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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음료수 버스반입 금지 조례안 논란

이상한 조례안…“버스 음료반입 결정은 기사 자유”

강제규정 없어 갈등 부추길 가능성 높아…화살은 애꿎은 버스기사에

제갈민기자(mjega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1-09 01: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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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회의 조례안 개정을 통해 앞으로는 버스기사가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든 승객의 버스 탑승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테이크아웃 음료를 들고 버스에 탑승하려는 시민 ⓒ스카이데일리
 
음료가 든 종이컵을 손에 들고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을 제재할 수 있는 조례안의 시행을 두고 이런저런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버스기사와 승객들 간의 갈등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유광상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종이컵을 든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이 의결됐다. 그동안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버스에 탄 승객들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 개정안의 취지다.
 
개정안의 통과로 이달 4일부터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음료가 든 종이컵을 든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실효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운전기사의 탑승 거부를 위반한 승객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강제수단이 없어 ‘과연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음료수 든 채 버스탑승 금지 시행…강제규정 없어 실효성 의문
 
관악구 난곡동의 한 버스회사에 근무하는 양수연(45·남) 버스기사는 “이번에 조례가 바뀌었다는 공문이 내려왔으나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며 “탑승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라 애매하기도 하고, 법적 효력도 없어 차라리 승객들이 음료수를 들고 타도 모르는 척 내버려두는 것이 속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에게 과태료를 만원이라도 부과할 수 있다면 더욱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음료수를 든 채 버스를 탑승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의결된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캡쳐 화면 ⓒ스카이데일리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김승조(55·남) 버스기사는 “이번 개정안이 좋기는 하나 제재라기보다는 권유하는 수준이라서 잘 시행이 될지 모르겠다”며 “음료나 음식물을 든 승객에게 탑승 제재를 가하면 오히려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버스기사는 “일반 승객들을 생각하면 음료수를 든 승객의 탑승을 허락할 수도 없지만 규정에 따라 탑승을 제지하면 시비가 붙게 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다”며 “만약 민원이라도 넣게 되면 업무 시간 이후에 따로 해명을 해야 하니 번거롭기까지 해진다”고 귀띔했다.
 
“취지만 좋은 개정안, 강제력 없는데 과연 지킬 사람 있을 지 의문”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 역시 이번 조례개정안의 내용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신림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양다솜(22·여)씨는 “이번 조례안 내용을 들어본 적은 없으나 시행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며 “강제성이 없는 것에 대해선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잘 지켜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에 대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약간의 강제성, 범칙금이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계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신준호(27·남) 씨는 “지금의 조례안으로는 버스 운전자와 승객간의 마찰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만난 유동하(26·남)씨는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버스 운전자 재량에 맡긴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사실상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도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피력했다.
 
▲ 버스 뿐 아니라 지하철 내에서도 음식물을 들고 있는 승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음식물을 들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에 대해 벌금이 부과된다. 사진은 지하철 내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한 승객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주목되는 사실은 정작 개정안을 발의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조차 실효성 논란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청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는 개정안대로 시행할 뿐이지 단속을 할 권한은 없다”며 “홍보는 버스 내 안내방송으로 시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추가 홍보나 캠페인에 대해서는 “확인 해봐야 할 사항이라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유광상 서울시의원은 “개정안에 강제성을 추가하지 않은 이유는 한 사람의 반대의견이라도 존중하기 위해서다”며 “시민들의 판단에 맡겨 사회적 분위기를 이끌어보자는 취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례안은 음료를 든 승객에 대해 버스 운전자가 탑승을 제재할 수 있게 말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만의 경우 음식물을 들고 지하철을 타면 벌금 40만원이 부과된다. 부득이하게 탑승하게 될 경우에는 손잡이가 달린 투명한 비닐 봉투에 음료수컵을 담아야 한다. 싱가포르는 대중교통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약 45만원 벌금을 내야한다.
 
[제갈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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