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강’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까지 미치는 분위기다. 두 나라 간에 패권경쟁으로 인해 한창 달아오르던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한 풀 꺾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2강’ 갈등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시진핑 방북에 트럼프 방북취소 맞불
올해 초 ‘대만통일’ 문제를 시작으로 ‘미·중 무역전쟁’, ‘북한비핵화’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쟁탈전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두 나라 간에 알력다툼은 전개 양상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교류 진척 여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관심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 불성실 하다는 주장, 일명 ‘중국 배후설’을 들어 ‘북한비핵화’와 ‘종전선언 협상’ 등을 위해 북한행(行)을 준비하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다”며 이번 결정이 미·중 무역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곧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화살의 끝이 중국을 정조준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정을 한반도에서 시작해 동중국해, 대만, 남중국해, 인도양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팽창전략과 미국의 봉쇄전략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북한 9.9절 참석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 영향력 확대, 미국의 한반도 안보전략 위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 비핵화 논의 초기에 북한과 가까운 중국의 도움이 절실했다”며 “하지만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과 일대일 협상의 키를 잡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관세폭탄’이라는 실탄이 풍부한 만큼 경쟁자인 중국의 도전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강력한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공공정책전문가이자 변호사인 피셔(YJ Fischer)는 26일 미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는 여전히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이 같은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무역불균형을 평등화하려는데 그치지 않고 중국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에 벼랑 끝 몰린 시진핑의 ‘위대한 중국’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치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해상권을 제패한 후 대만 통일, 나아가 미국의 안방 격인 카리브 해 진출까지 노리던 시 주석의 팽창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충돌하면서 중대한 시련을 맞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위기 돌파를 위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북한 비핵화’ 성과 내기에 조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틈새를 공략하려던 시 주석의 전략은 무산된 것은 물론 ‘방북강행이냐’ ‘후퇴냐’를 선택해야 할 처지로 몰린 형국이다.
중국은 우선적으로 미국에 대한 비난공세와 내부결속을 다지는 분위기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7일 논평을 통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대국으로서 할 행위가 아니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덕스럽다는 것은 관련국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 영자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26일 사설에서 “명백히 미국은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대한 주요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를 촉진시켜 왔다”며 중국은 이 역할을 계속 수행해 비핵화의 토대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악관은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성실성이 부족하며, 한반도 평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비난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단단히 벼르고 있는 미국의 대중 압박기조를 돌파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시 주석의 북한 9.9절 참석 전망은 유력하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협상은 파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폭탄은 물론 금융시장 불안, 위안화 가치하락, 생산업종 수치하락 등 중국경제의 불안감이 현실화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쳐놓은 ‘중국 배후설’이란 덫에 걸려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제재 비협조’ 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도 시 주석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시 주석이 쉽사리 북한 방문을 취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코너에 몰린 시 주석이 미국의 압력에 밀려 북한방문을 취소한다면 중국 내 그의 지도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상무위원 급 인사를 시 주석 대신 북한 9.9절 행사에 참석시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역시 시 주석이 굴복하는 것으로 비춰지긴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북한의 9.9절 이후 방북하고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스케줄을 제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체면도 살리고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킨다는 점에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북한과의 일대일 대화를 원하는 미국이 수용할 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많다.
미·중 대결 양상이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내달 중순 열릴 예정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주목받고 있다. 내달 초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시기가 불투명한 만큼 북·미 간 ‘북한비핵화’ ‘종전선언’ 협상을 견인할 유일하면서 확실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27일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방북 철회 배경으로 △북한의 조바심 자극 △중국의 UN 대북제재 적극동참 촉구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 견제 등을 꼽았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늦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 내지는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문 대통령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리스트를 시진핑 주석에게 주는 것보다는 문 대통령에게 주는 게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북미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