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광교신도시에서는 영동고속도로 소음 문제로 주민들과 경기도시공사·한국도로공사가 무려 4년 동안이나 갈등을 빚어왔다. 주민들은 일부 구간에 방음벽이 아닌 반방음터널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권익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결국 주민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아산~천안을 잇는 고속도로 인근에서도 소음·조망권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소음의 경우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를 아파트와 불과 90m 거리를 지나도록 설계한 게 논란의 단초가 됐다. 주민들은 터널형 방음벽을 요구했지만 도로공사 측에서는 환경영향평가 결과 방음벽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주민들은 결국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아파트 부근 구간을 바닥을 저소음 포장으로 변경·시공하는데 합의했다. 그런데 최근 동탄2신도시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동탄2신도시를 관통하는 이천~오산 고속도로 구간에 터널이 지어지고 있는데 시공사는 반방음터널 시공을, 도로에서 약 20m 가량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완전방음터널 시공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처음 분양당시엔 완전방음터널을 짓고 그 위에 생태공간을 조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오가는 차에서 발생하는 매연·소음 등 환경공해가 크게 우련된다는 지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이천~오산 고속도로 동탄2신도시 ‘왕배산 신리터널’ 구간을 둘러싼 시공사와 주민들 간에 갈등 원인과 양측의 입장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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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탄2신도시를 관통하는 이천~오산 고속도로 구간 공사를 두고 인근 주민들과 시공사인 금호산업 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아파트 단지 지척에 고속도로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산을 관통하는 방음터널 대신 산을 일부 우회하는 반방음터널(도로의 반만 덮는 지붕을 씌우는 방식) 형태로 시공하고 있는데 대해 주민들은 소음·분진·매연 등 환경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와 광주시를 연결하는 이천~오산 고속도로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주)가 시행을 맡은 민간투자사업이다.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의 최대주주는 금호산업으로 전체 지분의 22.10%를 가지고 있다. 현재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구간 역시 시공사는 금호산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금호홀딩스다. 금호홀딩스는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사장이 과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사비 낮춘 공사 방식에 아이들 매연·분진 피해 우려에도 시공사 공사강행 고수
현재 금호산업 측과 소음·분진 등의 우려로 갈등을 겪는 이들은 두 곳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다. 한 곳은 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1차(A39블럭), 다른 한곳은 LH가 분양한 동탄2레이크빌아파트(A65블럭)다. 현재 이들 단지 곳곳에는 시공사에 항의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내걸린 상태다.
이곳 주민들은 아파트와 불과 2~30여미터 떨어진 곳에 고속도로를 시공하면서 반방음터널 형태로 지어진다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지난달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결성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장현옥(남·65) 왕배산터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LH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봤던 조감도에는 문제의 구간은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고 그 위를 녹지로 뒤덮은 생태터널이었다”며 “하지만 막상 입주 하고나니 산을 뚫는 게 아닌 깎는 방식으로 도로를 짓고 그 위에 반방음터널을 덮는 식으로 시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똑같은 고속도로인데 바로 옆 아파트단지 쪽은 완전 방음터널로 공사를 하는데 고속도로와 더 거리가 가까운 우리 아파트단지 옆은 왜 반덮개 방식으로 추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반덮개 방식이 직접 산을 뚫는 것 보다 공사비가 덜 든다는 점에서 비용감축을 위해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민들을 부진·소음·매연에 노출시키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반방음터널 방식의 고속도로가 생겨날 경우 경우 건강을 위협받는 것에 상당한 불안감을 표했다. 김정명(남·66·가명) 씨는 “과거 시범단지에는 오히려 없던 산을 만들더니 여긴 있던 산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며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데 금호산업이 비용을 줄여 수익만 챙기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고속도로가 생겨나는 곳 인근에 위치한 왕배초등학교는 1300명이상의 어린 학생이 공부하는 곳이다”며 “금호산업과 박삼구 회장의 자사 이익만 챙기는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환경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되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주민들은 남다른 불안감을 표했다. 어린 손녀딸과 함께 살고 있는 권용숙(여·62)씨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이 더욱 크다”며 “아이들은 어른들 보다 면역력이 약해 환경공해로 인한 건강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주민들의 이러한 주장에도 금호산업 측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물론 있지만 그것보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에 민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음·미세먼지 이런 것들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고 기준치 이내기 때문에 허가가 난 것인데 인근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계획을 바꾸면 기준이 왜 필요하겠느냐”며 되물었다.
현재 비대위 측은 협의를 위해 시공사 고위 간부와의 면담을 요청 중이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이 이용하던 산책로도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출입이 금지된 상황이다. 왕배산 허리가 베어지자 이곳에 살던 수리부엉이와 딱따구리들은 둥지를 떠났다. 공사 현장과 아파트 사이에 있는 나무들에는 딱따구리들이 그동안 뚫어놓은 구멍이 가득했다.
주민들 “소음·분진 피해 우려” vs 금호산업 “일단 공사하고 문제 생기면 조치”
동탄2신도시에 자리한 레이크빌아파트 주민들도 같은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아파트가 들어선 쪽만 반방음터널이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측은 나중에 공사 후에 소음이나 분진이 기준치가 넘어 간다면 보강공사를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러한 태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표하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지적이다.
주로 서민층이 거주하는 임대아파트인 레이크빌아파트는 현재 입주자대표가 아닌 임차인들이 나서서 반대하고 있다. 임차인 대표는 “기준치 이내라도 아파트가 바로 옆이고 아이들이 공사현장 바로 옆 공원에서 노는데 일반도로도 아닌 고속도로가 생기면 이익은 건설사는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문제가 생긴 후에 해결하려는 발상자체가 문제다”며 “기준치를 자꾸 들먹이는데 고속도로에서 매연과 분진이 발생하면 결국은 주민들의 입과 코로 들어가는데 본인들이 이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거주하고 있다해도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현재 임차인들은 계속해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민원을 넣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공사 측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렇다 할 협의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 아이를 키우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아이를 키우는 이명지(여·44·가명)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인가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어두기 어려운 날이 잦아졌다”며 “고속도로가 생긴다니 아이들 건강도 염려가 되고 지금도 공사현장에서 날리는 먼지 때문에 베란다 창문이 시꺼멓다”고 말했다.
정한철 환경운동엽합 국장은 “이미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기준치’라는 것에 대한 신뢰도는 많이 떨어진 상태다”며 “기준치를 지킨 적은 농도라도 미세먼지나 매연 등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가에서 도로나 택지 개발을 한다면서 주민들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따지고 보면 결국 돈 문제다”며 “생명이나 안전보다 돈을 위한다면 국민을 위한다고 볼 수 없으니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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