서 2년째 ‘오드리햅번 커피’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아 점주는 “손님들의 90%가 청사 공무원들이다”며 “국가적인 행사나 문제가 발생하면 손님이 평소의 1/3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이제 2년 남짓 된 어진동 상권이 ‘상인들 간에 서로 밥그릇 뺏기의 장’으로 변질된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점주는 “어진동 상권의 특징은 새로운 가게가 생길 때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는 소위 ‘오픈빨’이 심하다는 점이다”며 “그러다보니 이미 포화상태인데도 새로운 가게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진동 상권에 커피숍만 26곳이나 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다.
어진동과 대로변을 마주하고 있는 세종시 도담동은 행복도시 내에서도 떠오르는 상권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도담동에 형성된 상권 내에는 어진동과 달리 술집, 노래방 등의 유흥업소도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을 위한 소형 오피스텔이 밀집돼 있어 약간의 배후 수요도 갖추고 있다.
도담동 먹자골목에서 3년째 ‘더 코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진환 대표는 “가끔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공무원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저녁 술자리를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차 공간 확보가 용이한 점도 이곳 상권의 장점 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공무원특별분양 → 투기조장 → 집값상승 → 인구유입 저하 → 상권발달 지체
행복도시 상권 발달을 저해하는 원인에는 한 쪽으로 치우친 수요와 더불어 ‘공무원 특혜분양’도 꼽히고 있다. 공무원 특혜 분양 때문에 집값이 크게 올라 인구 유입이 더뎌지다 보니 상권 발달도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2012년 공공기관 이전이 가시화되고 첫 마을 1단계 아파트 입주가 속속 진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당시 국가 시책에 따라 행복도시로 거주지를 옮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에게 아파트 전체 공급량의 절반을 배정해 주는 바람에 일반인들이 이곳에 분양을 받은 것이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 됐다.
수요는 느는데 반해 공급이 줄다 보니 이곳 집값은 날로 치솓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부 공무원들의 분양권 전매 행위 때문에 부동산 투기 바람까지 불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공무원들이 특별공급을 통해 받은 아파트 분양권을 비싼 값에 되팔아 웃돈을 챙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일대 지역 주택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세종시 나성동에 위치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미경 점주는 “아파트는 넘쳐나지만 투기수요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점주는 “아파트는 늘지만 정작 거주 인구는 제자리걸음이고 상권발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 투기문제가 상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다”고 주장했다.
도시행정 생활권인 보람동은 세종시청을 시작으로 우체국, 복지센터가 건립되고 교육청의 이전까지 앞두고 있다. 시청 앞 먹자골목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도 이러한 가능성을 보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매출이 저조해 막막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곳 상권의 매출 부진 이유로는 수요층의 외부 이탈이 꼽혔다.
수요가 적다 보니 이곳 상권에서는 상가들이 공실로 방치돼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계약 후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상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박용석 세종이도공인중개사 대표는 “보람동 상가 중에는 지속적으로 분양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많다”며 “일부는 6개월에서 1년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탈 프리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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