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나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시민들도 내 일처럼 나서서 도울 수 있어야 해요. 저희는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사고나 화재 발생 시 즉각 현장에 도착해 질서 유지 등 상황을 정리하죠”
의용소방대는 화재 발생 현장에서 119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구조 활동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현장을 질서하는 역할을 맡는다. 화재 예방과 피해복구 활동도 병행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돼 있으며 약 10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충청북도 제천시의 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를 계기로 소방관들의 사회적 중요도와 함께 이들과 항상 함께하는 의용소방대원(의소대)들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서울 강남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은 바쁜 생업에도 불구하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과 함께 땀 흘리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현장의 소방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의 ‘소방용수지킴이’, ‘비상구지킴이’ 등의 활동은 소방관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화재 예방과 각종 봉사활동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생업 뒤로한 채 누구보다 먼저 화재현장 출동…화재 취약지역 정기순찰도
올해로 35년째 강남구 거주 중인 소병영(60) 씨는 5년째 강남소방서 의용소방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 씨에 따르면 강남소방서 의용소방대원 숫자는 약 200여명에 이른다.
“강남구에 살면서 평소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역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해 보자는 생각을 했고 의용소방대에서 활동해보기로 결심했죠. 의용소방대원들은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차례씩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심폐소생술 등 현장 대처 교육을 받아요. 이외에도 산불 화재 예방 캠페인 활동도 하고 있고 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죠”
강남구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 중인 김흥기(64) 씨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전문의용소방대 예방홍보반장을 맡고 있다. 구룡마을 주민이기도 한 김 씨는 1000세대 이상의 판잣집이 밀집돼 있어 상습 화재발생 지역으로 불리는 이곳의 화재 예방 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자리한 구룡마을은 소방기본법에 따라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지난 2014년 구룡마을 7지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70대 노인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구룡마을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의용소방대가 꾸려졌다.
“구룡마을은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요. 노인 분들의 실수로 크고 작은 화재가 더러 발생하죠. 특히 판잣집 지붕에 비닐을 씌워놓는 경우가 많아 화재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요. 이 때문에 전문 의용소방대가 2인 1조로 밤 8시부터 12시까지 항상 순찰을 돌고 있죠”
“순찰의 효과는 성공적이에요. 실제로 화재가 일어나려던 것을 막은 적도 있어요. 순찰을 하던 중 어느 한 집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는 달려가 빨리 불을 끌 수 있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집 주인인 노인분이 찌개 냄비를 불에 올려놓고는 깜빡하고 자리를 비운 사이 벌어진 일이었어요. 하마터면 큰 화재로 이어질 뻔 했죠”
구룡마을은 화재 발생 빈도가 잦은 지역이다. 지난 3월에는 한 70대 노인이 히터의 안전스위치가 열려 가스가 새는 줄도 모르고 히터를 작동 시켰다가 화재가 일어났다. 당시 화재로 29세대가 전소되고 이재민 43명이 발생했다. 현재 구룡마을 내에서는 의용소방원들의 순찰은 물론 강남소방서의 화재대응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화재경보기 설치, 소화기 비치 등 화재 예방 설비도 갖춰져 있다.
“사고현장 궂은 일 도맡아…의로운 봉사활동에 자부심 커”
의용소방대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고로 지난 2014년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를 꼽았다. 그만큼 안타까운 사고라는 게 그들의 반응이다.
“당시 소방대원들과 함께 밤새 화재진압 작업을 했어요. 60세대가 불에 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특히 노인 한 분이 화재로 사망해 안타까움이 더 했어요”
화재가 발생하면 의소대원들은 현장 인근 시민들의 질서를 유지한다. 간혹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소방관들을 향해 화재진압을 재촉하거나 “여기부터 진압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등 흥분한 시민들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같은 주민으로서 대화하고 설득하면서 쉽게 진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재진압 현장에서는 소방대원들이 화마와 싸우느라 인근 시민들의 요구사항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어렵죠. 그럴 때 의용소방대원들이 직접 나서서 흥분하는 시민들을 진정시켜요. 그 중에는 직접 화재 피해를 입은 주민도 있어 그러한 행동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느 화재 현장이나 소방대원들이 헌신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고 있어요.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있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소병영 씨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에 대해 경각심을 갖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향초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은데 간혹 외출할 때 향초를 켜둔 채로 나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때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반려견이 향초를 건드려 화재가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가정마다 소화기 같은 소방기구도 있어야 하죠. 화재경보기가 없다면 설치해도 좋고요. 화재가 발생한 곳에서는 무조건 소방대원들의 통제에 적극적으로 따라야 하죠”
소 씨는 인터뷰 말미에 전국의 의소대원들이 자신들의 생업과 함께 지역사회에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의 날 행사에 참석해 ‘오직 명예와 보람만으로 지역 주민의 안전을 돌보고 계신 10만 의용소방대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죠. 의용소방대원들은 순수한 봉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도 의로운 일을 위해 꾸준히 봉사할 예정이에요”
[이성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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