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사교육비 역시 그 중 하나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 자체를 기피하게 되는 현상이 결국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이들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것도 사교육 열기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결국 저출산 문제는 아동·청소년과 관련된 사회 전반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결부돼 나타난 결과물인 셈이다. 출산율 회복을 위해선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사회 문화와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카이데일리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들의 안전 위협하는 사회’를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로 선정하고 아이들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로 지목되는 콘텐츠·먹거리·놀이시설 등과 관련된 각종 부작용 등을 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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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진강 부장, 유은주·권이향·문용균 기자] 어린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점차 변질되고 있다. 방과 후 또래 친구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PC나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한창 움직일 나이에 PC나 스마트폰 화면에만 몰두하다 보니 성장 활동에 이상이 생길뿐 아니라 게임중독 등의 부작용까지 생겨나고 있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풍경 사라진 학교…PC·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
최근 어린 학생들의 인터넷게임 의존도와 중독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정보화 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0대 아이들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1주일 평균 15.4 시간이다. 10대의 인터넷 이용 빈도는 ‘하루에 1회 이상’인 경우가 무려 93.9%에 달했다.
주목되는 점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10~19세 청소년이 주로 이용한 콘텐츠는 2016년 기준 ‘메신저’와 ‘게임’이 100%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 ‘SNS(77.2%)’, ‘웹서핑(73.1%)’, ‘학업·업무용검색(62.0%)’ 등의 순으로 이용 빈도가 높았다.
청소년들의 과도한 스마트폰·인터넷 사용은 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사고력이나 기억력이 줄어들어 학습능력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좌뇌만 자극을 받아 사회성·집중력·충동성 조절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서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의존할수록 우울증과 불안증 등이 두드러진다는 연구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한국치안행정학회 ‘게임중독으로 인한 공격성이 폭력비행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의 중독적 사용은 공격성이나 충동성을 유발해 폭력비행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날로 심화되는 교육열을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여가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 PC·스마트폰 등을 통해 해방구를 찾으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 유아기 때부터 여러 학원을 전전하게 되면서 다양한 놀이문화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하다 보니 쉽게 접할 수 있는 PC·스마트폰 등에 과몰입하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정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게 된다”며 “요즘 아이들은 PC방에 친구들과 모여 게임을 하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 놀이문화가 한 가지에 치우치다 보니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곤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놀이문화가 비정상적인 경우 아이는 물론 사회전체가 여러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염정애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발달시기에 맞추지 않는 획일화 된 사교육은 당연히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며 “사람을 사귀고 놀이터에서 뛰놀며 사회성도 기르고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으니 짬짬이 시간 내서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하면서 놀게 되고 또 부모들도 ‘스마트폰(게임기) 사 줄 테니 학원가라’는 식으로 아이를 회유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 사교육이 아이들 정서 발달은 물론 창의성을 기르는 데도 좋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가 학교에서 뒤처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며 “장기적인 시간을 갖고 (사교육 과열현상)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정부와 교육자들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데일리는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직접 찾았다. 그곳에서 학원을 다녀온 뒤 잠시 놀이터에서 쉬고 있는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방과 후에 주로 하는 여가활동이 무엇이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게임을 하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한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조용태 군은 “방과 후 학원에 가기 전에 PC방에서 친구들과 모여 게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에 있을 때도 주로 게임을 하는데 주말에는 거의 5시간까지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방과 후 시간대가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고 전했다. 그는 “초등학생은 오후 2~3시에 가장 많고 중학생은 3~4시 정도, 그 이후부터 저녁시간대에는 고등학생들이 주로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서커스, 고고학탐사, 비석만들기 등…해외 선진국, 아이들 위한 각종 여가활동 적극 지원
어린 학생들의 인터넷게임 과몰입 현상으로 인한 중독 사례가 날로 빈번해지고 이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우려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예방하고 관리할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청소년정책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관리하는 ‘인터넷중독 드림마을’(청소년 대상 인터넷 중독 기숙형 관리시설)은 전국에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스마트쉼센터’(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예방시설) 역시 전국 18곳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할 뿐 청소년 전용 상담센터는 아니다.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게임중독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추가 설치 계획은 아직 없지만 기숙사를 확충해 수용 인원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인터넷중독 드림마을은) 전국에 있는 상담센터를 통해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학생들만 따로 모으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시설은 한 곳이지만 청소년 상담시설 자체는 고루 분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정부가 유아·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에 대해 적극 대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향적인 대처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가정에서 이뤄지는 아이들의 인터넷 이용을 관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인 ‘비웹어웨어(Be Web Aware)’를 개발해 보급하는 등 정부가 어린 학생들의 인터넷 중독 현상 방지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다양한 놀이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이는 나라도 있다. 독일의 경우 청소년들이 다양한 스포츠단체에 가입해 각종 스포츠를 즐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청소년의 참여비율은 30%에 달한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국제교류와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
프랑스는 청소년 문화의집, 일하는 청소년의 집 등 청소년 활동 지원 인프라가 발달돼 있다. 바캉스센터 및 여가센터 등에서는 청소년 단체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영, 돛을 단 배를 이용한 스포츠, 등산, 서커스 등 신체활동, 연극, 고고학탐사, 음악 등 다양한 활동이 이들 센터에서 이뤄진다.
덴마크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대해 운영하는 ‘엔드랩스쿨(Endrup skole)’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뜨개질, 비석만들기 등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양한 과목의 수업을 받는다. ‘Drivhuset After-school club’의 경우 컴퓨터·스포츠·공예·바느질·보드게임·캠프·자연활동·음악·미술 등 학생들이 날마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방학 때나 주말에는 캠프 등 주말 특별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재정을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이들의 여가활동 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다. 취재 중 만난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해외처럼 아이들이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도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란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여학생들은 요리와 만들기 수업을, 남학생들은 컴퓨터와 운동을 배우고 즐기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신길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만난 초등학교 2·3학년 두 딸을 키우는 박정명(남·40·가명)씨 부부는 “학교에서 무료로 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 시킬 의향이 있다”며 “사교육비가 부담스러워 지금은 비용이 저렴한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워낙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보니 다른 나라 청소년들보다 중독 비율이 굉장히 높다”며 “많은 경우 3~4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나라는 학원이 없다보니 다양한 클럽활동이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 갖춰져 있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여가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교육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이상 (청소년들이) 다양한 여가활동을 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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