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단독기사

 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현장진단]-아이돌가수 서포트 문화

워너원·세븐틴 향한 조공(租貢)행렬 ‘초호화·최고급’

20만원 호화도시락, 2000만원 지하철 광고…10대들 상대 과소비유도 논란

이슬비기자(mistyrai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2-13 16:16:21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조공(租貢)’은 과거 강대국을 상대로 약소국이 침탈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로 예물 등을 바치던 행위를 의미한다. 역사책에나 등장할 법한 단어지만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팬들끼리 돈을 모아 스타들을 챙기는 문화를 일컬어 ‘조공’이라 표현하곤 한다. 팬들은 스타의 생일은 물론이고 식사·간식 등을 손수 챙기며 자신들의 성의를 표시한다. 스타를 사랑하는 어린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선물 등의 가격대가 상상 이상이다. 수십만원대 호화도시락을 비롯해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선물까지 오간다. 팬들 간에 경쟁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세태는 어린 학생들의 금전 지출이 결국 부모들의 경제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한 것으로 지적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연예기획사들은 과도한 조공문화에 나몰라라하는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은근히 조공문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어린 학생팬들의 조공문화 실태와 그 부작용 등을 현장 진단했다.

▲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 이른바 ‘조공문화’가 점차 과열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 소소한 간식·도시락 등에 그쳤던 조공은 점차 수위가 높아져 수천만원대의 명품선물, 대형이벤트 등으로 발전하면서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진은 서울지하철역 역사 내 게재된 아이돌가수 생일광고 ⓒ스카이데일리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에 도시락·간식·선물 등을 제공하는 10대 팬들의 조공문화가 점차 변질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조공’이란 과거 강대국을 상대로 약소국이 침탈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로 예물 등을 바치던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을 주는 팬들의 행동을 빗대 ‘조공’이라 표현하곤 한다. 대형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그룹 등은 조공의 대상으로 정착된 지 이미 오래다.
 
2000만원 옥외광고, 20만원대 호화도시락 등은 기본…쌀기부·숲조성 착한조공도
 
‘조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챙기고자 하는 팬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질됐다. 조공을 주는 주체가 개인에서 점차 조직화됨에 따라 선물의 규모가 점차 커졌다. 촬영장에 소속 연예인과 촬영 스태프들을 위한 ‘밥차(식사추진 차량)’는 가장 흔한 조공 중 하나다.
 
주변 스태프들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기(氣)를 살려주거나 더욱 멋진 모습으로 TV 등에 노출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긴 선물로 평가된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밥차전문 업체에 따르면 가격은 메뉴와 식사 인원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1인분 당 7000원부터 3만원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팬들이 식사 인원과 희망 가격대를 제시하면 업체가 해당 금액에 맞게 식단을 구성해 식사를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최소주문 인원은 50명이다. 아무리 싸게 잡아도 35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촬영지가 실내거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지역이라면 밥차 대신 도시락 배달이 이용된다.
 
밥차나 도시락은 가장 흔한 조공 물품 중 하나로 꼽힌다. 팬들 사이에서 대중화되면서 점차 품질에 차별화를 두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개당 2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도시락 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도시락전문 업체 관계자는 “팬들은 멤버별 도시락 메뉴를 구성할 때 특정 멤버가 싫어하는 음식은 빼고 좋아하는 음식은 꼭 넣어주는 등 세심하게 관리한다”며 “팬들이 먼저 요구하는 메뉴에 맞춰 도시락 가격을 조율하다보니 1개당 가격이 20만원을 넘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B업체에 따르면 11인조 보이그룹 워너원의 서포트 도시락은 4단 도시락으로 기본 20만원부터 책정되기도 했다.
 
▲ 팬들에게 아이돌의 생일은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다. 월 2000만원을 호가하는 지하철 역사 광고를 게재하는가 하면 영화관 내 상영관 하나를 통째로 빌려 해당 멤버의 브랜드관으로 바꾸는 ‘브랜드게이트’ 이벤트도 연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 내 꾸며진 방탄소년단 제이홉관(왼쪽)과 서울 소재 모 카페에서 진행 중인 컵홀더 이벤트 ⓒ스카이데일리
 
 
밥차·도시락 등이 연예인 활동기간에 맞춰 진행된다면 스타의 생일은 팬들에겐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다. 좋아하는 스타가 평상시 즐겨 입는 명품브랜드 시계·가방·구두 등은 물론 음악기기·운동기구 등의 선물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스타뿐 아니라 가족까지 챙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팬이었다는 김누리(26·여) 씨는 “팬들이 멤버와 가족의 영양제부터 고가의 음악기기까지 전부 챙겨준 적 있다”며 “과거에는 개별 멤버보다는 그룹 전체를 골고루 좋아하고 선물하는 분위기가 있어 고가의 선물이 많지 않았는데 요새는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멤버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생일 한 달 전부터 지하철역·버스정류장 역사 내 광고를 게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스타의 생일을 홍보해 많은 이들이 함께 축하해주길 바라는 뜻에서 진행 되는데 마음만큼이나 가격 또한 비싸다. 한 광고전문 업체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내 약 27m에 달하는 이동 통로인 디지털미디어터널 대형 LCD 영상 광고의 경우 양면 기준 월 2000만원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스타의 사진과 생일 축하 메시지가 게재된 화면이 하루 220회, 20초씩 노출된다. 시시각각 화면이 변화하는 디지털 포스터의 경우 하루 257회, 10초씩 노출되는 데 최고 월 800만원이 소요된다. 버스정류장 포스터 광고는 월 300만원이다.
 
삼성역 디지털미디어터널에서 만난 이란영(22·여) 씨는 그룹 세븐틴의 멤버 도겸의 생일광고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그는 “서포트에 돈을 내 본 적은 없다”며 “그러나 저렇게 광고를 해 두니 돈을 내지 않은 팬들도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특정 카페와 제휴해 컵홀더에 생일 광고를 게재하기도 한다. 한 광고전문 업체에 따르면 컵홀더 1000장~1500장 기준 50~55만원이 소요된다. 팬들이 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제작해 500장씩 카페에 직접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광고전문 업체에 따르면 영화관 내 관 하나를 예매부터 입장 과정까지 체험하는 모든 소품·공간 등이 해당 브랜드 테마로 변경되는 ‘브랜드게이트’는 월 500만원 소요된다. 팬들은 영화관명·영화관람권·벽면·조형물 등까지 생일을 맞은 아이돌로 꾸민다.
 
아이돌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형태의 조공도 존재한다. 이른바 ‘착한조공’이다. 콘서트·팬미팅 현장에서 빈번히 볼 수 있는 쌀 화환이 그 예다. 쌀 기부전문 업체에 따르면 소형 피켓 등과 세트로 구성된 쌀은 100kg당 35만원이다. 팬이 수취인을 연예인으로 작성해 보낸 해당 쌀의 기부여부 및 기부처 결정권의 우선순위는 연예인에게 있다. 소속사가 그 다음이며 팬은 마지막이다.
 
아이돌 이름을 딴 숲 조성도 최근 성행하는 생일선물 중 하나다. 일례로 방탄소년단의 정국의 생일선물이었던 ‘정국숲 1호’는 팬들과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이 공동으로 진행, 252명이 총 848만8060원을 모금해 서울 강남구 양재천에 조성했다. 서울 중구 서울로7017에 조성된 트와이스 멤버 사나의 이름을 딴 ‘사나숲 1호’는 1명이 500만원을 들여 만들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조공 요구, 팬 선물 지인에게 전달 등 부작용 심각…“호의를 권리로 착각”
 
▲ 조공 문화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부 스타들은 노골적으로 조공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빅스 콘서트·뮤지컬 현장 쌀 기부 이벤트 ⓒ스카이데일리
 
 
조공 문화가 확산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먼저 조공을 요구하거나 특정 멤버에 선물한 제품을 다른 인물이 착용하고 있는 모습 등이 종종 목격돼 팬들이 공분을 터트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구랍 워너원의 매니지먼트 소속사 YMC엔터테인먼트(이하·YMC)의 경우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논란은 워너원의 서울·부산 콘서트 현장에 도시락 조공을 준비하던 팬들이 YMC측이 현장 스태프 도시락을 추가 요청했다며 추가 모금을 진행하는 게시물을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촉발됐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YMC 측은 “사실무근이며 서포트를 전면 금지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2013년 그룹 GOD 출신 데니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LG트윈스 유광점퍼를 갖고 싶다는 글을 게재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가 며칠 후 팬으로부터 받은 유광잠바를 입고 인증샷을 SNS에 재차 게재하자 ‘팬들에 조공을 구걸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불거져 나왔다.
 
팬들에게 받은 선물을 타인에게 다시 선물해 팬들이 공분을 터트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2016년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는 팬으로부터 선물 받은 15만원 상당의 와인을 지인에 선물한 것이 지인의 SNS를 통해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조공 문화를 두고 이렇게 각종 논란이 뒤따르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도 조공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획사들이 조공이 이례적인 일이 아닌 일상이 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아는’ 것처럼 팬들의 고마움을 모르게 될 수 있다는 이유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소장은 “팬덤 내 조공 과열 양상은 타자와 비교하며 애정 실천의 우위를 점하려는 한국사회의 감성과 맞물린다고 본다”며 “그러나 전형적인 상품논리대로라면 스타가 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맞으나 그렇지 않아 (강요·가로채기 등) 조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기획사의 도덕성에 기반한다”고 분석했다.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 좋아요
    0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숲이 선물한 치유의 행복, 모두와 나눔 꿈꾸죠”
숲의 순기능 알리는 사회적 기업…산림복지 사각...

미세먼지 (2018-10-15 18:00 기준)

  • 서울
  •  
(나쁨 : 73)
  • 부산
  •  
(나쁨 : 61)
  • 대구
  •  
(보통 : 50)
  • 인천
  •  
(상당히 나쁨 : 82)
  • 광주
  •  
(나쁨 : 69)
  • 대전
  •  
(나쁨 :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