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醜)의 미학에 대해

 

A.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지한 추한 것은 그 아름다운 것을 반추한다. 아름다움은 지속성을 띠지 않으면 더 위태로운 추함의 상태다. 아름다움은 추함을 통해 스스로 아름다움을 반추하면서 지속하고 있다. 아름다움이 지속되기 위한 미(美)의 본질적 요소에 추함이 있다면 추함이 과연 추한 것인가. 추는 미학을 이루는 골격이다. 미와 추는 하나로 작동하는 원리가 있다. 그것이 ‘추의 미학’이다. 미와 추를 굳이 구분하지 않는 마음은 고순도로 정제된 에너지 상태다. 추의 미학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 양심이란 선악이 기능하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추함에 양심이 얽혀 있다. 거의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나 불법, 반칙, 무질서, 갈등, 전쟁 등의 아름답지 않은 추함의 스토리를 근간으로 하면서 인간의 양심을 울린다. 드라마틱 전개이고 극적 카타르시스다. 이를 즐겨보는 우리들의 마음을 관조하면 추가 아름다움을 반추하고 있다”

 

Q. 추의 미학을 이해하겠지만 추와 미를 하나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본다. 미의 본질에는 미가, 추의 본질에는 추가 우선한다고 보는데

A. “미와 추가 하나라는 것은 운동성이 있을 때를 전제하는 개념이다. 3차원 좌표의 체(體)가 운동성이 없으면 면(面)으로 보이듯이 정적일 때와 동적인 때는 본질의 개념이 달라진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의 모든 현상성은 동적이다. 수학적으로는 3차원 공간에서 순간의 운동상태를 알아채는 편미분·전미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와 추는 인간과 얽히면 반드시 운동상태가 된다. 상호 주고 받을 경우 지속성을 띠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때 미가 미학이 되기는 위해서는 스스로 거듭되는 되새김질의 뜻인 반추가 필요해진다. 그 반추의 거울이 추다. 물론 미와 추가 3차원 공간에서 동적이지 않을 때 그 둘의 본질은 분리돼 있다. 미를 떠받치는 강력한 기둥이 양심이고 추를 옹립하는 혼돈의 질서축이 비양심이다. 양심과 비양심은 정적일 때 각자의 에너지 본질을 갖는다. 하지만 움직임이 발생하면 추의 비양심은 미학의 양심을 수용하고 미의 양심은 추의 비양심을 받아들인다. 상호 비추면 본질이 역동한다. 상반된 타자의 본질이 자신의 본질로 변화하면서 그것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지켜가는 자기와의 싸움이 전개된다. 이것이 미와 추 각각의 본질보다 추의 미학 본질이 우선한다는 개념이다”

 

Q. 왠지 뚜렷하게 와 닿지 않는 설명이다. 현실에서 추의 미학이 성립될 수 있는 사건들이 있다면 어떤 사례들이 있나

 

A. “소설이나 예술 등에서 많이 등장하는 부조리는 대표적인 추함이다. 다양한 부조리 현상을 드러내면서 인간의 비양심과 그것으로부터 촉발된 사회의 다양한 부조리를 고발한 내용들이 많다. 부조리에 대한 문제는 인류가 생존한 이후 지속돼 온 최대 이슈다. 이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부조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 인간과 부조리는 결국 하나로 역동한다. 카뮈의 부조리 스토리가 실존으로 이어진 배경이다. 인간과 자연의 세계는 부조리 상태에 있는 것이 틀리지 않다. 이에 반항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추종이 미학의 존재를 지속케 하는 패러독스다. 온갖 부조리가 역동하는 시공간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자궁 역할을 하는데서 나아가 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인간이 인지하고 확신할 수 있게도 해준다. 추의 미학은 신비롭다고 해야 한다”

 

Q. 인간 사회의 부조리 문제를 미화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조리 자체로 인간은 고통 속에서 산다. 고통의 연속되는 과정이 부조리에 있다면 추함의 지속 아닌가

 

A. “부조리는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고 모순인 상태를 통상 이야기 한다. 이는 무질서인 상황이거나 무질서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수학적 공리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다. 이들 부조리로 인해 인간이 고통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빈부차는 그 대표적인 부조리로 꼽힌다. 부와 부자들의 존재 자체가 부조리의 출발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인간의 양심 속에 빈부차는 해결해야 할 부조리 문제로 옹립돼 있다. 가급적 함께 잘 사는 것이 행복의 지향점이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 가치를 유토피아로 공유한 일단의 이상주의자들이 사유재산을 없애고 인위적인 공산 사회를 건설하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따랐던 것은 부지불식 인간의 양심 속에 빈부차는 나쁜 것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가난은 인간의 삶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면 고통을 지속하게 하는 부조리는 추함의 지속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틀렸다. 빈부차를 부조리로 보는 저마다의 양심들 기저에는 예외없이 비양심이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기 싫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부조리를 심판하는 양심 속에는 비양심이 부조리를 심판하는 더 큰 부조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Q. 마치 동양의 성악설을 설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에게 양심 자체가 없다는 설명처럼 들린다. 빈부차라는 부조리에 대한 양심적 판단이 비양심의 발로라는 것인가

 

 

A. “길을 가다가 동냥이나 구걸을 하는 사람에게 돈이나 먹을 것을 주는 마음이 100% 양심만으로 충만한 결정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자신에게 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안다. 100% 양심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비양심일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설사 온전한 양심적 행위라고 해도 도움을 받은 상대가 그 행위를 이기심이나 자기위안의 발로가 있다고 생각하면 비양심적 행위를 한 상태가 된다. 만약 그 상대적 생각이나 행위 또는 상태를 몰랐다면 그것은 더 확실한 비양심적 행위가 될 여지를 높인다. 자신보다 못한 가난한 사람에 대한 도움은 자신의 확신이나 선한 행위 자체만을 갖고 절대적 양심이라고 단정 짓지 못한다. 비양심은 이처럼 도움을 받는 상대의 무수히 다변적인 상황을 모르거나 맞추지 못할 때 자의적으로 자신의 기준을 설정하는 마음이나 행동이다. 이를 인정하기 싫거나 거부하고 싶다면 깊은 명상이 필요하다”

 

Q. 도움을 줄 때 양심인지 비양심인지를 묻지 않았다. 동문서답을 한 느낌이다. 빈부차를 부조리로 보는 것이 왜 양심이 아닌지를 물었는데

 

A. “두 상황이 다른 상황 같지만 연결선상에 있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행동이나 빈부차를 부조리로 보는 행위는 엄밀히 큰 틀 안에 있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도움은 빈부차가 없으면 사라지는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수학공식처럼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데 있다. 빈부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수록 가난한 사람을 더 돕는 행위가 꼭 양심에 비례하지 않는다. 그 간극이 비양심이다. 빈부차에 대한 부조리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방적 기준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비양심을 불러들인다. 자신만의 잣대가 아닌 가난에 빠진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행동이 우선이거나 함께 해야 한다. 그 배려는 겸양이나 태도가 아니다. 상대의 상태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지난한 노력이다. 지난하다는 표현은 그런 상태가 무수히 다양하고 많은 노력이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빈부차를 부조리로 간주할 때 가난의 기준 자체가 수없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의 수없이 다양한 상태를 막연히 하나로 묶어 동정이나 겸양한 대토를 갖는 것 자체가 비양심의 발로일 가능성을 늘 열어놔야 한다. 빈부차는 부조리이기는 하지만 무한히 존재하고 무한히 변화하는 입장차들 때문에 100% 양심의 발로가 불가능한 부조리다. 이 부조리가 추의 미학으로 부를 만들어 내는 본질이 돼 주고 있다”

 

Q. 가난의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절대적 양심 또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빈부차의 부조리를 해결하지 않고 그것이 오히려 부의 본질이라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A. “인간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의 빈부차를 해결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면 안다. 불가능한 일이다. 빈부차를 줄일 수는 있어도 완벽한 평등은 꿈이다. 그런데 빈부차를 줄이더라도 개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줄어든 것이 아니다. 상대적 빈부차다. 빈부차가 적은 선진국들도 이런 현상들이 즐비하게 일어난다. 빈부차를 부조리로 척결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이상적이다. 오히려 그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양심들이 양심과 혼재되면서 무질서를 확대한다. 문명이 고도화 될수록 빈부차와 그에 따른 혼돈이 심화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비양심의 질서가 확대될수록 문명이 발전하는 추의 미학 사건이 전개된다. 경쟁, 차별, 갈등, 싸움, 전쟁 등이 양심이란 간판을 걸고 비양심으로 일어난다. 이 사슬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이유에는 한결같이 외견상으로는 양심을 내걸고 있어서다. 양심이 네트워크이고 부를 이루는 기반이 맞다. 그것이 동시에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을 만든다. 이런 불완전한 네트워크가 임계의 법칙에 따라 돈과 부를 만들어 낸다. 임계선이 높아질수록 비양심은 책임 있는 양심으로 발전해 간다”

 

 

Q. 부의 본질이 어쨌든 추함을 근간으로 한다면 그렇게 탄생된 돈이나 부는 이유 불문 추하다고 본다. 이를 미학이라고 증거할 만 이유는

 

A. “우리가 사는 우주가 중력에 의한 인력으로 팽창을 접고 이른바 빅크런치(대붕괴)로 향하지 않는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질서가 강력히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 우주에 한해 인간이 지금까지 놀라운 과학의 힘으로 발견한 눈에 보이는 물질은 0.4%에 지나지 않는다. 가스나 성간물질 등을 감안해도 4%다. 나머지는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96%에 달하는 이들 미지의 물질과 에너지가 현재의 임계밀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 원리에 따라 약 72%를 차지하는 암흑에너지가 질서자로 간주된다. 그런데 지금 지속하고 있는 가속팽창은 무질서의 확대다. 이 무질서를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초정밀 암흑 에너지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의 위대한 질서를 잉태하고 있으니 놀라운 역설이다. 이처럼 무질서는 추함의 상징적 사건이고 그에 따른 질서는 그래서 미학이다. 돈이나 부자도 추의 무질서 속에서 탄생한다. 질서 있는 평등상태에서는 사라지기만 한다. 무질서의 돈과 부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의 본성과 다르지 않다. 만물의 질서와 돈의 질서는 추의 미학으로 연결돼 있다”

 

Q. 돈과 인간의 질서가 추한 가운데 일어나는 미학의 질서라면 돈을 버는 것이 왜 아름다운 것인지 보다 본질적인 설명을 해 주었으면 하는데

 

A. “네트워크형 부를 일군 부자들의 공통점은 부의 본질을 이해하고 따른 경우가 많다. 절대 돈만을 쫓거나 돈을 원망 또는 두려워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돈을 추하다고 보지 않는 성향 역시 같다. 돈을 더럽게 여기거나 분풀이 하듯 대하는 사람들 또한 부를 일군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돈을 통해 선의가 행해진다는 믿음을 갖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분산을 통한 소유방식이 함께 잘 사는 범위를 넓힌다. 부의 바퀴를 크게 굴리는 방식에 부조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점이 연결돼 있다. 따라서 빈부차 자체를 부조리로만 정의하면 빈부차를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부조리의 고통이 연속된다고 해서 추함의 지속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추의 본질을 아는 것은 자신 속에 내재한 미의 본질을 실천하는 과정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