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정부가 혁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이후 13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당 지역들에 생활기반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 반복됙고 있어서다. 일상에 불편함을 느끼는 기관 이전 직원들은 혁신도시에 정착하지 못하고 서울 등에서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이나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발판으로 생활기반 시설 등이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도시 내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활동이 가능해야 사람이 몰리고 도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작용 들끓는 노무현정부 혁신도시, 문재인정부가 뒷수습 나선다
“달랑 기관만 이전해 버리고 후속조치가 없습니다. 3년만 기다리란 게 5년이 되고 그 5년은 이제 10년이 넘었죠. 서울생활을 즐기던 사람들이 갑자기 먼 지방에 떨어졌는데 누가 여기서 살려고 하겠습니까. 사람들의 말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만 밀어붙이는 정부에 화가 나고 혁신도시 계획을 다시 짰으면 좋겠습니다”
전북혁신도시 내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의 말이다. 손님인줄 알고 기자를 반겼다던 그는 정부 혁신도시 사업에 불만을 드러냈다. 괜히 사람들의 기대감만 부풀리고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웃돈을 주고 산 땅값은 오를 기미가 안보이고 주말이면 사람들이 몽땅 서울로 올라가버리는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현지 주민들과 전문가 등은 혁신도시의 활성화를 위해 기반시설의 확충을 강조했다. 기관 이전 직원들이 주말마다 서울로 돌아가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혁신도시 내에도 다양한 시설들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9월 ‘복합혁신센터’라는 이름아래 혁신도시 내 문화·보육 등 생활기반 시설을 구축한다는 방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복합혁신센터는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들의 지역 정착 요건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건립을 앞두고 있다. 복합혁신센터 내 입주할 시설들은 도서관, 전시관, 문화센터, 공연장, 체육시설 등 문화시설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주민 공동체 공간 등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들의 입주는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지역별 실정에 맞게 추진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이하·국토부) ‘혁신도시별 복합혁신센터 건립 계획’에 따르면 전북·제주 혁신도시는 보육 시설 보강을 중심으로 실시되며 강원, 광주·전남 혁신도시는 건강관리 중심으로 건립이 추진된다.
부산혁신도시에는 어린이집, 문화강좌센터, 체육시설 등 보육·문화 인프라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외에 혁신도시별 집중 분야를 살펴보면 △대구, 육아교육·어린이집, 도서관, 문화센터, 대학 산학협력센터 등 교육 인프라, △광주·전남, 수영장, 육아지원시설, 문화교실, 동아리룸, 청년창업지원센터 등 문화·교육시설 △울산, 다목적체육관, 문화강좌실 등 운동·여가생활 등이다.
또 △강원, 수영장, 건강증진지원센터, 사회경제기업 판매·전시시설 등 체육·건강시설 △충북, 고용·창업지원센터, 지역사회공헌센터, 실내어린이놀이터 등 정주여건 전반 △전북, 학습정보실, 육아나눔지원센터, 문화정보실 등 30~40대 맞벌이 거주자 지원시설 △경북, 도서관, 소공연장, 청년취·창업 센터 등 젊은층들을 위한 교육·문화시설 △경남, 실험·실습실, 전시실, 기업지원실, 보육시설 등 육아 및 일자리 여건 강화를 위한 시설 △제주, 체육시설,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놀이방 등 보육·생활·체육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국토부는 사람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복합혁신센터 건립을 통해 기관이전 직원 뿐 아니라 외부인들의 유입을 유도해 다방면의 사업과 활동 등이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 특화형 생활 기반 시설 설치를 통해 혁신도시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향후 전국 10개 혁신도시가 지역 균형발전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전기관 종사자 및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도시 자급자족 가능해야…규모의 경제 통해 발전 필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이 혁신도시 활성화에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효과를 보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서울의 강남거리나 홍대 앞 거리 등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정부가 기관을 이전했지만 직원들의 이주까지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지역에 충분한 메리트를 제공하며 혁신도시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혁신도시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며 혁신도시가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으로 ‘자급자족’을 강조했다. 혁신도시 거주자가 생활에 필요한 모든 행동을 도시 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람들의 정착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시가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문화·의료 관련 시설의 확충이다. 혁신도시 이주자들이 쉽사리 자녀들을 데려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학교는 별개로 치더라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자녀들이 이제 막 발전을 시작한 지방에서 온전한 학습권을 보장받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형병원 설립을 통해 혁신도시 거주자들이 타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질병 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영화관, 전시관, 공연장 등 각종 문화시설 마련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모든 작업을 마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는 많은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혁신도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에서 한 세대가 바뀌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혁신도시는 수도권을 분산화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혁신도시의 모습은 서울의 모습만 갖춘 도시다”며 “진정한 혁신도시가 되기 위해선 서울을 분산화 한다는 생각으로 학교나 병원, 문화시설 등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이 자리를 잡는 데는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혁신도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1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미 각 지역에 관공서가 내려간 상태에서 관공서 혹은 근무하는 직원들이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게 막대한 손실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따라서 지역경제의 활성화 및 혁신도시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혁신도시 사업의 성공과 도시의 활성화가 실현되려면 자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병원, 영화관, 학교 등 생활기반 시설도 들어설 것이고 이는 혁신도시 지역 경제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주의 경우 사원수만 2만2000여명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거대 공기업들이 이주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지만 규모가 작은 국토교통인재개발원 등이 이주한 서귀포의 경우 기관 이전 전후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만약 현 상황보다 밀도 있게 공공 기관들을 배치한다면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혁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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