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산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승승장구하던 반도체 분야는 지난 4분기를 기점으로 기세가 한풀 꺾였으며 자동차 분야 역시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험난한 시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앞세워 고군분투하겠다는 방침이다. 연구개발 투자 및 신제품 개발 등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유능한 인물을 영입해 선제적인 위기 대응에 주력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 삼성그룹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주목된다. 삼성그룹 출신 인사들은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등으로 둥지를 옮겨 핵심 보직을 맡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부는 그룹의 운명을 짊어지는 위치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고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이들의 역할을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중론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재계 전반에 불고 있는 ‘삼성 출신 모시기’ 열풍을 집중·조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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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계 전반에 걸쳐 ‘삼성 출신 모시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영입 1순위’에 올라 있던 삼성 출신 인사들의 인기는 경기 불황이 본격화되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상승했다. 꾸준히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진취적 마인드와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 등 삼성그룹 특유의 강점을 몸소 체득한 이들의 경험과 능력을 조직 내에 주입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서다.
현대차·한화·CJ 미래 짊어진 삼성맨…CEO급 인사로 존재감 과시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 산업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상당하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의 경우 주요 시장 침체,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의 영향으로 험난한 한 해가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역시 비수기 및 D램 가격 하락,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등으로 앞날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전 세계에 걸친 경제 불황 장기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자 국내 대기업들은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조직 내부의 체질 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대적인 인사를 통한 조직 개편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그룹 특유의 강점을 몸소 체득한 인사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최악의 어닝쇼크를 맞으며 주춤했던 현대자동차(이하·현대차)는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비용을 늘리며 미래차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에만 무려 1조6727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가 위기 극복의 무기로 내세운 미래차 사업의 중심에는 지영조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 인사로 지난 2017년 현대차로 전격 이적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지 사장은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 마케팅담당 전무, 삼성전자 기획팀 팀장 전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기획팀 팀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차 이적 후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지 사장은 사실상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은 인물로 평가된다. 지 사장은 현대차 입사 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직접 관리하는 전략기술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전략기술본부는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인공지능(AI) 같은 첨단 미래기술에 대한 전략을 짜고 투자를 결정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현재 현대차는 지 사장 주도하에 스마트 모빌리티 업체로의 변신 꾀하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지난해 삼성전자 출신 옥경석 사장을 화학·방산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위기 극복 뿐 아니라 한 단계 도약까지 꿰하고 있다. 화약과 방산부문은 지난 2014년까지 통합 운영돼 오다가 지난 2015년 전문성 제고 및 규모 확대를 위해 분리됐으며 지난해 3년 만에 다시 통합됐다.
경영관리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옥 사장은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총괄 메모리지원팀 팀장 상무보,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경영지원실 지원팀 팀장 상무, 삼성전자 반도체 지원팀 팀장 전무 등을 역임했다. 한화그룹 이적 후에는 한화건설 관리부문 경영효율화담당 사장 등을 거쳤다.
한화그룹이 오는 2025년까지 방산부문 매출 12조원대, 세계 10위권의 방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옥 사장의 역할과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화그룹의 모태이자 주력 분야인 화학·방산 부문을 담당하면서 오너 일가의 돈독한 신임을 얻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차기실세’라는 이야기까지 들리고 있다.
박근희 CJ 부회장은 지난해 임원인사 중 가장 큰 이슈를 모았던 인물이다. 재계에서 ‘지방대 신화’로 유명한 박 부회장은 40년간 삼성그룹에 몸담으며 삼성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8월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부회장 영입을 위해 이재현 CJ회장이 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양해를 구했다는 일화는 알 만한 사람을 다 알 정도로 익히 유명하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단행된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지주사인 CJ(주) 공동대표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인사를 통해 박 부회장은 손경식 회장 등과 함께 사실살 CJ그룹 경영 전반을 도모하게 됐다. 박 부회장이 전략가, 중국통 등으로 정평이나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CJ그룹의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출신 인사가 장악한 KT…라이벌 SK·LG 등도 삼성맨 모시기 박차
황창규 KT회장도 과거 소위 잘나가는 삼성맨이었다. 최근 갖가지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퇴진 압박을 받곤 있지만 한 때 세계 반도체 분야에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16MD램 소자개발팀장,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이사,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반도체연구소 소장 부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등을 역임하며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 이른바 ‘황의 법칙’이라 불렸던 그의 이론은 지금도 반도체 분야의 혁신으로 꼽힌다. 이후 지식경제부 연구개발 전략기획단 초대 단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비상임위원, 성균관대 정보통신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한 황 회장은 지난 2014년 KT 회장에 선임됐으며 지난 2017년 연임에 성공했다.
KT의 새바람을 몰고 올 주역으로 평가되는 김인회 KT 사장(경영기획부문장) 역시 삼성전자 출신 인사다. 일본 삼성 경영기획팀 부장, 삼성중공업 경리팀 상무, 삼성전자 상무 등을 역임한 김 사장은 지난 2014년 황창규 회장이 직접 KT로 영입한 인물이다. KT로 이적 후 재무실 실장 전무를 맡았다. 이후 KT 금융컨버전스 TF팀 팀장 전무, KT 비서실 실장 부사장 등 핵심요직을 거쳐 지난해 사장 직급인 KT 경영기획부문 부문장에 올랐다.
라이벌 기업으로 이적한 삼성출신 인사들의 약진도 돋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낸드플래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출신 낸드플래시부문 전문가인 정태성 사장을 영입했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 낸드플래시개발실장, 메모리사업부 품질보증팀장, 부품부문 기술전략팀장 등을 거치며 20년간 근무했다. 지난 2014년에는 연세대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전문가인 정 사장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정 사장 영입 이후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SK하이닉스는 96단 4D낸드 양산을 시작하며 낸드플래시분야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순혈주의로 유명한 LG전자에서도 삼성전자 출신 인사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디지털 시스템 연구소 담당임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Future IT연구소 담당임원 연구위원 등을 거친 박일평 사장은 지난 2017년 LG전자 CTO(최고기술경영자) 겸 SW센터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적 1년만인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박 사장은 인공지능기술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클라우드센터를 박 사장 산하로 이관하며 힘을 실어줬다. 박 사장은 CES2019 기조연설 등 다양한 국제 행사에 얼굴을 참석하며 LG전자의 얼굴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두산그룹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동현수 부회장도 오랜 기간 삼성그룹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제일모직 Display소재사업부 부장 상무, 제일모직 디스플레이소재사업부장 전무 등을 거친 동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두산 전자비즈니스그룹(BG)장으로 전격 이적했으며 지난해 두산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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