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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학원 심야교습 시간 제한 논란

숨어서 공부하는 아이들…“우리가 무슨 죄인가요”

유명무실 단속에 부작용 심각…“현실 인정하고 양성화해야”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3-13 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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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 7월 전두환 정권 당시 정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교육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교육 개혁조치에는 과외 전면 금지가 포함돼 있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고액 과외를 근절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노태우 정권이 출범하면서 과외가 다시 합법화 됐다. 과외는 1998년 1월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허가받지 않은 과외 교습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존폐기로에 놓인 과외의 운명은 결국 생존으로 가닥이 잡혔다. 2000년 4월 헌법재판소는 “과외 금지는 부모의 교육권과 자녀의 인격 발현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과외 금지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또 다시 부모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인격 발현권 등과 직결돼 있는 학생들의 교육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원들의 심야교습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을 두고 오히려 어른들의 갈등으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심야교습 조례로 인해 학생들이 몰래 공부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학원 심야교습 실태와 함께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 ‘학원 심야교습 금지’로 인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밤 10시 전후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나온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학원에 남아 밤 10시를 넘긴 시간에도 학습을 이어간다. 이에 일각에서는 부모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인격 발현권 등을 이유로 심야학습 금지 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 대치동 학원 건물 내 복도 ⓒ스카이데일리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 조례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동 떨어졌을 뿐 아니라 부모들의 교육권, 학생들의 인격 발현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밤 10시 이후 학원운영 금지…공부도 힘든데 눈치까지 봐야 하는 아이들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학원 심야교습 금지’ 논란은 지난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밤 10시 이후 학원교습 금지하기로 하고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학원법)을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전까지는 각 시·도 교육청이 자율적인 조례제정을 통해 실시해왔다. 서울지역의 초·중·고생의 학원교습 시간은 밤10시까지, 부산지역은 초·중생만 밤 10시, 고교생은 밤 11시까지, 대구·광주·울산·강원 등 나머지 주요 시·도 초·중·고생 모두 밤 12시까지 학원 교습이 가능했다.
 
하지만 학원 심야교육 금지 방침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조례 개정안 심의가 서울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서 보류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논란은 지금도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지역별 학원 야간교습 제한시간은 고등학생 기준 충남북·강원·경북·경남·제주지역은 밤 12시까지다. 밤 10시로 제한한 곳은 서울·경기·대구·광주·세종 등 5곳이다.
  
▲ 서울시는 초·중·고 학생들의 학원 심야교습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 사교육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눈치보면서 공부하는 학생들만 애꿎은 피해자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서울시 교육청 ⓒ스카이데일리
  
서울시는 밤 10시 이후 학원들의 심야교습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을 동원해 심야교습을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불을 끈 채 심야교습을 실시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유명무실한 심야교습 금지 조례를 차라리 없애자는 주장이 나온다.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결국은 심야교습을 뿌리뽑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어설픈 조례 제정으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이 대표적이다.
 
중·고교 학생들 “하버드 도서관도 24시간 운영인데…공부해야 좋은 대학 가죠”
 
스카이데일리는 심야학습 금지 조례의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특히 높은 서울시내 주요 학원가를 찾았다. 찾아간 곳은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였다. 이곳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학생들로 인해 활기를 띠는 지역이다.
 
대치동 학원가 학생들의 설명에 따르면 대다수 학생들은 밤 10시가 되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기 시작한다. 일부 학생들은 밤 10시를 넘긴 시간까지 학원에 남아 자율학습이나 쪽지 시험을 보기도 한다. 시간표에 없는 강의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보통 10시 30분 또는 12시까지 계속된다.
 
이도현(18) 군은 “밤 10시를 넘겨서도 학원에 학생들이 남아있다”며 “공부가 부족해 나머지 공부를 하거나 쪽지 시험을 보는 등 각자 사정에 맞게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밤 10시 이후에는 학원이 문을 열면 안 되기 때문에 커튼을 닫거나 셔터를 내려 문을 닫은 척 한다”며 “10시 넘어서 공부가 끝난 학생들은 셔터가 닫힌 출입문이 아닌 뒷문을 통해 학원에서 나온다”고 귀띔했다.
 
밤 10시쯤 학원을 나서던 김민혜(가명·16) 양은 “늦게까지 학원에 남아 공부를 하고 집에 가면 부모님도 ‘공부 열심히 하고 왔느냐’며 격려해 주시는 분위기다”면서 “다른 학생들도 밤 10시 이후 친구들과 같이 학원수업을 마치고 나가는데 나만 10시 전에 가자니 경쟁에서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저녁시간이면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붐빈다. 특히 밤 10시 전후 많은 학생들이 거리를 돌아다닌다. 대다수의 학생들에 따르면 심야교습이 금지돼 있지만 일부 학생들은 학원에 남아 있어 부족한 공부를 계속하는 편이다. 사진은 자녀의 귀가를 배웅 나온 학부모(위)와 귀가하기 위해 버스정류장 앞에 선 학생들 ⓒ스카이데일리
  
수업을 마치고 귀가 중이던 조영지(가명·18) 양은 “초·중학생들은 어느 정도 괜찮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 공부가 절실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면서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학원에서 수업을 받고 늦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이어 “왜 10시만 넘으면 우리 같은 학생들이 눈치보고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국의 명문대 하버드대학교는 도서관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최소한 비슷하게는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학생들 외에 학부모들과 학원가 강사들도 학원 심야교습 금지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대치동 학원가 4년차 학원 강사라고 밝힌 박가영(가명·여) 씨는 “밤 10시 이후 학원에 남는 학생들은 대개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다”며 “아예 공부에 관심이 없다면 학원도 안 다닐 텐데 실력을 키우길 원하는 학생들이 남아 공부하는 만큼 늦게까지 애정을 갖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밤 10시를 넘겨 학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최진규(가명·남) 씨는 “아이가 학원을 등록할 때 10시 이후 강의나 자율학습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서 심야학습은 당연한 선택이다”고 주장했다.
 
학원 심야학습 제한으로 인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과외 성행 등의 풍선효과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잠실 등지를 오가며 강사 활동을 하는 권혜진(가명·여) 씨는 “학원들이 밤 10시 이후에 문을 닫다 보니 심야과외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오피스텔, 아파트 등의 한 호실을 임대해 그룹과외 식으로 학생들을 모아 수업 한다”고 말했다.
 
권 씨는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학원 교습시간 제한과 관련해 찬·반을 물어보기도 했다”며 “이때 10명 중 9명이 반대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학원수업이 일찍 끝나길 바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며 “학생들도 공부에 열의가 있고 더 교육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큰 만큼 심야수업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고 피력했다.
   
▲ 대치동 학원가에는 밤 10시 이후 학생이 있어도 커튼을 닫거나 출입문 셔터를 내려 문을 닫는 학원들이 여럿 존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진은 불이 켜진 대치동 학원(위)과 밤 10시 이후 학원에서 나오는 학생들 ⓒ스카이데일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맞게 초·중·고교 별로 학원 교습 제한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호근 서을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16년 △초등학생 밤 9시까지 △중학생 밤 10시까지 △고등학생 밤 11시까지로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하고 학원은 1주일에 하루 의무 휴업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친 박 의원은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고등학생의 경우 밤 10시가 아닌 11시까지로 늘려야 한다”며 “공부를 해야 좋은 대학을 갈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교육이 강화돼야하는 건 당연하지만 하루아침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강화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적인 대안은 학원에서 부족한 수업을 보충 받는 것이다”며 “과외 같은 경우 학원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받으면서 밤 12시나 1시까지 수업할 수도 있고 학원에서도 공부방 등 기형적인 과외 방식의 수업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차라리 양성화하는 게 맞다”고 피력했다.
 
박 의원은 학교에서 성적이 뒤처진 아이들이 좋은 대학을 가려면 학원 강사에게 보충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은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고등학생들을 무작정 놀리거나 편하게만 만드는 게 좋은 정책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성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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