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점차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를 기록하고 있고 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7~9월 취업자도 5만3000명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고용·투자 절벽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결국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빈사 상태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긴급처방전을 내놨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부터 투자, 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원방안이 동원됐지만 정작 위기를 타개할만한 특효약은 빠져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자리부터 고용·투자까지 총망라…알맹이 쏙 빠진 단기대책 일색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기재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한국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김 부총리가 취임한 지 1년 반 가량 됐지만 여전히 심각한 경제상황과 투자·고용 대란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지원방안의 골자는 투자와 규제혁신, 그리고 일자리다. 기재부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대책을 내놓으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평상시에는 꺼리는 정책수단까지 동원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제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사실을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의 절박한 심정과 달리 이번 지원방안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투자와 고용 부문을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대부분 재정투입식 단기 경기부양 정책에 불과한데다 규제해소 역시 쟁점이 되는 핵심 사안이 빠져있어서다. 혁신성장과 고용대란을 타개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많은 반쪽짜리 지원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먼저 정부는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그간 막혀있던 민간 대규모 프로젝트가 조기착공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1조5000억 원 규모의 포항 영일만 공장증설부터 여수 항만배후단지 개발·공급(3500억원 규모), 여수 국가산단 입주기업 공장증설(4500억원 규모) 등에 대해 행정 처리와 이해관계 조정을 통해 신속하게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2조3000억원 이상의 투자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대를 모았던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은 쏙 빠진 상태다. 현대차 GBC 건립은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이 이뤄지는 사업으로 이번 발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 GBC 건립에 드는 총 건설비만 3조 원 이상인 만큼 정부의 지원안에 포함됐을 경우 투자효과가 2배 가량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앞서 기재부 역시 현대차 GBC 조기착공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여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 삼성동에 현대차 GBC가 건립될 경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추진하는 정책과 역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정 협의에서 대기업인 현대차 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마저 일고 있다.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민간 투자 활성화를 독려해놓고 정작 투자 여력이 큰 대기업은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말뿐인 규제혁신…공유경제·스마트헬스케어 등 핵심규제 여전히 존재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를 혁신하겠다는 내용도 담겼지만 대부분 핵심 쟁점은 빠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기재부는 우선 신시장 창출 효과가 큰 스마트 헬스케어, 공유경제 관광 관련 규제부터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부 내용으로 △건강관리서비스 및 혁신의료기술 활성화 △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한 원격협진 확대 △공유경제 확대 △해양·산악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특구 조성 등이 언급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걸림돌로 지목되는 핵심 규제는 버젓이 내버려둔 채 원론적인 입장만 담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유경제 분야의 핵심쟁점인 카풀 서비스와 우버 등 차량공유, 숙박공유 등 구체적인 언급 대신 ‘신교통서비스’를 활성화하되 기존 운수업계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밝힌 게 전부여서다.
당초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택시업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 활성화라는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지만 정작 이번 핵심규제 혁신 대상에서 제외됐다. 스마트 헬스케어 규제도 마찬가지다. 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한 원격협진도 당초 기대했던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 의료 허용안이 아닌 의사 대 재활치료사나 방문간호사 등에 그쳤다.
의료서비스를 둘러싼 규제 혁신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초 정부가 혁신성장 과제로 제시했던 비의료기관의 혁신의료기술 활성화도 이제야 부랴부랴 범위와 기준을 구분하기 위한 매뉴얼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의료법 개정을 이유로 국회에 미룬 상태다.
기재부는 “향후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 점검회의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핵심규제를 추가 발굴해 규제혁신을 이어나갈 방침이다”며 “이번 대책에 이어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경제·활성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을 12월 발표할 것이다”고 밝혔다.
[임현범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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