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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났지만 아직도 한낮은 뜨거운 햇살이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겨울제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는 아웃도어 업계의 ‘역발상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해 매출에서 겨울제품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일찌감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각 업체 간에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겨울옷은 여름에 사야 싸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여름철 겨울제품 마케팅은 일반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세일 행사를 통해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도 털어내는 한편, 브랜드 이미지 재고 효과를 누리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유난히 더웠던 올해 겨울 최강한파 예고에 ‘롱 패딩’ 찾는 발길 급증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 여름 역시즌 마케팅의 주인공은 ‘롱 패딩’이다. 롱 패딩은 머리는 물론 어깨와 허리를 거쳐 무릎아래까지 받쳐줘 스포츠 경기에서 오랜 시간 벤치에서 대기해야 하는 선수나 감독들의 체온을 보호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롱 패딩은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긴 디자인 때문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전유물’로 불렸다.
‘롱 패딩’이 남성 의류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해외 스포츠 경기의 높은 인기가 결정적이었다. 영국 프로축구리그 ‘아스널(arsenal’)를 대표하던 명감독 아르센 벵거는 추운 날이면 벤치 파커로 불리는 롱 패딩을 입고 나타나 벤치에 앉아 경기를 주시했다. 맞수인 맨체스타유나이티드의 무리뉴 감독 역시 롱 패딩을 입은 모습이 화면에 자주 노출됐다.
올해 초 개최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롱 패딩 열풍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됐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활동하기 편하고 기능성 뛰어난 롱 패딩을 입은 모습이 자주 노출되면서 일반인들도 덩달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반 패딩에 밀려 관심을 끌지 못하던 롱 패딩이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가을과 겨울의 열기를 바탕으로 올해도 밀레를 시작으로 머렐, 블랙야크, 네파, 코오롱스포츠, 노스페이스, K2 등 아웃도어 업계들이 롱 패딩 판매를 시작했다. K2코리아는 전속 모델인 수지를 이용해 지난해 ‘수지패딩’으로 불리며 완판을 기록한 ‘아그네스’와 롱 패딩인 ‘포디엄 코볼드’를 선보였다. K2는 다운재킷을 구매할 경우, 30%를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네파는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우고 겨울철 롱 패딩 경쟁에 뛰어들었다. 3종 신제품을 출시한 네파는 “캐주얼한 라이프 스타일을 넘어 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네파는 롱 패딩 3종에 대해 최대 28%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아이더 역시 종아리까지 덮어주는 롱 패딩 제품인 ‘스테롤 구스 롱 다운재킷’을 공개하고 최대 25% 할인해주는 ‘얼리버드 인 서머’를 진행하고 있다. 밀레는 지난 6월 롱 페딩인 ‘베릴 벤치파카’를 출시하고 정가보다 40% 다운된 가격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아웃도어의 대표주자인 노스페이스는 일찌감치 롱패딩 판매에 나섰다. 무게 0.99kg의 경량 롱 패딩인 ‘슈퍼에어다운’을 출시하고 6월 말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소지섭을 모델로 기용한 노스페이스는 구매자에게 트래블 다운백(소진 시 종료)을 증정하고 있다.
스포츠패션 브랜드인 뉴발란스는 김연아 씨를 모델로 기용하고 롱 패딩 제품인 ‘연아 벨핏 다운’ 선판매에 나섰다. ‘연아 벨핏 다운’은 자연적인 소재를 이용해 후드 부분을 보충했으며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보온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40% 할인 판매면 도대체 원가는 얼마”…과열된 롱 패딩 경쟁에 가격 거품론 솔솔
최근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웃도어업계의 롱 패딩 경쟁의 과열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즌 마케팅을 통한 할인 판매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이뤄지는 데 대해 거품론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춘천에 사는 박영희(남·51세) 씨는 “40% 할인된 가격이라면 도대체 정가가 얼마라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정가에는 그만큼의 거품이 끼여 있다 의미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서울 백화점에서 만난 김지영(여·33세·가명) 씨는 “최근 아웃도어업계에서 유명 모델 기용이 한창인데 결국 비싼 모델료가 제품 가격에 다 포함된 것 아니겠느냐”며 “차라리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경쟁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더욱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신성통상은 타 아웃도어 업체들과 달리 14만90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의 롱 패등 제품을 내놔 완판 신화를 낳았다. 재판매가 될 때마다 구매자들이 판매점인 롯데백화점 앞에 줄을 설 정도였다. 신성통상 제품 높은 인기는 고가의 거위털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낮은 가격을 책정한 점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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