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9월에 접어들면서 남북 평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남북 평화와 관련된 다양한 국제적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 역시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그룹의 행보가 특히 두드러진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반기는 남북경협 상징 현대그룹, 북한수혜 기대 들뜬 포스코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남북경협’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기업이다. 고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1998년 6월 통일소 500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넘은 이후 현대그룹은 줄곧 남북경협의 상징적인 기업으로 평가돼 왔다. 실제로 남북경협 관련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8년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되기 전까지 금강산·개성관광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등을 추진했다. 철도·통신·전력·통천비행장·임진강댐·금강산 수자원·주요 명승지관광 등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획득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악화 및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가 강화되면서 현대그룹의 북한 사업은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올해 들어 서서히 사업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2번의 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시금 한반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어서다. 현대그룹 역시 제2의 남북경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에는 총수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5월 남북 경협 재개에 대비해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이하·TF팀)을 가동했다. 직접 TF 위원장을 맡아 해당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추진을 맡아왔던 현대아산 대표도 TF팀에 합류했다.
이번 TF팀은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기존 사업 분야별 준비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북한과 맺은 7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권을 토대로 향후 전개할 다양한 남북경협사업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 회장은 고(故) 정몽헌 회장의 추모식 참석을 위해 지난달 직접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방북을 통해 7대 SOC 사업권에 대한 북한 측의 신뢰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 재개 및 백두산 관광 사업을 필두로 남북경협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내에 SOC 사업을 맡길 계열사가 없기 때문에 파트너사를 선정해 북한 내 통신·전력 구축 사업 등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남북경협의 경우 UN재제가 걸려있는 부분이 있어서 해당 제재가 해제돼야 구체적인 계획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게 준비사항들 점검하고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국내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 역시 남북경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 인프라 구축, 노후화된 사회기반 시설 구축 및 교통망 재건 사업에 막대한 양의 철강 소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가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직접 전사적인 TF팀 구축을 지시한 만큼 적극적인 준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포스코그룹이 남북경협에서 가장 실수요자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남북경협에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포스코 TF팀은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 포스코켐텍 등 주요 계열사가 모두 참여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및 계열사가 참여할 경협 사업에 대한 준비가 상당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북한의 지하광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는 내화벽돌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마그네사이트를 비롯해 원료탄이나 음극재를 만드는 천연흑연, 철광석 등이 다량 매장돼 있다. 포스코는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 및 철강 산업 재건 등의 사업을 주로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남북경협 부문에서 포스코의 주력 분야와 연관된 산업이 있으면 정부정책에 발을 맞춰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철강 사업 쪽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고 지하자원 및 인프라 사업 등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대家 건설형제 수장도 남북경협에 관심…인프라·사업 경험 강점
재계 등에 따르면 범현대가의 일원인 현대산업개발은 남북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정몽규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남북경제교류특위 위원장을 맡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남북경협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 스스로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잇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남북경협 사업을 수주한 경험이 전무하지만 도로, 교각, 항만 등 북한에서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부문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북한의 낙후된 도로 개선 사업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북한과 나마른 신뢰관계를 쌓았던 고 정 명예회장의 아들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말을 아끼는 입장이다. 별도의 TF를 꾸리지 않은 상태이지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어두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남북경협과 관련해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아직 가시화된 부분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사업 참여에 대한 결정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역시 아직까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납북경협에 나설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북한에서 경수로 사업을 주도한 경험이 있으며 평영에 정 명예회장의 이름을 딴 ‘평영 류경 정주영체육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올해 초 현대건설 수장으로 부임한 박동욱 사장 역시 “현대건설은 대북사업에 가장 경험이 많고 노하우가 있는 인력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준비작업에 돌입한 상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별도의 팀을 꾸려서 준비하는 부분은 없다”며 “다만 각 부서에 남북경협 사업을 진행했던 인재들이 많이 남아있어 무리 없이 경협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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