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포식자는 오늘도 헤매고 있다. 먹잇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고기만 먹어 온 포식자는 풀을 뜯을 채비를 한다. 굳이 고기만 고집할 이유가 없어서다. 사자처럼 강인한 근육과 매서운 이빨을 가졌지만 사냥을 하려 하지 않는다. 힘들게 사냥하지 않아도 먹잇감이 많다. 굳이 욕심을 내지 않아 사냥은 옛말이 됐다. 오히려 사냥을 하는 것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약육강식의 자연 생태계가 악한 행위로 치부되면서 포식자들은 이제 풀을 뜯기 시작했다. 강인한 근육도 무서운 이빨도 더 이상 효용성이 사라졌다. 풀을 뜯는 맹수들이 확산되면서 정글은 활기를 잃어갔다. 외견상 평화로운 듯 보이는 정글은 오히려 죽어갔다. 풀을 뜯는 맹수들을 본 많은 정글의 본성들이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타고난 본성을 유지하려 하지 않았다. 목숨을 담보한 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생태계는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면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 정글의 영토는 작아져 갔고 결국 풀조차 남지 않는 초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배고픈 맹수들이 다시 사냥을 준비하지만 늦었다. 사냥을 하는 법조차 잃어버린 맹수들은 기력이 없다. 살아가야 할 본성의 DNA를 상실한다는 것은 죽음이다. 치열한 정글 속에서 죽음을 각오한 생존의 사투가 삶의 행복과 평화를 보장해 준 것과 비교됐다. 생태계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토끼가 사냥을 하고 있다. 무너지는 정글을 복원할 길이 없다. 회복하기 어려운 정글의 질서는 곧 먹고 살게 없는 척박한 땅의 다른 이름이다. 생명체에게 가난은 죽음이다. 정글의 눈들은 시퍼렇게 멍들었다. 생명의 온기가 사라진 땅이 늘어만 갔다. 정글이 아닌 평화의 공포가 소름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