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자동차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반도체의 뒤를 이을 미래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포스트 반도체’로 점찍고 글로벌 생산 설비에 집중 투자하는 등 치열한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코 앞 다가온 전기자동차 시대…‘제2반도체’ 車 배터리 광폭행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해 조 단위 투자 계획까지 내놓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덩달아 배터리가 포스트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시장은 올해 610만대에서 2025년 22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6년 새 전체 자동차 중 무려 21%가 전기자동차로 대체되는 셈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182조 원에 달한다.
배터리 시장 선두주자로 불리는 LG화학은 한국과 중국, 미국, 그리고 유럽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며 글로벌 ‘4각 편대’를 꾸리고 있다. 최근엔 폴란드 자회사에 6513억원의 현금 출자를 결정하고, 폴란드 현지 배터리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15기가와트시(GWh)로 확대키로 했다.
지난 10일엔 중국 난징 배터리 생산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중국 난징 신장 경제개발구에 위치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1공장과 소형 배터리 공장에 각각 6000억 원씩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0월에도 2조1000억원을 들여 중국 난징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2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말부터 1단계 양산에 들어가는 2공장은 오는 2023년까지 연간 32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지역 수출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설명이다.
삼성SDI는 현재 300km 수준인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주행거리를 2025년까지 500km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알루미늄이 들어간 배터리로 전공공구용 소형 배터리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기술개발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산시성 신아에 중대형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SDI는 제2공장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공장에선 전기자동차 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2공장 투자액이 1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SDI는 미국 미시간주 전기자동차 배터리팩 공장에 6000만 달러(약 674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시안 배터리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회장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제 2의 반도체’로 낙점하고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일 조지아주와 1조9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 등 합작 협력사들과 함께 8200억원을 투입해 신규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같은해 3월에도 2022년까지 총 84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기도 했다.
미래 에너지산업 중심에선 ‘배터리’…한·중·일 배터리 전쟁 예고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해외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해 약 6조 원 정도였던 배터리 시장 규모는 당장 내년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해 일본 기업이 사활을 걸고 덤비는 배경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 세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출하량은 전년보다 73% 증가한 76.9GWh로 집계됐다. 상위 10개 업체에는 일본이 3개, 중국이 5개, 한국이 2개 업체를 차지했다.
현재 자동차 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모델 3에 배터리를 공급한 덕분에 17.6GWh의 배터리를 출하했다. 닛산과 일본전기의 합작회사인 AESC역시 2.7GWh의 배터리를 출하해 5위에 올랐다.
여기에 파나소닉과 도요타의 배터리 합작사인 PEVE가 출하량 1.7GWh로 10위를 기록했다. 파나소닉을 비롯해 AESC, PEVE 등 일본회사 세 곳의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9.7%다.
중국기업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의 보조금 견제를 받는 동안 중국 CATL과 비야디는 현지 내수시장 독점에 힘입어 세계 배터리 시장점유율 5위권으로 뛰어올랐다. 현재 중국 배터리 업체 5곳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41.7%로 일본을 큰 차이로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경우 오는 2020년 중국의 보조금 정책 폐지를 기점으로 높은 성장세를 점치고 있다. 현재 점유율면에서 다소 밀리고 있지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이 병행된다면 충분히 반도체의 뒤를 이을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업체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해 사실상 중국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지 못했다”며 “보조금 제도가 폐지될 경우 완전 경쟁이 가능해져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일본 배터리업계는 중국 업체에 밀려 성장이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강력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자동차에 탑재하는 중대형 배터리는 아직 일본이 한 수 위에 있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와 경쟁력 있는 기술개발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