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산업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 해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금융산업 분야의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각종 규제가 생겨나다 보니 정보를 활용하는 부분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황금알 낳는 거위’ 빅데이터, 정부 규제 막혀 활용·발전 지지부진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산업에서 고객정보 등을 포함한 ‘빅데이터’는 ‘황글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그만큼 활용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이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영업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빅데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정보 보호를 강화에 집중한 나머지 정보를 활용하는 부분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정보보호 규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보의 효율적 활용 가능성이 제한돼 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은 7.5%에 불과하다. 반면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빅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를 빠르게 정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정치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금융혁신의 근거를 마련하는 ‘신용정보법’ 의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금융분야는 양질의 데이터가 다량으로 축적돼 있고 산업적인 활용가치가 높은 만큼 이번 개정안이 추가적인 데이터 규제혁신을 통한 금융분야 데이터 산업 육성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신용정보 관련 산업 규제체계 정비 ▲비금융정보만을 통해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전문개인CB(Credit Bureau: 신용평가회사) 도입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개인사업자 CB도입 ▲금융분야 마이데이터(MyData) 산업 도입 ▲CB사에 빅데이터 업무 허용 ▲CB사 지배구조 및 영업행위 규제 신설 ▲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 역할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금융분야에서의 빅데이터 활성화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해외처럼 다양한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및 핀테크 기업 등의 출현이 기대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비리조사, 합리적 가격결정 등 빅데이터 활용으로 날개 단 해외 금융기업들
해외 금융기업들의 경우 빅데이터를 리스크관리, 보안관리 등 우리나라에 비해 더욱 세밀하게 활용하고 있다. 해외 핀테크(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업체들은 SNS 또는 전자상거래회사들과 제휴해 비금융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까지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JP모건체이스’는 직원의 인터넷사용 기록뿐 아니라 개인정보인 이메일과 전화통화 기록까지 분석해 비리 혐의를 포착하는 용도로 빅데이터를 할용하고 있다. 또 은행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적절한 값에 매각하기 위한 최적 가격 결정 모델을 구할 때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역별로 분석해 팔릴 만한 가격을 산정할 때도 빅데이터를 활용중이다.
미국 보험회사 ‘프로그래시브(Progressive)’는 자동차에 부착된 기기가 전송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운전 패턴을 분석하고 미래사고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자동차 보험료를 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방법과 시간대·지역에서 운전하는 고객일수록 적은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
미국 핀테크 업체인 ‘Lenddo’는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온라인상 대출자의 평판에 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추출해 신용도를 평가한다. SNS 친구 중 연체자가 있거나 ‘자동차사고’ 및 ‘실직’ 등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많이 나오면 신용점수를 낮게 책정한다. 개인이 아닌 소상공인경우 기업의 평판 및 영업 활성화 정도를 통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독일의 핀테크 기업인 ‘Kreditech’사는 기존 은행거래정보 외에 페이스북, 이베이, 아마존에서의 행동 패턴을 반영해 대출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대출자는 틀리는 대출자에 비해 덜 연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근거로 맞춤법의 틀리는 정도를 신용평가 모델의 변수로 사용하는 식이다.
단순 고객분석 도구 전락한 빅데이터, 규제 해소 시 산업발전·일자리창출 효과 톡톡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빅데이터는 주로 ‘고객 맞춤형 마케팅’ 분석 도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의 금융 거래, 카드 소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특징을 찾고 이를 맞춤형 마케팅의 근거로 활용하는 식이다.
시중은행 중 빅데이터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고객의 금융 검색 여정을 추적해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붙잡는 고객 이동경로(Customer Journey) 분석 프로젝트를 시범 추진하고 올해 분석 솔루션을 구축 중에 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 관계자는 “은행 앱으로 환율 조회를 하는 사람에게 여행 적금 권유 메시지를 발송해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진행한다”며 “또 고객 이탈률이 높은 상황을 데이터로 포착하고, 이탈을 방지하고 고객으로 전환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거래 패턴 변화 등을 감지해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이벤트 기반 마케팅(EBM)을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 빅데이터 관계자는 “카드 사용 명세서 등 면세점 구매 정보를 이용해 해외여행 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환전 및 신용카드 사용 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환전율 58% 향상, 모바일 앱·올원뱅크 가입률 2배, 카드 이용률 9%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빅데이터 기반 고객 맞춤형 마케팅은 파일럿 형태의 실험적이고 단기적인 시도에 불과해 이제는 장기적 차원의 데이터 관리 및 분석을 위한 플랫폼 구축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고객 맞춤형 마케팅 이외에 여신심사·기업 내 의사결정을 위한 기반 자료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하나 둘 등장하곤 있지만 아직까지 해외에 비해서는 미비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케이뱅크의 경우 개인 여신 심사에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케이뱅크는 주주사인 KT·비씨카드의 통신요금 납부 실적과 신용카드 결제 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바탕으로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 3월 기준 케이뱅크 전체 신용대출 중 금리 연 6% 이상 중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1.5%를 기록했다”며 “이는 주요 시중 은행의 수치인 10%대에 비해 매우 큰 격차다”고 전했다.
김서연 삼성SDS 애널리스틱스(빅데이터 전문가)연구원은 “국내의 경우는 외국에 비해 아직 지나치게 데이터 활용 제안이 있어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빅데이터 분석기법을 활용한 핀테크 산업과 신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곽성규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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