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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한국은행·산업은행 수난시대
본업은 뒷전, 책임회피·눈치보기 바쁜 양대 국책은행
정부 입맛 따라 주요 정책 우왕좌왕, 금융산업 최대 적폐 ‘관치’
정민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0-24 00:06:39
▲ 한국은행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 ‘독립성 결여’ 문제로 질타를 받았다. 사진은 한국은행 ⓒ스카이데일리
 
국책은행 수난시대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오는 29일 마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국책은행 ‘맏형’ 격인 산업은행 등 핵심 기관들이 여당과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였다.
 
한국은행은 ‘독립성 결여’ 지적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고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두 국책은행에 대한 ‘존재의 이유’ 자체가 무색해 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 국책은행들이 정상적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으로 정권의 과잉 개입이 꼽힌다는 사실이다.
 
눈치보기 급급한 한국은행…금리 내리면 내렸다고, 올리면 올렸다고 타박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14~2015년 당시 금리인하가 불필요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금융불균형’ 현상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에 협조를 당부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안종범 전 청와대수석과 조선일보, 금융당국이 한 팀이 돼서 금통위에서 반대의견이 있었음에도 금리인하 압박을 한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본연 책무에 맞게 결정했다”고 이처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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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당에서는 당시 ‘청와대·언론·한은’ 트라이앵글 협상이 금리인하 결정을 낳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박영선 의원은 “(이 총재가) 2014년 7월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를 시장에 줬고 전문가들도 금리인하가 위험하다고 했는데 그 바로 다음달(8월)에 금리를 내렸다”며 “안종범 전 수석 수첩에 따르면 이때는 박근혜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를 완화한 시점이다”고 추궁했다.
 
여당은 집요하게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LTV·DTI를 완화하는 동시에 금리인하까지 압박한 결과로 15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총재가 당해 1분기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했을 때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42.9%에서 154.6%로, 11.7%p 급등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015년 3월 당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1%로 낮출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았고 수출도 사상 최초로 그 규모가 두 달 연속 감소했다”면서 ‘금리 인하의 정부 입김설’을 반박했다.
 
보수 정당 측에서는 정부·여당의 한국은행 압박이 현재 가계대출 1700조원의 원인(遠因)이 전 정부에 있다고 강변하고 싶은 속셈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현 정부·여당 행태는 전 정권보다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1년 반동안 경제정책을 엉망으로 해서 경제 성적표가 참담하니 핑계를 찾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때 금리 정책을 잘못해서 우리 경제가 이 모양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 장관이 금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총리에 국토부 장관, 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한은법 3조를 위반하면서 금리를 인상하라고 한다”며 “한은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실하게 지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의원에 당부에 이주열 총재는 “정부 압박이 있다고 해서 그대로 금통위가 움직이는 가능성을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며 “금통위원들이 총재, 정부가 말한다고 움직이는 조직이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민혈세 수천억 퍼부은 한국GM 먹튀 움직임에 산은 ‘멀뚱멀뚱’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 의원들은 한국GM 연구개발(R&D)법인 분리 강행에 대해 비판의 발언을 쏟아냈다. 의원들은 산은의 ‘무기력’ 내지 ‘무능력’을 성토했다. 여야 구별 없이 ‘산은이 GM의 법인 분리 의도를 사전에 알고도 미온적으로 대응해 화를 키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산업은행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GM 연구개발 법인 분리와 관련, 여야 의원들로부터 ‘무기력’과 ‘무능력’을 지적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진은 KDB산업은행 본점 ⓒ스카이데일리
 
 
이동걸 회장은 GM의 법인 분리 가능성 파악 시기를 묻는 질의에 “지난 5월 GM과 경영정상화협약을 맺기 전인 4월 말쯤 GM측에서 법인 분리 가능성을 언급했고 충분한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협약서에 내용을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GM 법인 분리 추진 가능성을 미리 알았는데도 그간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돼 더욱 큰 파장을 낳았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제2의 론스타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GM이 지난 5월 산은과 계약을 맺을 때부터 먹튀를 하려고 연구법인 분할을 준비해 왔고 한국GM이 정상화 협약을 맺고 두 달 뒤 법인 분할을 추진한 것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다는 것으로 산은은 한국GM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고 꼬집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산은이 과연 이 사안에서 철저히 대비를 했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서 “GM측은 이 문제가 경영권에 대한 문제이므로 비토권(거부권)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 회장은 “법인분리가 꼭 나쁜 것은 아니고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주총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낸 것이다”면서 “GM이 자료를 주지 않아 법인 분리의 효과에 대해 분석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부진에 대해서도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동걸 회장은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KDB생명이 오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KDB생명은 인수 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했다”면서 “KDB생명은 애초에 우리가 인수하지 않았어야 하는 회사다”고 답했다. 산은은 MB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10년 금호그룹의 자회사였던 금호생명을 65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 지난 22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의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지상욱 의원에 GM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KDB생명은 경영 악화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김 회장이 산은그룹 총수가 된지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2021년으로 예고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대규모의 자본 확충까지 단행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겨우 겨우 힘들게 자본 확충으로 지급여력(RBC) 비율은 높였지만 남은 빚을 어떻게 청산할 지에 대해서는 숙제로 남아 있다.
 
국책은행 양대산맥 한은·산은 악재 원인은 고질적 병폐 ‘관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책은행의 양대산맥 격인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을 둘러싼 악재의 이유로 정권의 과도한 개입을 꼽고 있다. 현 정부 역시 서서히 개입 움직임이나 유도 발언을 서슴지 않고있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은 스스로도 추상(秋霜) 같이 적용돼야 한다”며 “독립성을 법적으로 보장한 한국은행과 우리나라 산업을 뒷받침 하는 산업은행을 정부의 입맛에 따라 쥐락펴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44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한국은행의 수장 이주열 총재는 박근혜정부 시절 임기를 시작해 지난 4월 문재인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할 만큼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이다”며 “이 총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 발목 잡는 ‘관치’라는 적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정부와 정치권은 스스로 한은에 대한 ‘차폐막’도 갖춰야 할 것이다. 
 
이어 그는 “산업은행 역시 독립성이 보장되야 한다”며 “추진력과 결단력을 가진 합당한 인물을 산은 회장과 사외이사, 감사 등으로 선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전문성 없고, 경험도 부족한 ‘낙하산 인사’는 산은의 기능을 왜곡시키고 있는 만큼 정치적 배려가 우선되는 인사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민구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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