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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규제에 발목 잡힌 미래산업(下-헬스케어)
밥그릇 논리에 발목 잡힌 생명연장·경제선진국의 꿈
미래 유망업종 헬스케어 한국선 육성 불가…인력·기술·자본 해외行
문용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12-17 00:03:14
▲ 전 세계적으로 미래먹거리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신산업들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지정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각종 규제들 때문이다. 아직 제도부터 인식의 변화까지 큰 틀을 깨기엔 역부족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진은 스마트벨트 제조기업 ‘웰트’의 강성지 대표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문용균·나광국 기자]‘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년 새로운 기술, 제품을 소개하는 IT제품 전시회들에선 혁신적인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주요 선진국들은 신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방법을 시시각각 고민하고 제도에 반영하고 있다.
 
흔히들 ‘건강관리’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헬스케어 산업 역시 신산업이라 불리는 분야 중 하나다. 덕분에 세계 각 국에서는 이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의료 혁신을 장려하고 환자가 혁신의 혜택을 알맞게 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규제 혁신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 분야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정책적 지원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관련업계에서는 각종 규제에 얽매여 있다 보니 사업을 확장시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처음부터 규제가 없는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웰트 강성지 대표 “IT기술, 훌륭한 의료진 갖춘 대한민국…규제에 막혀 제자리걸음”
 
조금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의사 면허를 가지고 보건복지부와 삼성전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강성지 (남·33) 대표는 스마트벨트 제조업체 ‘웰트’의 수장이다. 이곳의 주력 제품명 역시 ‘웰트’다. 웰니스 테크놀로지의 앞 글자를 따서 지어졌다. 스마트벨트는 대사증후군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센서와 사물인터넷(IoT)기술을 더해 복부와 관련된 의료 정보를 모으고 고혈압, 당뇨, 치질 등 현대인들의 주요 질환을 예측하는 핵심자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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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웰트에서 만든 스마트벨트는 대사증후군을 관리해요. 사용자의 상태를 측정하고 피드백을 들려줘요. 정말 간단한 체계죠. 그런데 아직까지 완벽한 수준에 다다르진 못했어요. 규제 때문이죠. 일례로 스마트벨트를 만들 때 낙상을 감지하는 기능을 넣을 수 있었음에도 규제 때문에 넣지 못했어요. 물론 사업가가 규제 때문에 못한다고 포기하면 안 돼지만 그래도 안타깝죠. 헬스케어 산업은 여전히 장벽이 많아요. 저는 규제를 돌파할 방법을 찾고 있죠”
 
강 대표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은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본적으로 헬스케어와 의료를 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서다. 사람의 건강을 돌본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헬스케어와 의료를 따로 분리해 생각한다. 많은 의료인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환자의 데이터가 유통될 때 병원 밖으로 나오고 들어가고 하는 것이 비일비재 할 텐데 헬스케어와 의료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모든 데이터는 개인에서 나오고 개인이 관리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이 본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필요할 때 헬스케어 업체에 보여주고 삭제요청하면 되죠. 물론 이는 현재의 근간을 흔들어야 하는 일이라 기존의 데이터를 가진 병원이 포기하고 싶어 하진 않을 거예요”
 
“원격의료도 기득권 논리에 가로막혀 십 수년간 논쟁이 되고 있죠. 어떤 이들은 원격의료를 통해 오지에 있는 사람들도 최상위 병원의 의료 서비스를 공평하게 누릴 수 있다 주장하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1차나 2차 의료기관의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줄어 지방 병원들이 망하게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요”
 
“헬스케어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보험과 괘를 같이해요. 보험사가 헬스케어 산업을 적극 활용해서 환자 데이터를 이용하면 여러 문제들이 풀릴 수 있죠. 하지만 현재는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보험사도 섣불리 시도하기 힘든 상황이에요. 결국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규제가 문제인 셈이죠”
 
“앞서 말한 이슈들은 엄청 큰 것들이에요.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당장 바뀌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보다 세부적인 것을 이야기하면 의료기기들이 쉽게 시장에 나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변화가 있어야 해요. 기존의 까다로운 임상 의료기기 인증 허가에 대한 완화가 필수적이죠. 물론 이상한 사기꾼들이 몰려 헬스케어는 다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혁신이 망가지는 것도 두렵지만 어쨌든 균형을 갖춘 보다 넓은 관점의 제도 변화가 있어야 해요”
 
▲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사진)는 미국 법인을 설립해 재활로봇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큰 차이는 원격진료 상담 서비스 및 집에서 재활 로봇 사용 유·무 등이다. ⓒ스카이데일리
 
강 대표는 미국이 의료 기기 서비스를 인허가 받는 것이 아니라 만든 업체를 인허가 해주는 제도를 만든 것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사실상 규제를 해소해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행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규제의 대상을 바꿨어요. 더욱 적극적으로 규제 해소에 나서겠다는 의미죠. 이처럼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도의 변화에 우리나라 정부가 쫓아가지 못해 자국 기업이 역차별을 당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해요. 해외에서 헬스케어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나면 우리나라는 따라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되죠. 최악의 결과죠”
 
“지금이라도 미국의 대형 병원을 흔들 수 있는 각오를 가지고 산업을 키워야 해요. 기득권 논리에 사로 잡혀 규제로 산업 발전을 막고 있을 때가 아니죠. 우리나라는 IT강국이고 훌륭한 의료진들도 있어요. 충분히 세계 헬스케어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산업이 크기만 한다면 우리 국민이 몇 백년을 먹고 살 수 있어요. 지금 도전해야 합니다”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 “규제만 없다면 의료인 없이 집에서 재활 가능”
 
네오펙트는 뇌졸중과 치매 등 신경성 환자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판매하는 재활의료기기 전문회사다. 2010년 설립됐다.
 
네오펙트의 주력 의료기기는 ‘라파엘 스마트글러브’다. 장갑처럼 손에 착용한 뒤 자체 개발한 훈련 게임을 통해 재활훈련을 진행하면 된다. 환자의 재활 기록은 데이터로 남는다. 데이터는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인공지능이 환자에 맞는 재활훈련 게임을 추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집에서도 치료사 없이 재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호영(남·40) 대표는 2015년 네오펙트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 초부터 소비자들을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은 원격진료가 의료보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네오팩트는 조건에 맞춰 원격 진단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 시장서 수요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반 대표는 자신이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현재 대한민국 로봇과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의료기기 쪽은 어느 나라든 규제가 빡빡한 산업이긴 하죠. 물론 같은 재활로봇 통과 여부를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이 미국보다 그 기간이 길어요. 한국은 원격 진료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어 상담이나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죠. 미국에서는 재활 치료를 진행할 때 저희 기기에서 인식한 환자의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쌓이고 그것을 본 의료진들이 보면서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죠”
 
▲ 미래로 갈수록 재활로봇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반호영 대표(사진)는 헬스케어 관련 국내 기업들이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규제가 없는 시장으로의 도전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스카이데일리
 
반 대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원격진료에 대한 부분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임상시험 결과 기존의 아날로그적 도구로 재활 할 때보다 AI와 접목 시킨 재활로봇이 환자의 회복에 큰 효과를 준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더 빨리 정상의 상태로 돌아오도록 돕는 재활로봇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을 기존 도구들과 같게 해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병원에서 기존 치료법으로 환자의 재활을 도왔을 때 1만원을 지원받는다고 가정하면 재활로봇을 써도 지원받는 금액은 똑같죠. 효과가 좋은 새로운 기기가 있어 이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지원금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부도 지원이 쉽지만은 않을 거에요. 하지만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험재정을 늘리는 것에 집중해야 하죠. 보험재정을 통해 첨단제품에 대한 보험수가(보험료)가 만들어 진다면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은 상당한 속도로 발전할 거에요”
 
“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어요. 그리고 앞으론 점점 오래 살죠. 그런데 대부분 장수하게 되면 치매나 뇌졸중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요. 그래서 재활로봇 분야는 미래에 분명히 필요한 산업이 돼요. 의학기술의 발전은 사람의 생존율을 높여 아픈 분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재활이 필요한 사람들은 더 질 좋은 프로그램을 찾죠”
 
반 대표는 의료인 없이 집에서 재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집에서 재활로봇을 통해 재활을 하는 경우가 일반화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식약처 규제에 막혀 아직 품목 허가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인 없는 집에서 재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먼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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