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이철규 부장|조성우·강주현 기자] 지방에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혁신도시 조성 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당초 목표한 바와 다르게 부족한 인프라 등으로 인해 지역 공동화 현상만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딘 인구 유입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계기로 성장 거점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다. 전국 10개의 혁신도시는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도시로 개발되고 있다. 대부분의 혁신도시가 첫 삽을 뜬 이후 10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공동(空洞)도시’의 형태를 띄고 있다. 부족한 문화·의료 인프라 등으로 여전히 수도권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이 많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지역 상권 역시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충북혁신도시…빈 상가 가득, 퇴근 시간 이후에도 인적 드물어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일대 358만m²규모로 조성된 강원혁신도시는 ‘세계 속의 생명·건강산업의 수도’를 지향하고 있다. 이곳은 치악산의 청정환경과 수려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바이오, 신소재, 관광산업 등 4대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건강·생명 관련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3만여명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강원혁신도시에는 한국관광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적십자사, 대한석탄공사, 도로교통공단 등 12개 공기업이 입주했다. 이곳은 강원혁신지식산업센터와 국가 융·복합 디지털 헬스케어 클러스터 등 스마트 헬스케어 단지로 육성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장밋빛 전망도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각종 개발 계획에 발맞춰 이곳 지역 경제 또한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상은 허우대만 멀쩡한 속 빈 강정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 이주로 인해 원주시로 발령 난 직원들 중 상당수가 가족 단위가 아닌 혼자만 이주해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혁신도시의 밤은 타 도시의 밤보다 더욱 어두워 졌으며 주말에도 활기보다는 적막에 가까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혁신도시 내 건물에는 임대광고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고 간판은 있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도 다수 존재했다.
강원혁신도시 내 대부분의 상인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원혁신도시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정경숙(48·여) 씨는 “보통 회사와 주거단지가 몰려있는 도시에는 저녁장사가 제일 중요하다”며 “그런데 이곳은 저녁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고 10시정도 되면 장사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말에는 더욱 심하다”며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 본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인적 자체가 드물다”고 털어놨다.
주민들 역시 불편함을 토로했다. 올해 초 강원혁신도시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는 이동현(29·남) 씨는 “이곳은 9시 정도면 굉장히 어둡게 변한다”며 “사람이 없다보니 주말에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많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원주에 거주하다 혁신도시로 이사 온 사람들은 단계동 등 기존 상권을 많이 이용하고 있고 공공기관 직원들도 프랜차이즈만 즐비한 혁신도시보다 외부로 많이 나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상가 공실률을 60%정도로 보고 있다”며 “새로 지어진 상가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입점을 했다가 접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서울로 돌아가 상권이 침체된 상황이다”며 “당초 부푼 기대를 안고 이곳에 점포를 마련한 상인들은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 원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과 인접한 충북혁신도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충북 진천군 덕산면·음성군 맹동면 일원 689만m² 규모 부지에 충북혁신도시는 당초 ‘IT·BT 산업의 테크노폴리스’를 목표로 조성됐다. 오창과학산업단지와 함께 IT와 BT 중심의 정보통신 정책 및 인력양성 등을 지원해 ‘바이오토피아 충북’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충북혁신도시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11개 기관이 이전했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충북혁신도시 역시 저녁 시간이 되면 거리에서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문 편이었다. 왕복 6차선의 대로변에는 지나가는 자동차를 찾기 힘들었으며 높은 상가에는 임대 현수막만이 나부끼고 있었다. 중심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말을 제외하고 가장 활기차다는 목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장사를 하지 않은 가게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충북혁신도시 중심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고경태(39·남) 씨는 “아무리 비가 오더라도 이렇게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평소에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몇몇 술집을 제외하면 10시정도에 마감을 하는 분위기다”며 “밤늦은 시간에는 배달하는 곳도 많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이전한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다는 한 남성은 “저녁식사를 하러 간혹 중심상권을 찾긴 하지만 빈도수가 많진 않다”며 “이곳에는 생활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로 가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병원·학교 없는 경북·전남혁신도시…주말이면 서울
경북 김천시 율곡동 일원에 381만m² 규모로 조성된 경북혁신도시는 ‘첨단과학기술과 교통의 허브’를 표방하고 있다. 경북혁신도시는 고속전철, 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망 정비 및 농업 지원관련기관 등으로 물류산업과 농축산부문 산학연간 교류를 통한 첨단과학기술과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로 조성될 계획이다. 경북혁신도시에는 한국도로공사,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한국기술전력, 기상통신소 등 12개 공공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경북혁신도시 역시 부족한 생활 인프라로 인해 정주인원이 증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과 먼 거리 탓에 가족 모두 이주를 고민해야 하지만 교육·의료 시설 등이 부족해 섣불리 거주지를 옮기지 못하는 이들이 여럿 존재한다. 이로 인해 인근 상권 역시 활기를 띄지 못하고 있으며 아파트도 미분양 상태로 남긴 경우가 부지기수다.
율마동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구(남·42) 씨는 “혁신도시는 전봇대도 없고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으로 구성돼 있어 깔끔한 외관을 자랑한다”며 “다만 고등학교도 한곳뿐이고 병원 등도 없어 서울에서 KTX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주 5일 장사한다고 보면 된다”며 “평일 날에는 점심장사가 대부분이고 주말에는 대부분 서울로 이동하기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금요일의 경우에도 대부분 집에서 시켜먹지 밖으로 나오지 않아 인적이 드문 편이다”고 푸념했다.
인근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상권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저녁이면 오히려 주변이 조용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보다 더 찾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혁신도시 설립 이전이 더 장사가 잘됐다”고 하소연했다.
혁신도시 인근 박미정(여·31) 공인중개사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있다”며 “불이 꺼져 있는 세대의 경우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는 경우다”고 밝혔다. 이어 “중심 상가의 경우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하던 적이 있었지만 현재는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전남 나주시 금천면, 산포면 일원 736만㎡규모로 조성된 광주전남혁신도시는 ‘하나로 빛나는 초광역 첨단미래산업 클러스터’를 지향하고 있다. 이곳은 시·도가 협력하는 공동 혁신도시로서 국가 에너지산업, 정보통신, 문화예술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서남 경제권을 아우르는 문화수도 건설하기 위해 조성됐다. 광주전남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공사, 한전KDN,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농어촌공사 등 15개 공공기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 역시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말이면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공실로 방치된 점포가 상당수 존재했으며 평일 저녁 시간에는 거리에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기 일쑤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는 한영호(44·남·가명) 씨는 이곳에 집을 얻어 생활하고 있지만 주말이면 서울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한 씨는 “나주에 자리를 잡은 지 3년이 됐지만 주말이면 서울로 간다”며 “대부분의 직원들이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도시 내 문화·교육여건이 매우 열악해 가족을 모두 데리고 내려오지 못했다”며 “젊은 직원들의 경우 여건이 괜찮은 광주에 집을 얻어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씨는 “퇴근을 해도 즐길 거리가 없기 때문에 야근을 불사해 일을 끝내고 주말을 온전히 서울에서 보내는 직원들이 많다”며 “지방에 지부가 있는 공공기관들은 몇 년 지나면 다시 서울로 발령이 나지만 그렇지 못한 기관에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경우는 다시 서울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다”고 한탄했다.
혁시도시 내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나현곤(64·남) 씨는 “혁신도시가 처음 건설됐을 때 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다”며 “특히 주말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고 푸념했다. 이어 “서울로 이동하는 직원들을 태워다 주기위해 월요일과 금요일에 버스가 많이 다녔다”며 “그렇기에 주말에는 손님이 평일 절반 이하 수준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혁신도시 내 상가 절반 정도가 현재 공실인 상황이다”며 “상권이 활성화가 되지 않으니까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 역시도 상가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방 공공기관 직원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다”며 “지역 활성화나 문화발전을 위해서라도 혁신도시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권 교수는 “젊은 직원들이 그곳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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