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인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공연예술노동조합’의 ‘공연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극배우들의 상당수가 수준 이하의 공연 수당을 받고 있으며 이 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공연계의 폐습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공연 수당에 대해서도 최저시급과 같은 법적인 규정을 정하고 정부의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공연예술인에 대한 처우 개선은 우리나라 문화 산업 성장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를 찾아 무대 위 배우들의 현실과 각종 문제점, 개선방안 등에 대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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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연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배우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다수 배우들은 생활 유지조차 어려운 처우를 받고 있는가 하면, 이 마저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 안팎에서는 공연 배우들에 대한 처우 문제에 대해 최저시급과 같은 법적인 규정을 적용하고 정부가 엄격하게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공연 배우들의 처우 개선은 우리나라 문화 산업의 발전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대학로 배우 80% 알바 병행하며 생계유지…수당 대신 티켓 주기도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지난해 발표한 ‘공연예술인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 달 공연수입이 월 50만원 미만인 배우들이 조사대상자의 61.3%를 차지했다. 이어 △50만원~100만원이 20.4% △100만원~200만원 10.9% △200~400만원 5.5% △400만원 이상 1.9% 등의 순이었다.
2018년 1인 가구 중위소득 기준이 16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배우들의 80% 이상은 평균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배우들의 80.5%가 공연 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배경이다. 특히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최소한의 출연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인들 중 상당수가 공연을 하고 수당을 받지 못하는 일을 겪고 있었다.
대학로에서 만난 배우 임창현 (32·남·가명) 씨는 “급여를 제대로 주지 않는 사례는 허다하다”며 “대학로 내에 대다수의 공연 제작사들이 신입배우들에게 ‘경력이 적다’고 말하면서 수준 이하의 수당을 지급하거나 이조차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일부 제작사는 배우는 ‘정신력이 강하게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공연 수당을 주는 대신 ‘티켓을 직접 팔아 수입을 챙기라’고 강요하기도 한다”며 “많은 배우들이 부업을 병행하며 배우의 꿈을 키우는 실정으로 부업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막노동, 공연 호객꾼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연극배우 김하나 (28·여·가명) 씨는 제작사가 급여 약속을 수차례 지키지 않은 탓에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두 달간의 공연을 마친 후 수당을 받아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계획했었다”며 “하지만 제작자는 ‘급여일에 공연 수입금이 정산이 되지 않았다’면서 수차 급여지급을 미뤘고 결국 연락이 두절 돼 필요한 월세와 생활비를 위해 대출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뮤지컬 배우 최정화 (25·여·가명) 씨는 공연 중 부상을 입어 자신의 비상금으로 치료비를 사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씨는 “공연 중 무대 스텝과 부딪쳐 발목을 다쳐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제작사의 공연 강요로 고통을 참고 무대에 서야했다”며 “공연을 계속하면서 발목을 움직일 수 정도로 통증은 심해졌고 결국 공연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은 결과 발목 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에 치료비를 청구했지만 ‘치료비에 관해 일체 지원도 할 수 없다’는 말만 되돌아 왔다”며 “배우들에게 급여가 보장되지 않는 것은 오래된 관습이라 말하지 않겠지만 제작사의 강요로 인해 부상 당한 배우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제작사의 갑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연극배우도 최저시급법·기본소득법 적용 필요…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해야”
전문가들은 공연배우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행위 예술도 하나의 노동으로 명시하고 최저임금 및 기본 소득법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선아 건국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예술인의 공연활동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 창조활동으로 높은 질의 문화를 선도하는 행위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에서 이렇게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는 예술인들의 처우가 개선되면 우리나라 문화산업 또한 발전할 것이다”며 “정부가 공연배우들에 대해서도 최저시급제, 기본 소득법 등을 적용해 법적으로 보호해주면 문화·예술계의 악·폐습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연기획사 P사의 김은선(가명) 차장은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의 경우 배우들의 최저시급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고 복지 혜택까지 보장돼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나라도 공연예술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영국처럼 배우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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