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중력이론을 감안하면 시공간은 운동에 따른 지연 또는 연장효과 때문에 과거와 미래가 현재로 흡수된다. 수십억년 떨어진 시공간에서 두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과거와 미래의 사건들은 현재가 될 수 있다. 상대의 운동상태에 따라 100년 전 과거나 100년 후 미래가 나의 현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감안하면 운명은 정해져 있다. 운명론을 예측하는 많은 원리들은 결국 혼돈이 아닌 초정밀 질서다. 이런 원리가 틀리지 않았지만 동시에 틀렸다.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정해져 있지 않다. 말장난 같지만 아니다. 미시세계 전자의 존재상태처럼 거시세계도 중첩으로 이해하면 된다. 미시의 중첩을 거시로 실험하고자 했던 슈뢰딩거 고양이 사고실험(思考實驗)을 보면 고양이의 생과 사는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상태다. 이는 확률이고 카오스다. 미시의 원리가 거시의 원리로 연결돼야만 만물의 질서가 설명된다. 거시의 치밀한 천체운동을 보면 소위 인간의 사주팔자는 결정된 원리지만 매순간 그 운명이 달라질 환경이 공존한다. 그 환경은 앞서 언급한 무질서로의 진행과 그 확률성이다. 인간의 삶은 타인들과의 얽힘 속에서 무한 경우의 수라는 무질서에 연속적으로 빠진다. 이 무질서조차 정해진 방식이지만 수학의 공리처럼 경우의 수가 무한한 진행형이라면 두가지 현상은 같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보통 이를 수렴이라고 한다. 정해진 운명이 수없이 다변화하 하고 있기에 운명은 정해진 것도 맞고 정해지지 않는 것도 맞다”