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회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기준 휴일 근로수당을 150%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당 근로시간을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건설업계의 경우 반발의 강도가 유독 거세다.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근로시간을 단축시켰다는 입장이다. 건설업의 경우 근로시간이 줄어 공사기간(공기)가 늘어나면 추가 인력·자원 등이 투입돼 자연스레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기 연장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는 결국 건설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아파트 공사의 경우 공사비 증가는 결국 조합원 분담금 증가, 분양가 상승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해외파견 근로자들도 국내법을 적용받는다는 점은 빠른 공기를 바탕으로 글로벌 건설강국으로서 입지를 구축한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해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건설업계의 입장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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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추가 인력·자원 등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업계의 특성상 공사기간은 공사비와 정비례하고, 공사비는 건설경쟁력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급진적 근로시간 단축, 연장근무 일상인 건설업계 타격 ‘심각’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줄어 공사기간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사기간 내 공사를 마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과 자원 등 투입이 불가피하다. 인건비·임차료 등 간접비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건설 현장의 경우 ▲눈·비 등 기상악화 ▲기온 등 계절적 요인 ▲발주처의 긴급 요청 ▲본사 서류 마감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매일 정해진 시간만 근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주목되는 사실은 수주계약 시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 가량 사전에 공사기간을 협의한다는 점이다. 오는 7월 1일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있지만 앞서 공사에 돌입한 현장의 경우 이미 공사 기간을 협의해 놓은 상태다. 근로시간 단축을 이행하면서 사전에 약속된 공사기간을 맞추려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추가 인력·장비 투입이 불가피하다. 공사비 상승 역시 뒤따른다. 추가 공사비는 고스란히 시공사 몫이다.
건설업계 안팎에서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는 배경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간접비 등 추가 공사비 지불 주체(발주처·시공사)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는 상태인데, 하루빨리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게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대림건설 관계자는 “계약이 이미 체결된 건설사들의 피해는 사전에 고려되지 않아 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법이 개정되면 시공사들이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인력 투입이 늘어 인건비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며 “이익은 정해져 있는데 수익성은 계속 악화돼 건설사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한건설 안전관리 관계자는 “건설업 현장은 오전 6시부터 대개 오후 9~10시쯤 작업이 끝날 때가 많다”며 “만약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중견·중소건설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공발주 공사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어느 정도 추가 공사비를 지원할 수 있겠지만 민간사업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건설사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다”며 “시스템 위주의 제조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큰 무리가 없지만 건설업은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팀이 공사를 하는데 이 팀이 바뀌어 버리면 인수인계 등 현장 내 소통의 문제로 공사에 상당한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해종합건설 관계자는 “현장에서 쓰이는 콘크리트 펌프카·굴삭기 등 고가의 장비 및 운전자 등의 대한 비용은 1시간이든 10시간이든 일대로 계산해 작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시간 외 작업을 통해 하루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고 밝혔다.
해외공사 수주 경쟁력 약화 가능성 대두…“글로벌건설 강국 위상 악화 불가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은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해외 사업 환경 전망 또한 그리 밝지만은 않다. 걸프협력회의 주요국 재정 적자와 중동지역 정세 불안, 유럽 업체들의 공격적인 수주 경쟁 등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별도 규정 없이 일괄 적용되기 때문이다. 짧은 공사기간이 최대 무기인 국내 건설사들로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재인 셈이다. 만약 공사기간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최대 수천억원의 지체 보상금은 물론, 신뢰성 하락 등의 결과로도 이어지게 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공사의 경우 발주자는 국내법 개정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이미 기술력에서는 유럽 등 선진업체가 우위를 점하고 있고 중국 등 후발업체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건설업 특유의 장점인 인력관리·공기단축 등이 타격을 입게 된다면 결국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남승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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