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3년차까지 연간 1000만원 이상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중소기업 취업 지원을 기피하거나 입사 후 조기 퇴사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내용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3년 간 1인당 연간 900만원으로 높인다. 34세 이하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5년 간 소득세를 완전 면제해준다.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의 요건인 30세 이상 단독 가구 기준도 없앴다. 20대 청년 단독가구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한시적인 방안, 재탕 정책 등의 지적이 적지 않다.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하는 현실에서 실효성 없는 대책일 뿐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을 현장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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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 대책’이 취업현장과 취업준비생들(이하·취준생)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의 수혜자인 취준생은 ‘대기업 쏠림현상과 중소기업 기피 현상에 대한 원인 진단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대한 고민이 빠진 돈으로 급한 불끄기 식의 정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 해결대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재정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취업 후 3년차까지 연 10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임금 수준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대기업 쏠림현상을 방지해 2021년까지 18만~22만명의 추가고용을 창출하고 청년실업률을 8% 이하로 떨어뜨린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특히 이번 대책을 통해 그동안 대기업에만 목을 매던 취준생들의 취업 문턱이 한층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취준생들은 이번 대책에 공감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을 선호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 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급한 불끄기 식의 대책이라는 지적이 상당했다. 취준생들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사탕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취준생들은 중소기업 기피 요인은 대기업과의 임금 차이뿐 아니라 근무 환경, 복지 수준, 사회적 시선, 안정된 일자리 등 복합적인 측면이 많다고 주장했다. 설령 당장 정부 지원금을 의식해 중소기업에 취업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대기업으로 가는 사다리’ 정도로 인식하고 조기 퇴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보였다.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민 없는 달래기 정책…3년짜리 시한부 직장에 등떠미는 정부”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중소기업 취업이 목표인 취준생들은 없다”며 “중소기업으로 취업의 눈을 돌리게 만들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경희대에서 만난 취준생 이상헌(26·남·행정학 전공·4년) 씨는 “중소기업은 근무 환경이 낙후됐다는 이미지가 깊이 박혀 있어 취업하기 꺼려진다”며 “주변 지인들중에서도 중소기업 취직을 목표로 삼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 비해 복지 수준도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임금이 낮다보니 중소기업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송지은(25·여·회계·세무학 전공·4년) 씨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사내복지, 정년보장, 미래에 대한 확신 부족 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업체인 경우가 많아 을의 입장이 돼야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며 “회사가 위기를 맞아 고용이 안정되지 않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정말 취준생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면 취업 현장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의 대책은 취준생들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교묘히 눈을 속여 3년짜리 시한부 직장으로 등떠미는 것과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공기업·대기업 선호 현상 뚜렷, 중소기업 급여보전 대책은 전형적인 탁상행정”
지난해 11월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전국 14개 대학 취준생 46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취업하고 싶은 직장으로 △공공기관·공기업(28.3%) △대기업(20%) △전문직(19.5%) △대기업 계열사(7.1%) △자영업·창업(5.4%) △벤처기업(2.4%) △중소기업(2.1%) 등의 순이었다.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낮은 급여 △열악한 근무환경 △사회적 인정 △불확실한 미래 비전 등을 꼽았다. 취업 결정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복리후생을 포함한 근무환경(7점 척도 중 6.3점) △급여수준(6.12점) △고용안정성(5.97점) △기업의 미래 비전(5.89점) △경력 비전(5.83점) 등을 지목됐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경희대생 김민찬(28·남·경영학 전공·4년) 씨는 “복리후생이 좋은 편한 직장에서 근무하려는 것은 당연하다”며 “남의 눈치를 보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특성 때문이라도 대기업을 들어가야 한다는 심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임금을 보전해 준다고 해서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리진 않을 것이다”고 피력했다.
김 씨는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돈만 강조하다보니 지금의 정부가 ‘정치적 메시지만 던진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지금의 대책마저도 정권이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은 잠시 들렀다 가는 곳…중소기업 자체를 매력적인 직장으로 만들어야”
취준생들은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 역할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 정부의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임금 지원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했지만 학교 도서관을 찾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서진영(가명·남) 씨는 “대기업에 입사해 1년 만에 퇴사한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에 입사해도 만족하기 쉽지 않는데 그 보다 더 한 중소기업을 누가 가겠나”라고 말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취준생 대부분이 알고 있는데 돈으로 지원한다고 과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제고 노력과 R&D비용 지원 확대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펴낸 ‘중소기업 R&D 지원의 현황과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청 R&D 예산은 지난 1996년 70억원에서 2015년 9574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2016년 예산은 9429억원으로 첫 하향 조정됐다.
이에 대해 정책연구원은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지원 R&D의 규모를 18%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2015년 달성되면서 목표가 사라진 상황이다”며 “양적·질적 목표의 전환이나 새로운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취준생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취직율이 늘어나더라도 얼마 안 가 곧 시들해질 것이라는 반응도 내비쳤다. 중소기업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생 김태웅(27·남·건축학 전공·4년) 씨는 “중소기업은 대기업 취직 실패 시 잠시 몸담을 곳이 필요할 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며 “얼마 전 학교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리더십 강연에서 강연자인 한 중소기업 사장이 ‘직원들이 오래 일할 생각을 갖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취준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 보다 차라리 중소기업 발전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매력적인 곳이 돼야 청년들이 스스로 지원하고 오래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성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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