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갈 공간이 없어요. 커피숍이라도 가면 눈치 보이고, 눈치 안 보이는 키즈카페는 아이·엄마 인원수대로 입장료를 받아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되죠.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라는 건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에게도, 하루 종일 아이를 보는 엄마들에게도 너무 가혹하고요”
올해 2월 서울 관악구 난곡우체국사거리 인근에 문을 연 행복마을마더센터맘카페(이하·마더센터)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 방문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센터 내에는 △커피·음료 등을 파는 카페 공간 △앉아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어린이들이 뛰놀수 있는 방방(트램펄린) 등이 구비돼있다. 놀이시설은 물론 다양한 교육까지 이뤄지고 있어 아이는 물론 엄마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이곳 운영을 책임지는 김한영 대표와 박희아 운영위원을 만났다. 인터뷰 도중에도 마더센터에는 아이와 엄마, 동네 주민들이 계속 찾아왔다. 커피 내리는 기계 소리, 엄마들의 수다 소리, 방방에서 뛰는 아이들이 내지르는 소리 등이 끊이지 않았다.
“진입 문턱 높은 기존 여성 프로그램·공공기관…육아 독박 쓴 엄마들 갈 곳 없어”
김한영 마더센터 대표는 10년간 여성·청소년 인권신장 운동을 해왔다. 관악구로 이사온 뒤 초등학생 자녀가 마땅히 뛰어놀 만한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러 시도 끝에 함께 활동해오던 사람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과 함께 마더센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제 아이를 위해서였죠. 꼭 필요하다 싶어 결정을 내렸어요. 그런데 막상 만들고 보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보다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더 많이 찾아와서 놀랐죠. 독박육아 중인 엄마들에게 이런 공간이 필요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독박육아’는 배우자의 도움 없이 혼자 육아를 도맡는다는 뜻의 신조어다. 불가피하게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대다수 엄마들에게 마더센터는 맘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물론 공공기관이나 엄마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등도 자녀와 엄마가 함께 찾을 수 있지만 진입문턱이 높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한 엄마가 공공에서 운영하는 시설을 찾았는데, 그곳은 시설 내 음식 섭취가 금지돼있었어요. 아이가 배고파하니 뭐라도 먹여야겠다 싶었던 엄마는 화장실 앞에서 간식을 먹였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아팠죠. 공공시설이다 보니 엄마들에게 불편한 제약 사항들이 많은 것이죠”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엄마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좋은 것들이 많아요. 그런데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그 교육을 듣기 위해 센터로 발걸음하기란 쉽지 않아요. 마더센터는 육아에 지친 엄마들이 부담 없이 들러 커피 한 잔 하며 쉬어가는 마을회관이나 사랑방 같은 곳이에요.”
휴식공간 기능 외에 각종 교육 프로그램 운영…센터 수 늘리는 조례 제정 중
마더센터는 기본적으로 카페 공간이지만 아이·엄마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이뤄지는 공간으로도 이용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예방·성평등교육 등이 진행된다. 영유아 자녀와 엄마들을 대상으로는 ‘통통체조’ 등 오감발달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주말마다 비석치기 등의 전래놀이 교육도 이뤄진다.
박희아 운영위원은 센터 내 카페에서 바리스타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센터에 방문했던 전래놀이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듣고 전래놀이에 흥미가 생겨 이를 더 공부한 뒤 강사 자격을 땄다. 이후 그는 관악구 마을사업활동 지원을 받아 강사로 활동하며 마더센터에서 매주 토요일 마다 전래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우연히 전래놀이 강의를 듣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대로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에 전래놀이 강사 자격증을 땄죠. 지금은 센터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을 상대로 전래놀이를 가르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저 뿐만이 아니라 코바늘·뜨개질 등 수공예부터 캘리그라피까지 정말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이들로부터 많은걸 배울 수 있어요.”
마더센터에서는 모든 엄마가 일일 강사다. 한 분야에 재능 있는 엄마가 강의하면 다른 엄마들이 소소하게 돈을 모아 강사료를 지급하는 품앗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의를 듣는 엄마들은 저렴하게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고, 일일 강사가 된 엄마는 자신의 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돼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마더센터를 방문하는 이들 중에는 주변에 거주하는 엄마들뿐 아니라 먼 곳에서 오는 엄마들도 많다. 유모차를 끌고 이곳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좀 더 가까운 곳에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2·3호점이 생기길 바라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어떤 엄마들은 본인이 직접 자금을 투자해 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마더센터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마더센터 수를 늘려나가는 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여가부 등과의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제는 엄마들이 밖으로 나와야 할 때에요. 여성운동을 10년 정도 해오면서 이렇게까지 여성들이 한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요구한 사례는 없어요. 그만큼 아이나 엄마들에겐 이런 공간이 절박하다는 거죠. 꼭 마더센터가 아니어도 돼요. 전국적으로 엄마들이 마음 편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길 바랄 뿐이죠”
[이슬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