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유은주·권이향·문용균 기자]과체중, 소위 ‘비만’으로 분류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점차 늘고 있다. 체내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비만은 고지혈증, 지방간,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 높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건강 악화 우려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까지 아이들 비만의 책임을 가정에만 돌리는 경향이 짙어 이제는 사회가 직접 나서서 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날로 뚱뚱해지는 아이들…분식·라면·패스트푸드 등 위험한 먹거리 무방비 노출
교육부, OECD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비만율은 2017년 기준 17.3%로 2008년 11.2%에 비해 6%p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5~17세의 비만율은 OECD 33개국 중 12번째로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비만은 잘못된 식습관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비만을 유발하는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로컬푸드 등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된 점이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76%는 라면을, 68.0%는 패스트푸드(햄버거, 피자, 튀김 등)를 주 1회 이상 섭취했다. 아이들 성장을 위해 필요한 우유·유제품의 1일 섭취율은 48.2%, 채소 1일 섭취율은 31.3% 등로 각각 조사됐다. 초등학생 10명중 절반이상은 하루에 유제품과 채소를 한 번도 먹지 않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학년일수록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H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초등학교 등·하교 길에 문구점, 분식점, 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인 떡볶이, 튀김, 라면, 과자 등에는 나트륨당류가 포함돼 있어 과다 섭취할 경우 소아 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의 비만에 대해 우리 사회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아이들은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충동적으로 섭취하게 되는데 어린 식으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먹다 보면 나쁜 식습관을 가지게 되고 결국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아이들이 비만 위협에 노출돼 있지만 정작 정부차원의 학교 앞 먹거리 안전관리, 올바른 식습관 교육, 야외활동 등의 프로그램 등 아동비만예방 대책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역삼초등학교 소속 영양사는 “아이들의 식습관 형성을 위한 공개수업은 1년에 1번 정도 이뤄진다”며 “상담실로 찾아오는 방법만이 아이들을 도울 방법이다”고 말했다.
서울의 홍제초등학교 소속 영양사는 “식습관 교육과 관련해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은 교재비 정도다”며 “아이들의 식습관은 조기 교육이 필요한데 사실상 6개월에 한 번, 또는 1년에 한 번 이뤄지는 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아동·청소년들의 건강한 식생활 교육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현장체험 형식의 ‘튼튼 먹거리 탐험대’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차량 역시 단 2대에 불과해 사실상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식약처 식생활 영양안전 정책과 관계자는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해 학교에 찾아가는 먹거리 탐험대를 운영하고 있다”며 “먹거리 탐험대는 학교 측의 신청을 받고 교육 차량이 직접 학교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 2대 밖에 없어 사실상 모든 학교에 교육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잘 먹여서 살 쪘겠지”…비만 아이들 대하는 ‘안일한 인식’ 도마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의 위험한 먹거리 노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달 서울·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린 푸드존’(불량식품 판매가 금지된, 초등학교 인근 200M 이내의 식품안전 보호구역)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실시했다. 당시 여러 건의 시정조치가 이뤄지긴 했지만 지금도 학교 주변에서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각종 먹거리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저녁식사 대신 분식과 편의점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박성준(12·남·가명)군은 “돌봄 교실은 저녁을 주지 않는다”며 “친구들도 저녁때 편의점 라면이나 분식을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해외 선진국들은 사회가 직접 나서 아이들의 먹거리 안전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의 먹거리 안전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영양불균형을 초래하는 먹거리에 대해서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관련 광고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OECD가 발표한 ‘비만퇴치를 위한 노력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헝가리는 포화지방 함유, 당류 등이 기준치를 넘어서는 모든 식품에 대해 2011년부터 ‘식품 공공 보건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후 관련 상품 가격은 29% 상승했고 판매량은 27% 급감했다. 약 40%의 업체들은 조세 부과와 관련된 성분을 줄이거나 폐지했다.
덴마크는 역시 아이들 영양에 해로운 식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서 관련 상품 소비량이 15%나 감소했다. 영국은 2011년부터 ‘공공 건강책무 협약’을 도입해 정부가 결정한 건강식품과 관련한 정책을 관련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13년부터 기업의 자발적 참여 하에 지방·포화지방·소금·설탕 등 식품의 함유 정보를 빨강, 녹색, 노랑 색깔로 라벨링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아이슬랜드·노르웨이·터키 등은 아동 대상 프로그램에서 건강 유해 식품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영국, 남아프리카 등 해외 각국에서는 당류가 높은 음료에 대해서도 높은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부터 교내 과일 간식 지원 시범 사업을 실시하곤 있지만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이 병행돼야 한다”며 “정부와 시민사회·학부모 모두가 사회적 합의를 하고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완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비만이 개인이나 한 가정의 잘못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비만은 한 사회의 문제이므로 학교는 보건 교육시간을 늘려 아이들의 인식을 변화 시켜야 하고 정부는 당도를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안전한 환경도 중요하며 체육시간을 늘려 스마트폰만 가지고 노는 습관을 줄여야한다”며 “아이들이 보는 TV프로그램 전·후로 방영되는 먹거리 관련 광고 역시 자칫 잘못된 식습관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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